[문화산책] '가르뱅이'가 어디라예?

  • 입력 2011-01-11 07:56  |  수정 2011-01-11 07:56  |  발행일 2011-01-11 제20면
[문화산책]

지난 연말 모임을 마치고 대구 중앙로 버스정류장을 지나는 길이었다. 70대 노인 한 분이 20대 초반의 아가씨에게 "가르배이 갈라 카는데 몇 번 타면 되는교"하고 물었다. 아가씨는 토끼같은 두 눈을 더 크게 뜨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가르배이가 어디라예"라고 되물으며 의아해했다. 그때 버스 앞머리 상단에 커다랗게 녹색글씨로 '가르뱅이'라는 LED 자막이 표시된 버스(202번)가 승강장 앞으로 진입했다. 가르뱅이가 서구 상리동 어디쯤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왜 동네이름이 '가르뱅이'인지 몰랐던 나도 집으로 오는 내내 궁금했다.

며칠 뒤 그날 일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가르뱅이'는 서구 상리동 서대구IC부근으로 옛날에는 '괘이동(掛耳洞)'으로 불렸는데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구불구불하여 마치 귀 모양 같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고, '동네 모양새가 귀 모양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몇몇 책자를 찾아보니 '가르뱅이'란 '옛날 마을 입구까지 동쪽으로부터 내려오는 달서천과 와룡산 기슭에서 흐르는 샛강이 모여 지나갔던 곳으로 개울가에 있는 마을, 즉 강에 걸려있는 마을'이란 뜻에서 걸 괘(掛)와 마을 리(里 또는 坊(동네 방: 뱅이))를 합하여 괘이동 또는 가르뱅이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인 것 같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친구들과 멱 감고 낚시하던 감삼못은 달성고등학교와 광장타운 등 대단지 아파트로 변했고, 궁둥이 모양을 한 산이라는 두류산에는 우방랜드 놀이공원과 체육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도시화로 옛날의 마을 이름이 없어지고 친구들과 같이 뛰어놀던 산과 들도 없어졌다.

올해는 정부가 지정한 '대구 방문의 해'다. 대구가 관광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구홍보에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먼저 대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구시는 더 이상 우리 동네의 이야기와 일이 잊어지기 전에 하루빨리 동네이야기를 한데 모아서 기록하고 동네이야기와 문화유산을 스토리텔링해야 한다. 그래야만 오랜 역사 속에 숨어 있고 묻혀있던 우리 동네의 독창적인 이야기와 사연들이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보일 것이다.


김의식(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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