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피나 바우쉬의 '비탄의 왕후'

  • 입력 2011-01-14 07:52  |  수정 2011-01-14 07:52  |  발행일 2011-01-14 제18면
[문화산책] 피나 바우쉬의

20세기 초기 미국의 포스트모던 댄스 열풍 이후 돌연히 나타난 독일의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바우쉬는 '탄츠테아터'라는 이름의 혁신적인 새 장르를 시도하며 현대무용의 정신적 진화를 경험하게 했다. 탄츠(Tanz)는 무용, 테아터(Theater)는 연극을 일컫는 말로, 즉 춤과 연극,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면서 상반된 개념을 융합해 춤의 흐름을 바꿔 놓은 독창적인 무용극이다. 초기엔 무용인가, 연극인가 논쟁도 뜨거웠다.

탄츠테아터의 대부분 작품은 인간의 충동이나 충동을 구속하는 심리·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기본 테마는 사랑과 불안이다. 대표작품인 '비탄의 왕후'도 예외는 아니다. 침울하고 어두우면서 때로는 난폭한 분위기 속에서 도로가에 있는 소파에 앉아 담배 피우는 여자, 토끼의상을 입고 뛰어다니거나 추운 날씨에 얇은 원피스를 입고 춤추는 여자, 여장 남성들의 성적 혼란 등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마치 콜라주와 같은 기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작품 속의 도발적 행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외되고 고립된 인간의 표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무엇인가 자신의 억압된 것을 해소하려는 표현인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남성과 여성의 근원적인 지배·피지배적인 헤게모니 관계이다. 성(性)에 대한 현대적 양상과 혼란을 반복적이고 무자비하게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즉, 여성은 고귀한 인격체이기보다는 성적 대상으로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소모품으로 취급되면서 여성 자신이 도발적인 행위로 상실된 자아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요즘 TV방송엔 두 가지 코드만 있다. '막장'과 '버라이어티'가 새로운 장르인 양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 장르의 등장으로 바른 사회 프로그램은 도중하차되고, 지켜야 할 문화는 침식된지 오래다. 윤리성과 올바른 사회의 언어는 사라지고, 폭력적인 말과 언행이 판을 치면서 사람들 감성 또한 악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20세기 현대무용의 흐름을 바꾼 피나 바우쉬의 비탄의 왕후가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상실과 소외,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정화다. 무의미한 막장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오락프로그램의 범람을 접하면서 비탄의 왕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변인숙(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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