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두개의 감상문

  • 입력 2011-02-18 07:35  |  수정 2011-02-18 07:35  |  발행일 2011-02-18 제18면
[문화산책] 두개의 감상문

필자가 강의를 하는 대구의 모 대학 학생들에게 같은 장르의 현대무용 공연 2개를 보고 감상문을 써내라는 과제를 준 적이 있다.

하나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어릴 적 한 번쯤은 해본 놀이를 무대에 올린 것이다. 두 공연 모두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췄고 주제 또한 뚜렷했다. 공통된 견해는 조명과 사람의 몸이 만나 아름다운 동작과 느낌을 만들어내고, 빛을 이용한 그림자로 표현되는 무용수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외 의견은 예상외로 다양해 대중에게 비치는 무용공연을 새삼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됐다.

전자의 공연에 대해 학생들은 배경이 어두워 무용수의 미묘한 움직임을 적절히 보여주지 못했고 음울하기까지 했다고 답했다. 또 난해했으며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왜 경직된 자세로 미간을 찌푸리며 공연을 심각하게 봐야만 하는가, 시종 일관되는 동작의 얽힘과 다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의문도 품었다. 예술적 가치를 떠나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했다며 다양한 접근방법의 모색을 주문한 학생도 있었다.

후자에 대해서는 가벼운 소재인 놀이도 공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데 신기해하면서 눈과 귀가 즐거웠고 울림있는 작품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양한 소품을 이용하고 놀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작품으로 표출되는데 대해 학생들은 호평했다. 무용수의 역동적인 몸짓과 두근거리는 리듬의 음악이 어우러져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의미가 잘 전달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상반된 생각을 밝힌 학생들은 "공연 팸플릿 등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은유적인 표현이 아닌, 이러한 것을 이렇게 표현해 보았다는 등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선책도 제시했다.

학생들의 의견은 전문가 입장이 아닌, 보고 느낀 대로 쓴 것이어서 고루하지 않고 신선했다. 여느 예술작품이 그렇듯 무용도 안무자가 추구하는 세계가 있다. 하지만 대중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울타리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은 심오한 예술의 세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어함을 학생들의 감상문에서 읽을 수 있다. 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참고할 만하다.


변인숙(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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