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Again 안동

  • 입력 2011-02-28 08:01  |  수정 2011-02-28 08:01  |  발행일 2011-02-28 제23면

특정 지역의 문화를 얘기하기란 그 포괄적 의미와 다양성만큼이나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안동에서 나고 자라고 몸담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곳은 그저 나와 내 동기(同氣)의 집이요 삶 자체일 뿐, 그 객관적 실체를 드러내 보일 수 없다. 더러 외지인을 맞아 관광을 하게 될 때, 문자 그대로 안동의 빛(光)을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관(觀)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고심하게 된다. 하여 조상의 흔적을 빌미 삼아 오늘의 우리인 양 당당히 나서다가 일순 '안동 양반'답지 않은 내 모습에 당황할 때가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옛 모습과 풍습이 그런대로 잘 지켜지고 있는 어느 집성 마을에 갔을 때다. 어머니뻘은 됨직한 안노인을 골목길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먼발치서부터 담장 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돌려 걷듯 말듯 하시는 모습에, 절로 말소리를 낮추고 인사를 여쭈었다. 상대를 살피는 기색조차 없이 다만 조용조용 용무를 물으시고 잘 댕겨 가라셨다. 그날 우리는 그 안노인의 걸음새와 말씨에 취하여 성큼 울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담장 너머 높이 보이는 처마조차 말없이도 위엄을 보였다.

삼가고 조심함으로써 스스로 대접받음이 오늘이라 통하지 않을까만, 굳이 과대 포장하여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시절이니 새삼 안동인의 참모습을 생각해본다. 이중환선생의 택리지에 안동은 '의리를 밝히고 도학(道學)을 중히 여기며 비록 외딴 마을 쇠잔한 동리라도 문득 글 읽는 소리가 들리며, 떨어진 옷을 입고서 깨진 항아리로 굴뚝을 만든 집에 살더라도 도덕과 성명(性命)을 말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안동인의 자부심은, 있으되 드러내지 않고 몸에 배어 다만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양반정신'에 있지 않을까?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생명의 순환은 인간과 함께하는 짐승 역시 피할 수 없다. '구제역 몸살'로 민심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니 서로를 배려하고 염치를 알던 옛 어르신의 가르침을 새겨보고 싶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추로지향(鄒魯止鄕)'이란 이름답게 과거로써 오늘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할 터이다. 몸 바쳐 지켜온 조상들의 충절과 효심, 더하여 '안동학'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도학적 무게를 지금이라 마다할 수 없지 않은가. 다시 돌이켜 Again 안동!

김필숙(안동문화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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