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몇 년 전이던가. 문학 행사를 마치고 자연스레 뒤풀이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행사장소는 무대가 갖춰진 소공연장이었다. 그 날도 김 시인의 노래는 단연 돋보였다. 권유에 못이겨 여러 곡을 불렀다. 언제 들어도 그의 노래는 흥겹고 맛깔스럽다. 그러나 그 날은 왠지 "고마 내려오소"라고 해서, 다소 아쉬운 듯 김 시인은 무대를 내려와야만 했다. 물론 아낌없는 박수를 받으면서 말이다.
경상도 말은 축약의 기술이 뛰어나다. 산문보다는 시에 가깝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사태를 단순화시켜 버린다. "그만 하고 내려 오세요"와 "고마 내려오소"는 천양지 차이다. 흙 타는 냄새가 나는 경상도 어투에는 왁살스럽고 무뚝뚝한 기질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하겠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의 민주화 폭풍은 이집트를 건너 리비아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고 장기집권해 오던 이집트 무라바크 정권도 무너졌고,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리비아의 카다피 40년 철권(鐵權)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빵과 자유를 부르짖으며 길거리로 쏟아져나온 민초들에게 무자비하게 전투기로 폭격하는가 하면, 외국 용병을 고용하여 수천 명의 인명을 대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난다. 이것은 역사적 진실이다. 어느 시대에나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이들이 있다. 중동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언론에 재갈을 물려도 21세기 개인방송국인 휴대폰의 위력은 대단하다. 시위 현장에서 찍은 생생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국내외로 전송하여 참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다 모임 뒤풀이로 간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놓을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 들으면 그만 흥이 깨어진다. 하물며 권좌에 앉아서 40여 년이나 버티고 있다면 그 나라, 그 백성의 처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할 뻔자가 아닌가. 사유화된 권력 연장을 위해 국민을 감시하고 폭정을 일삼는 독재자의 말로는 비극적으로 끝나야 한다.
유엔에서조차 학살자로 낙인 찍힌 카다피의 입지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카다피에게 악센트 강한 경상도 말로 점잖게 권유한다. "고마 내려오소."
박진형(시인·만인사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고마 내려오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3/20110307.010230757220001i1.jpg)
![[6·3 地選 인터뷰] “정부를 TK공항 공동 투자자로…대구 위해 김부겸 써야 할 때”](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4/5_26.04_.12_김부겸_인터뷰_썸네일_출력본_.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