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아서 상태가 맛 갔네” “내일 죽인다”

  • 김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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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26 07:48  |  수정 2011-12-26 08:45  |  발행일 2011-12-26 제6면
투신 중학생이 받은 협박문자 복원해 보니 ‘기가 막힌다’
새벽까지 숙제시키고 금품 뺏고 안하면 죽인다…9월부터 삭제된 것만 274통
좋아하는 친구와 문자 주고 받으며 행복해하던 평범한 학생을 이렇게 죽음으로 몰고갔다
20111226

같은반 학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 20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대구 모중학교 2년 A군(13)은 지난 9월부터 하루 많게는 30통 넘는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새벽까지 가해학생들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 레벨 올리기와 숙제를 대신해 왔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1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A군의 삭제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부분적으로 복원됐다. 복원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A군은 가해학생들과 같은 반이 되기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만해도 A군은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내가 매일 너 앞에서 쭈뼛거리고 학교와 학원 끝나면 몰래 따라오는건 몰랐어?’ 등 여학생과 주고받은 수줍은 문자는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 친구들과 ‘숙제했냐’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농담을 하는 등 A군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때부터 문자메시지는 가해학생 B군(14)이 보낸 ‘닌 오늘 개때려준다’(9월14일), ‘요즘 안 맞아서 영 상태가 맛갔네’(11월20일), ‘내일 죽인다’(12월18일) 등의 협박 문자메시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복원된 문자메시지에는 ‘빈폴바람막이 사라고’(10월15일), ‘50분 맞을래 (숙제)15장 쓸래’(10월22일) 등 A군으로부터 금품을 뺏고 숙제를 대신 시킨 내용도 들어있었다. ‘닥치고 기본 (새벽) 2시반이다’(12월16일), ‘20분 간격으로 지금부터 (새벽) 3시까지 내폰에 전화하고 보고도 해라’(12월18일) 등 가해학생은 A군에게 다음날 새벽까지 문자로 자신들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 레벨을 올리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삭제된 협박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만 274통에 이르며, 이 가운데 대부분(273통)은 두명의 가해학생 가운데 A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B군이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해학생들이 A군 자살 전날 밤 11시가 지나서까지 A군에게 게임을 시키고 20분간의 휴식시간을 준 뒤, 다시 게임을 하라고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복원된 문자메시지 내용 대부분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와 일치한다. 26일부터는 가해학생들의 삭제된 휴대폰 문자메시지 복원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일우기자 atli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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