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또 과도한 ‘신상털기’

  • 김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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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2-26 07:46  |  수정 2011-12-26 08:27  |  발행일 2011-12-26 제6면
엉뚱한 친구까지 가해학생으로 지목

같은반 학생의 괴롭힘으로 발생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해 네티즌이 과도한 ‘신상털기’에 나서, 세상을 떠난 A군과 그 친구들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A군이 유서에서 고마움을 표시한 반 친구들 가운데 일부가 엉뚱하게 가해학생으로 몰리며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런 네티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도 네티즌은 신상털기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가해학생들의 이름과 사진까지 인터넷에 공개됐고, 해당 학교 홈페이지는 마비됐다. 네티즌은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가해학생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가해학생이 잘못 알려지며 엉뚱한 A군의 반 친구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A군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두명의 가해학생의 이름과 함께 그간 자신에게 잘해준 반 친구 16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며 A군이 고마움을 표시한 반 친구 두명이 억울하게 가해학생으로 몰리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실제 가해학생을 포함해 A군과 사이가 좋았던 몇몇 반친구까지 가해학생으로 지목되며, 확인되지 않은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A군의 같은 반 친구라고 밝힌 한 학생이 한 포털 게시판에 글을 올려 네티즌의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 학생은 글에서 “우리도 지금 진실을 알게 됐다. 지금 네티즌에게 욕을 먹고 있는 학생들은 진짜 범인이 아니라 오히려 A군을 도와줬던 착한 친구들이었다”며 “현재 우리반 담임 선생님은 밥도 못드시고 있다. 더이상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상처주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A군의 유서에 두명의 가해학생을 포함해 18명의 이름이 거론됐던 만큼 네티즌 사이에서 일부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고 있다”며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학생들의 부모들도 이런 점을 의식해 자신의 자녀 정보는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라. 네티즌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일우기자 atli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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