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베르테르 효과’ 막아라

  • 진식
  • |
  • 입력 2011-12-26 08:01  |  수정 2011-12-26 08:01  |  발행일 2011-12-26 제2면
중학생 자살 나흘만에 여고생도 목숨 끊어
인터넷 등 이목 집중…모방자살 우려 커져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에 이어 한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방자살(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방학 중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특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2시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모 아파트 8층에서 고교생 A양(17)이 떨어져 숨졌다. 또래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자살사건(20일)이 발생한지 나흘 만이다. 경찰조사 결과 A양은 올초 학교 기숙사에서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으며, 지난 7월부터 약 두달간 수성구의 한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양이 지난해부터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는 유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교육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숨진 여고생이 중학생 자살사건에 영향을 받아 모방자살을 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해 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김희숙 경북대 교수(정신간호학)는 “자살충동을 느끼는 청소년 대다수는 혼자서 고민하는데, 이번처럼 중학생의 유서가 공개되고 인터넷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 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경우 주목받기 위한 유사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베르테르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위기학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겨울방학 기간 중에도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위기학생들에게 수시로 전화로 안부 묻기, 문자메시지·e메일 주고 받기 등을 통해 밀착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 모든 학부모에겐 가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학교폭력 징후를 담은 학교폭력·성폭력 예방 매뉴얼을 우편으로 보내 철저한 관리를 당부할 예정이다.

김기식 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장은 “한 해를 되돌아 보고 새학년을 맞이하는 연말연시와 겨울방학은 학생들에게 미묘한 기분을 줄 수 있는 만큼, 가정에서 자녀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26일 오전 8시30분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시내 전체 학교장 및 학생생활지도·상담교사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학 중 위기학생 관리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한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유명인의 자살이 있은 후에 유사한 방식으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TV 등의 미디어에 보도된 자살을 모방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했다.

기자 이미지

진식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