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떠나요! 충북 옥천 구읍 나들이

  • 류혜숙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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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3-05-03  |  발행일 2013-05-03 제면
5月 온 가족 함께 ‘근대로의 여행’…자박자박 수다 떨며 한가롭고 다정하게…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떠나요! 충북 옥천 구읍 나들이
1945년 경에 지어진 옥천 천주교회. 등록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이 명랑한 노래가 잘 어울리는 마을이다. 나지막한 건물 사이로 시가 쓰여진 담벼락과 오래된 가게들의 예쁜 간판들을 바라보며, 마을 길 한가운데를 활보하며 걷는다. 걸음이 가 닿는 곳에는 아주 오래된 학교와 성당이 있고,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름 난 사람들의 집도 있고, 작은 들판과 시냇물도 있다. 자박자박 수다 떨며 한가롭고 다정하게 걷기 좋은 마을, 옥천 구읍이다.


◆ 옥천 구읍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떠나요! 충북 옥천 구읍 나들이
죽향초등학교 옛 교사. 등록문화재 제 57호다.

옥천 구읍은 1905년에 옥천역이 생기기 전까지 마을의 중심지였다. 역 주변으로 신읍이 형성되면서 마을은 중심이라는 위치를 물려주고 구읍이 되었다. 이 마을의 모습은 매우 번다하고 쇠락의 기미도 다분한데, 어쩐지 천성적인 차분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아늑한 땅의 기운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 현대시의 시성이라 불리는 정지용이 태어났고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육영수 여사가 태어나 자랐다. 소박한 읍내와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마을 안에는 또한 근대 건축물과 조선시대의 건물들이 함께 자리해 있어 소소한 볼거리가 된다.


먼저 신읍과 구읍의 경계 즈음에 펑퍼짐한 언덕이 솟아 있고 그 위에 오래된 교회 하나가 서있다. 1945년에 지어졌다는 옥천 천주교회다. 충북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당시의 성당건축물이라 한다. 파스텔 톤의 하늘색 건물이 단순하고 청결하다. 내부 또한 소박하고 깨끗하기 그지없다. 정원은 십자가의 길로 꾸며져 거닐기에 호젓하다.


구읍으로 넘어오면 초입에 죽향초등학교가 있다. 여자아이가 방문객에게 살가운 인사를 한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학교의 건물 옆에 자그마한 목조 건물이 하나 있는데, 초등학교의 옛 건물이다.

죽향초등학교는 1909년에 개교를 했고 육영수 여사와 시인 정지용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옛 건물은 1936년에 지어진 것으로 지금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옥천 교육 역사관으로 쓰인다. 반들거리는 나무 마루 복도가 향수를 자아내는 작은 공간이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떠나요! 충북 옥천 구읍 나들이
옥천 구읍의 가게들은 모두 예쁜 간판을 달고 있다. 어디에서나 정지용의 시 구절을 만날 수 있다.

이제 구읍의 번화가로 깊숙이 들어선다. 향수 호프, 향수 상회, 구읍의 거리는 향수로 넘쳐나고 정육점에는 얼룩백이 황소가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운다. 빨간 미용실과 파란 이용원이 나란히 사이좋게 서있고, 정지용의 시 ‘오월소식’의 한 구절이 적혀 있던 예쁜 우체국은 건물만 남기고 이사를 갔다. 마을길의 모든 간판에서, 유리창에서, 벽에서 정지용의 시가 자라고 있다. 그리고 작은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냇가에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그가 태어난 초가집은 돌담으로 둘러져 있고 사립문이 열려 있다. 문학관에는 140여 편의 시를 남긴 시인의 생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몇 걸음을 옮기면 한적한 골목길 안에 옥주사마소가 자리한다. 조선시대 지방고을의 생원과 진사들이 모여 유학을 가르치고 정치를 논하던 곳이다. 조선 효종 5년인 1654년에 세워진 것으로, 우암 송시열이 쓴 ‘의창중수기’에 의하면 이 건물은 원래 어려운 백성을 위하여 곡식을 저장해 두던 의창건물을 뜯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손질을 하는지 아주 깔끔한 모습이다. 안에는 관성사마안, 향약계안, 옥천군향계규약 등 조선시대 문인들의 면모를 알려주는 여러 편의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 육영수 여사 생가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떠나요! 충북 옥천 구읍 나들이
육영수 여사 생가. 1600년대 조선 상류계층의 가옥으로 교동집이라 불린다.

마을의 끄트머리가 가까워지자 작은 논이 펼쳐지고, 우물 하나가 덩그러니 만들어져 있다. 그 앞으로 긴긴 담이 서있고 솟을대문이 보인다. 교동집이라 불리는 육영수 여사의 생가다. 조선시대 상류계층의 집으로 1600년대 김정승, 송정승, 민정승이 살아다고 해서 삼정승의 집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후 1920년에 육영수의 아버지인 육종관이 민정승의 자손에게서 사들였고 육영수 여사는 1925년 이 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육영수 여사의 서거 후 방치되고 1999년 철거되면서 터만 남아 있던 것을 2011년에 복원해 지금도 계속해서 손질을 하고 있다. 으리으리한 규모다. 정자와 연못, 석빙고와 후원까지 아주 공을 들인 모습이다. 작은아씨로 불리며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마지막의 불행한 마감까지, 아직도 참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한 사람의 생을 잠시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여기서 구읍은 끝이다. 이제 어디로 향할까. 철 늦었지만 벚꽃 길 따라 금강으로 향해도 좋고, 안터마을의 선사공원으로 향해도 좋겠다. 자박자박 동네 한 바퀴 걷고, 한산한 구읍의 번화가 식당에서 향수에 젖어도 또한 좋겠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팁

▶경부고속도로 대전방향으로 가다 옥천 IC로 나간다. 서쪽이 신읍, 동쪽이 구읍이다.

▶옥천군은 정지용 생가를 중심으로 한 구읍을 향수 100리길이라 이름 짓고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놓았다. 구읍에서 장계 관광지로 가는 자전거길이 유명하고 가까운 안터 선사 공원도 구읍과 연계해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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