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2014년 지역 푸드업계 전망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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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03   |  발행일 2014-01-03 제37면   |  수정 2014-01-03
“완성된 요리로만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지금은 식재료시대

이 무렵 많은 식당주가 기자에게 전화를 한다. 새해 지역 식당가 동향이 궁금해서다. 2만6천여개에 달하는 대구 식당의 속사정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는 없다. 대충 흐름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일단 지난해 가장 타격이 심했고 맘고생을 많이 한 업소는 단연 횟집과 해물탕집이다. 영남일보 근처 기자들이 애용하던 한 횟집도 얼마 전 추어탕집이 돼버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어패류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들안길 ‘수복초밥’은 문을 닫았고, 들안길에서 마니아를 적잖게 확보하고 있던 일식집 ‘센도리’도 결국 백기를 들고 최근 복어집으로 선회했다. 상당수 관련 업소가 주메뉴라인을 바꾸거나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특히 기자가 가장 애용했던 해물탕집이었던 북구 칠성동 ‘용궁’도 전업했다.

올해부터 유기농 식단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더욱 분출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우리나라가 ‘당뇨병 1천만명 시대’라고 선언했다. 식재료에 대한 원산지 확인 문화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예전에는 완성된 음식만 보고 식당을 평가했는데 이제는 식재료의 출처를 철저하게 따질 것이다. 얄팍하고 위선적인 식재료를 갖고 장사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더치커피 인기 지속
브런치·디저트 카페도
주택가 연착륙할 듯

당뇨병 1천만명 시대
식재료 출처에 민감
유기농식단 욕구 분출


◆ 더치커피 신드롬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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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더치커피의 신드롬은 계속 될 전망이다. 3단 구조로 된 더치커피 추출기.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업소는 단연 커피숍.

괜찮은 상권 네거리, 유원지 근처에 생겼다 하면 거의 커피숍이다.

다빈치, 커피명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파스쿠치, 스타벅스 등 브랜드 커피숍은 틈만 있으면 가맹점을 설립한다. 수성못 동쪽, 남구 대명9동 카페거리, 팔공산 파계사 가는 길, 수성구 만촌동 교수촌 카페거리 등이 ‘대구 4인방 커피거리’로 등극했다. 하지만 마니아들은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맛 때문에 브랜드 커피에 대한 무력감도 점차 느끼고 있다. 이런 흐름을 파고든 게 바로 ‘더치커피’. 더치커피는 1기압에서 상온의 물로 장시간(7~12시간) 추출한 커피로 종주국은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하지만 정작 본국에선 더치커피를 찾기 쉽지 않다.

2010년 어름에 대구에 더치커피 신드롬이 생겼다.

물론 대구발 커피 브랜드들도 이 특수를 잡기 위해 스페셜 마케팅을 구사했다. 하지만 더치커피만 특화한 숍은 별로 없었다. 다들 더치커피는 역시 ‘오타쿠급 마니아’가 유리관 버전으로 직접 추출하는 걸 더 먹고 싶어 한다.

이 분위기를 탄 몇 명의 바리스타가 보인다.

북구 대현동 경북대 기숙사 남쪽에 있는 ‘피터스 커피’의 강병호, 중구 삼덕동2가 삼덕소방서 건너편 ‘엘모’의 장성길, 수성구 지산동 커피인, ‘재인스 커피’의 전경원씨 등이다. 올해 이들이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호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PC방 바로 옆에 실험실 같은 검은 방에서 종일 더치커피를 추출한다. 그에겐 그게 꿈이다. 대구보다 서울경기권에 더 알려져 있고 온라인 등을 통해 산타클로스처럼 더치커피를 배송한다. 장성길씨는 1998년 140만원만 갖고 시내 봉산동 지하상가에서 카페를 시작했고, 현재 엘모 9호점까지 개척했다. 재인스커피는 수성동의 본점, 효목점, 중동점 등 세 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당분간 커피 붐은 지속될 전망이다.

커피붐과 함께 브런치 카페, 디저트 전문 카페, 베이글, 케이크, 바게트 같은 전문 제빵제과점이 주택가를 타고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벽화길이 있는 방천시장 중심부에 지역에선 처음으로 마카롱 전문 카페를 연 화가 이동원씨. 그는 이미 ‘라캉뗑’이란 커피숍을 거점으로 방천시장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최근 지역에서 가장 돌풍을 일으킨 빵집은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옆 ‘뺑드깜빠뉴’, 상인동 ‘오월의 정원’, 동성로 ‘삼송빵집’ 등이다. 삼송빵집은 뉴버전 고로케 같은 ‘마약빵’으로 유명하다.


◆ 유기농 레스토랑 1번지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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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고집스럽게 유기농 레스토랑 시대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대구시 중구 대봉동 신라 레스토랑 입구 전경(위)과 대구시립교향악단 플루트 수석에서 유기농 레스토랑 오너셰프로 변신한 박수진씨.

올해 가장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 중구 대봉동 ‘신라 레스토랑’의 식재료를 찾아가 본다.

11년 전 지역의 한 유명 연주자가 느닷없이 오너셰프로 변신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플루트 수석인 박수진씨였다. 남편 이광호씨는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 ‘신라’를 꾸려가고 있고, 바로 옆에 레스토랑을 차렸다.

박씨의 좋은 식재료에 대한 집착은 거의 병적이다. 일단 돈 생각은 가장 나중에 한다. 적자를 보면 남편에게 달려간다. 맛있는 식단이 아니라 믿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천사표 식재료를 단골에게 안기고 싶단다.

서울의 한 1급 오너셰프는 여기 유기농 식재료 목록을 보곤 “모르긴 해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식당은 여기밖에 없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별로 큰 규모도 아닌데 모두 9명이 움직인다. 지난해 12월2일에는 제과제빵 전문 셰프를 또 채용했다. 처음 들어온 조리사는 웬만한 메뉴를 직접 다듬고 장만해야 되기 때문에 무척 힘들어한다. 그릇도 신생아 목욕시키듯 세척한다. 직원도 업자도 믿으면 끝까지 간다. 한우 중개인, 가리비 공급하는 강원도 속초 아줌마, 생수·우유·가스 업자 모두 11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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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초 위에 무인도처럼 앉아 있는 신라 레스토랑의 안심 스테이크. 극심플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우중충하고 너무 장식에 의존하는 스테이크는 멀리하고 있다.

가장 감동한 대목이 있다.

토마토 소스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

그동안 이탈리아 유명 유기농 회사인 알체네로(Alce nero) 토마토홀 캔을 사용했다. 작년 여름부터 국내산 유기농 토마토(팔공산 근처 청호농장)와 강원도 고랭지 토마토, 군위의 장군이 친환경토마토 등을 받아서 1주일에 40㎏, 세 번씩 6시간 달여 냉동보관했다가 사용한다. 소스용은 2~3시간 진하게 달여 파스타·피자·수프용으로 사용한다.

식초도 알체네로 사과식초와 직접 짠 레몬식초를 사용한다. 피클은 유기농 감식초를 사용해서 만든다. 감식초 한 병의 경우 환만식초보다 10배 비싸다.

계란도 한 개 1천원짜리 무항생제다. 전남 곡성 키다리 농장에서 공급한다.

샐러드용 채소에도 그녀만의 철학이 들어가 있다. 양배추도 멀리한다. 식감이 없단다. 그래서 ‘살아 있는 땅’이란 농장을 꾸려가는 오영숙 사장이 재배한 유기농 루꼴라만 고집한다. 대백프라자 유기농 채소의 경우 비싸야 100g에 1천300원인데 루꼴라는 2천원 이상이다. 샐러드에는 치커리와 루꼴라만 사용한다.

올리브오일도 슈퍼급.

2011년 이탈리아 미식가협회로부터 1등을 받았고 2000년부터 올해까지 100여차례 크고 작은 상을 받은 명품 올리브오일인 ‘프란토이 커트레라(Frantoi Cutrera·1906년)’를 사용한다. 한 점 먹어봤다. 지중해의 풀향기가 묻어난다. 워낙 고가라서 샐러드용에만 사용한다.

2004년부터 ‘천연 빵 만들기’에 돌입한다.

이스트 없이 빵을 만들 수 없는가? 연구에 들어갔다. 건포도로 만든 ‘천연발효종’ 효모를 만들었다. ‘무이스트 빵’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밀가루는 독일 바우크사 제품이다.

양송이 크림수프에도 절대 버터를 섞지 않는다. 100% 양송이에 불린 쌀가루를 넣고, 채소 스톡(샐러리 당근 양파 표고버섯 양배추 등으로 추출)을 섞는다. 우리의 젓갈 같은 ‘엔초비’도 포항의 가을멸치로 직접 담근다. 리코타 치즈도 시중 우유보다 2배 비싼 제주도산 다이아 앤 골드 우유를 갖고 만들었다.

가게 앞 화단에 로즈마리, 민트, 세이지, 바질 등을 심어놓았다. 소금은 안데스산 암염. 무농약 포항초와 리코타 치즈로 속을 채우고 포도 크림 소스로 만든 라비올리도 수제다. 생면 파스타 반죽 만들 때 글루텐이나 소다를 넣지 않고 죽으라고 치대야 한다. 거의 4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신라표 생면’이 탄생됐다. 여긴 95%가 예약이다. 정말 어느 식당주가 시종일관 유기농 버전을 고집할 수 있을까 싶다.

풀코스 정찬의 경우 6만~8만원대. 단품 스파게티는 2만~2만8천원. 런치코스 스테이크는 2만9천원(수프, 빵, 커피, 슬라이스한 채끝 등심과 구운 버섯). 휴무는 매주 월요일. 중구 대봉1동 130-5번지. (053)421-1628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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