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37) 달서구 도원동 ‘참한우소갈비집’ 박순곤·신동애 부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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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28   |  발행일 2014-03-28 제41면   |  수정 2014-03-28
칼집낸 갈빗살 마늘·참기름으로 조물조물…‘안동식 양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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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비 맛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불맛이 승패의 관건. 참숯불 위에 올려진 석쇠 위에서 어느 정도의 타임을 두고 뒤집기를 하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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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곤·신동애 부부 오너셰프는 잉꼬처럼 항상 붙어 다닌다. 남다른 부부애로 인해 주방 식구들도 혈족 이상으로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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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마늘향이 맛의 원천이 되고 있는 안동갈비. 참한우소갈비는 지역에서 마늘 양념 소갈비 확산의 주역이기도 하다.

촘촘히 칼집낸 갈빗살
고루고루 스며든 양념
참숯불 위 ‘30초 예술’
열무·물김치 입맛 돋워
쇠고깃국도 인기 메뉴

웅숭깊은 부부의 금실.

이것도 좋은 식재료가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청룡산 자락에 자리한 ‘참한우소갈비집’의 오너셰프 박순곤(57)·신동애(55) 부부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부부는 항상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닌다.

입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대구 도심 근처에 이런 풍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식당 주변 산세가 빼어나다. 이끼 묻은 돌담,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지척에서 이 식당을 지켜보고 있다. 식당 메인홀 한 벽면도 감각적으로 처리했다. 예전 돌담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려두었다. 코뚜레, 워낭 등 농기구도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육중한 무쇠 난로가 홀 전면에 당산나무처럼 서 있다.

박씨의 첫인상은 왠지 오너셰프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미국 영화배우 게리 쿠퍼 같은 핸섬한 눈매, 중년의 몸매임에도 군살 하나 붙지 않은 체격은 평소 그가 몸 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잘하는가를 말해준다. 소갈비집치곤 꽤나 문화적이다.

이 집 소갈비는 마니아 사이에서 꽤 영향력을 행사한다.

소갈비란 식재료는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사람 손을 너무 잘 탄다. 갈비는 씨앗을 뿌려 농작물처럼 텃밭에서 수확할 수 없다. 믿을 만한 업자에게 부탁해 재료를 갖고 올 수밖에 없다. 도축과정과 유통과정에 주인이 직접 간여하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고기를 확보하는 것이 잘 숙성시켜 굽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좋은 고기를 양심적으로 보내줄 수 있는 관계자 확보가 이 업의 승부처. 하지만 사람 맘은 조석으로 변한다. 납품업자의 맘은 좋은 조건에 휘둘리기 마련. 평생 거래처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올해 오픈 10년을 맞으면서도 꾸준한 고기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업자관리에 성공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 절벽 앞으로 떼밀린 부부

남편의 초반기 인생은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소갈비집 주인이 되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일을 벌였다. 1985년 대구 서부시장에서 의류사업을 했다. 결국 접고 만다. 이어 경북대 북문 앞에 ‘커피커피’란 커피숍도 차려 시내에 4개의 체인점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손님이 슬슬 줄어들었다. 이후 더욱 팍팍한 행로로 이어진다. 대구를 벗어나 쥐포와 황태 유통업에도 손을 댔다. 급상승 중이던 대구KBS방송총국 근처에 있던 안동갈비의 주인 김희곤씨(작고)로부터 마늘이 들어가는 안동식 소갈비구이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앞산순환도로변에 있던 카페 ‘후피스’도 그와 동업자가 함께 운영했던 업소이다. 그들과 함께 달서구 상인동에서 일정 매장 규모를 가진 갈비집 ‘느티나무’까지 꾸려봤다. 하지만 될 듯하다가 이것도 역시 운이 따라주지 않아 6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다시 축산물 유통업에 뛰어든다. 안동갈비 김 사장한테 갈비를 납품하기로 하고 경남 밀양과 창녕 등지의 한우를 대구로 유통시켰다. 노력하는 만큼 부가가치가 따라주지 않았다. 그럴 즈음 현재 업소의 부지에 대한 매매 정보를 입수하곤 은행 대출을 받아 매입에 나선다. 서울에 있던 둘째 형의 도움을 받아 땅을 사들인다. 당시 이 언저리엔 라이브 전원카페 ‘황토와 초가’가 있었다.

◆ 역시 식당할 팔자

신축을 하면서 세상 공부를 많이 한다.

하지만 입지가 문제였다. 당시 그곳은 장사하기에 너무 한적했다. 어두워지면 인적이 뚝 끊겼다. 남편이 한사코 거기를 고수했지만 아내는 내심 내키지 않았다. 남편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 공사 기간만 10개월. 건물 신축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목수가 되고 배관공도 되고 벽돌공도 됐다. 웬만한 건 직접 다 만들었다. 자기 집이었기에 가능했다.

2004년 1월 대망의 개업을 하려고 하는데 날벼락이 떨어진다. 광우병 파동이었다. 갈비집은 줄초상이었다. 그도 할 수 없이 어탕국수로 작전상 후퇴를 했다.

지금은 거세한우이지만 개업초기 4년쯤 황소를 팔았다. 돌판에 고기를 올려 가스불로 구웠다. 맛이 아니었다. 고심한 끝에 참숯에 석쇠를 선택했다. 참숯직화구이가 정답이었다.

◆ 갈비요리의 어려움

갈비는 전국 어디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갈비는 품 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납품업자에 따라, 또 지역별로 갈비의 상태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안동갈비에 마늘이 등장하는 것도 지역색이다.

초창기는 경험을 믿고 직접 산지를 돌며 갈비를 구입해 왔다. 지금은 33㎏에 70여만원인 최고급 팔공상강한우를 사용한다. 오후 2시쯤 갈비 세 짝이 오면 발골도를 갖고 살점을 적출해내야 한다. 불판에 올릴 수 없는 잡부위 고기가 무려 40%에 육박한다. 1인분에 130g, 갈비 한 쪽 반 분량이다. 한 점에 2천원 안팎.

좋은 고기 확보도 어렵지만 그 고기를 손님이 먹기 좋게 잘 펴주는 전문기술자 확보도 쉽지는 않다. 일반인은 그냥 식칼로 대충 썰면 되는 줄 알지만,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것이 갈비 장만술이다. 3시간 공임료가 10여만원.

좋은 갈비는 일단 지방이 적고 살코기가 많고 지방의 색도 눈처럼 하얗고 두께도 20㎝ 이상 두툼해야 된다. 암소는 지방이 많고 살이 적은 특징을 갖고 있다.

초창기엔 토종닭처럼 조금 쫄깃해 씹힘성이 있는 걸 냈는데 세상은 한없이 부드러운 걸 찾아 부부도 거세우로 라인을 변경한다.

안동갈비의 특징은 간장 양념을 베이스로 한 양념갈비가 아니라 극소량의 참기름과 대충 빻은 마늘을 소스로 갈비 특유의 느끼한 맛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참기름이 많아도, 마늘이 많아도 맛이 추락해 버린다. 주문과 동시에 마늘을 손으로 살짝 버무린다. 타이밍을 놓치면 맛도 사라진다. 더욱 어려운 대목은 고온의 참숯 위에 석쇠를 올려 30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굽기를 마쳐야 된다.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고기가 타버린다. 고급갈비 앞에서 잡담을 나누는 건 정말 생산성이 없는 처사. 오직 고기에만 집중을 해야 된다. 그게 미식가의 행동준칙 1호.

갈빗살에 일반 양념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안동식으로 굵직한 입자의 으깬 마늘에 적당한 참기름을 혼합했다. 하지만 양념 혼합률 찾아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마늘도 고민거리. 의성과 창녕산을 놓고 저울질한다. 의성은 매운맛, 창녕은 즙맛이 진했다. 의성을 버렸다. 갈빗살에 양념을 무작정 입히면 맛이 겉돈다. 살 속으로 침투하지 않기 때문이다. 칼집 넣기의 대가를 모셨다. 적당한 깊이, 적당한 각도에 적당한 개수의 칼집이 갈빗살을 빗살무늬처럼 수놓는다. 도살한 뒤 3~4일 만에 고기가 나가고, 주문이 들어오면 큼지막한 쿠킹볼에 양념과 갈빗살을 넣고 예술적 감각으로 버무린다. 고수는 양념이 고루고루 스며드는 감을 안다.

◆ 사이드 메뉴의 중요성

곁반찬.

이것은 본메뉴보다 더 중요하다. 이게 무너지면 본메뉴도 불신을 받는다. 일단 식전 동치미에 최선을 다했다. 보릿가루로 담근 열무김치, 찹쌀가루가 들어간 물김치는 단맛을 최소화하고 새콤함을 돋운다. 텁텁한 입안에 그런 국물 한 숟가락이 식욕을 돋우는 건 당연지사. 특이하게 이 집에선 겉절이 미나리를 낸다. 양파소스에 찍어 먹도록 한다. 매운 고추가 들어간 부추전 위에 갈빗살을 올려 먹어보라고 권한다. 불고기 간장에 다시마, 배, 무, 대파 등 20종에 육박하는 갖은 식재료를 넣고 달여 만든 양파 소스도 팬이 많다.

상당수 단골은 이 집의 쇠고깃국에 한 표를 던진다.

갈비를 손질하면서 생긴 잡육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심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갈빗살을 이용한 쇠고깃국. 소갈비와 무, 대파, 토란 등이 주재료이다. 다시마를 기본육수로 한다. 초창기엔 20인분만 끓였다. 근처 직장인이 많이 찾자 양을 늘렸다. 이젠 매일 300인분을 끓인다. 점심 때가 되면 쇠고깃국 손님이 들끓는다. 그런데 국 옆에 앉은 밥맛이 절정이다. 알아보니 20㎏에 5만원에 육박하는 상주의 풍년정미소 작품이다. 쌀에 수분이 풍부해 차지기가 꼭 찹쌀 같다. 이런 밥맛은 여느 식당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든든한 건 상당수 직원이 장기근속자란 점. 부부는 직원도 혈육처럼 대한다. 직원이 매일 자기가 할 일이 뭔가를 스스로 알아서 챙기도록 최대한의 권한을 준다. 특히 고기 손질에서부터 숯불관리까지 온갖 잡무를 바느질처럼 챙겨주는 김 부장과 우 과장은 백만 원군.

젊은 시절 연극판에 몸담았고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한 아내는 참으로 깊은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벚꽃이 만개하면 이 집 갈빗살 지방은 더욱 고혹해진다. 갈빗살 1인분 1만7천원, 국밥 7천원, 육국수는 4천원. 영업은 오전 10시~오후 10시. 휴업은 명절연휴 사흘간. 달서구 도원동 1023번지. (053)632-4936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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