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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신 캐릭터의 등장일 듯싶다.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잊은 채 학교 주변을 떠도는 소녀귀신 역으로 또 다른 호러퀸의 탄생을 알린 ‘소녀괴담’의 김소은 말이다. 공포영화를 아예 보지 못한다는 그가, 그것도 7년 만의 스크린 외출이라는 가슴 설레는 기대와 흥분을 안고 이를 표출할 수 있는 통로로 ‘소녀괴담’을 택한 건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감성공포라는 장르적 매력 때문이다. ‘소녀괴담’은 그의 기대처럼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10대의 고민과 상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의 감정을 공포물로 승화시킨 꽤 영리한 영화다.
2005년 ‘자매바다’의 아역을 시작으로 주로 TV드라마를 통해 대중과 친숙해진 김소은은 이후 ‘꽃보다 남자’(2009)의 가을, ‘바람 불어 좋은 날’(2010)의 오복 역으로 정점을 찍으며 안방극장의 히로인으로 급부상했다. 이는 성인 연기자로 비상하려는 그에게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특히 만년 소녀 같은 귀여움과 단아하고 여성스러움을 골고루 갖춘 그의 매력은 그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그는 말한다. 애초부터 품었던 연기적 목표는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었다고. 그는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특유의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그의 매력까지 더해진 ‘소녀괴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는 귀신을 보는 외톨이 소년(강하늘)과 소녀귀신의 우정, 그리고 학교에 떠도는 괴담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첫 시나리오 너무 잔인
거절했더니 순화시켜
2월 강원도 횡성서 촬영
잠갔던 차 창문이 열려
미스터리한 일도 발생
-‘두 사람이다’ 이후 7년 만의 영화 출연이다. 그동안 영화 출연제의도 많이 들어왔을 텐데 특별히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 영화를 매우 하고 싶었다. 애초 연기를 시작한 것도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드라마로 일이 잘 풀리다보니 계속 드라마를 하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영화 출연제의가 많이 있었지만 빠듯한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의’가 끝난 후 좀 여유가 생겼고, 이때다 싶어 ‘현기증’과 ‘소녀괴담’ 두 편을 내리 찍었다. ‘현기증’은 그동안 밝은 역할만 하다보니 어둡지만 연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고, ‘소녀괴담’은 뭔가 배우로서 또 다른 욕심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 1인 2역 캐릭터가 나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순 공포였으면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소녀괴담’은 공포와 멜로, 드라마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가 무척 마음에 들었나보다.
“처음 시나리오는 굉장히 셌다.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했다. 그래서 못하겠다고 말했더니 많이 순화돼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 로맨스 비중이 커진 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웃음)
-사실 공포물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왕따, 폭력, 무관심 등을 소재로 한 사회성 짙은 드라마에 가깝다. 아직 20대인 만큼 극 중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듯하다.
“솔직히 공감은 안 됐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그런 왕따나 학교 폭력이 전혀 없었다. 내가 1회 졸업생이었는데 학생도 많지 않았고 다들 같은 동네에서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오던 사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다중적인 성격을 지닌 귀신이다.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했나.
“그 점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소녀의 모습일때는 나의 평소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좀 개구지고 귀여운 면도 보여주면서 약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주문하셨다. 대신 귀신으로 등장할 때는 의상이나 분장으로도 많이 커버가 되겠지만 눈빛과 목소리로 확연히 대비를 주자고 하셨다. 특히 귀신 목소리는 내 목소리에 다른 분 목소리를 믹싱해서 변화를 주었다.”
-결과물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일단 귀신인 나보다 오히려 상대 배우들이 더 무서워했다.(웃음) 그래도 적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촬영을 한 것 치고는 완성도가 좋게 나왔다. 배우들의 파이팅이 넘쳐났던 현장분위기 덕분에 그런 것 같다.”
-감성공포를 표방했다는 점도 나름 신선했다.
“감성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분위기와 중간중간의 공포요소, 그리고 김정태 선배님이 책임지신 웃음 코드,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대치에 부합했다고 본다.”
-귀신 연기보다 추위와의 싸움이 더 어려웠다고 들었다.
“2월 강원도 횡성에서 한 달반 동안 촬영했는데 정말 죽다 살아났다는 느낌이었다. 혼이 빠졌다고나 할까. 너무 더워도 머리가 하얘지는데, 그런 것처럼 추우면 멍해질 때가 있다. 나는 몇 번씩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귀신 역할이다 보니, 다른 배우들과 의상이 달랐다. 모두 동복을 입고 촬영할 때 흰 셔츠에 조끼 하나만을 걸친 춘추복을 입고 촬영해서 더욱 힘들었다. 귀신은 입김이 나면 안 된다고 얼음까지 입에 물고 촬영했다.”(웃음)
-즐거웠던 기억은 없나.
“산골이라 배우와 스태프 모두 합숙하다시피 했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 촬영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면 정말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외롭기도 하고. 그래서 매일 모여 술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처음 느껴보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들 정말 친해졌다.”
-상대역인 강하늘과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기인데.
“하늘이와는 1학년 때부터 친구여서 그런지 친해질 시간이 따로 필요 없었다. 그의 연기패턴과 호흡을 잘 알고 있어서 첫 신을 찍을 때부터 오케이도 빨리 나왔다. 영화로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인데, 그래서 반가웠고 그만큼 편했다.”
-미스터리한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김정태 선배님 차가 숙소 앞에 세워져 있었는데 창문과 트렁크가 모두 열려 있다고 연락이 왔다. 분명히 잠그고 오셨다는 거다. 그래서 다시 잠그고 오셨는데 창문이 또 내려갔다는 거다. 그걸 밥차 아주머니께서 똑똑히 보셨다. 나도 이상한 경험을 했다. 씻을 때마다 누가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또 방에서 잘 때는 거실에서 ‘탁탁’ 하는 소리가 나고, 그게 무서워서 거실에서 자면 방에서 똑같은 소리가 났다. 무서워서 방을 몇 번씩 바꾸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소리가 나도 무덤덤해지더라.”(웃음)
-아역 출신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일찍부터 연예계를 동경했었나.
“아니다. 어릴 때부터 스키선수 생활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러던 중 교회 집사님이 모델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다. 이를 계기로 한동안 광고모델 활동을 했다. 특별히 힘든 건 없었지만 좀 허무했다. 그래서 이젠 30초 짜리가 아닌, 30분이나 한 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드라마 ‘자매바다’(2005)로 데뷔를 했다.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연기자가 된 지금은 만족하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엄마가 가끔 사주를 보러 다니시는데 보는 곳마다 내 직업으로는 이게 ‘딱’이라 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엄마가 나보다 더 좋아하신다.”
-혹 평범한 삶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에 대한 환상이 있다. 대학에 들어가면 과팅과 미팅 그리고 OT, MT 등을 꿈꾸게 되는데 나는 그것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게 좀 아쉽다. 그런 건 그때밖에 할 수 없는 추억이다. 이제 동기들은 다 졸업했다. 그래서 학교에 가면 난 할머니 취급을 받는다.(웃음) 지금 2학년 1학기 마치고 휴학 중인데 하늘이는 나보다 한학기가 늦다.”(웃음)
-기회가 되면 원빈과 로맨틱 코미디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빈 선배님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드라마 ‘꼭지’(2000)를 보면서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완전 골수팬이다. 내 희망사항이 원빈 선배님과 같이 출연해보는 것이다.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료봉사하겠다. 그런데 나 말고도 경쟁자들이 좀 있다. 보영이도 그중 한 명인데 그래도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황인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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