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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숭어 건조법 중 하나인 숭어건정. ② 겨울에 더욱 특별한 맛을 선보이는 숭어회. ③ 숭어구이. ④ 양반들에겐 별미 안주로 통했던 영암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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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척 배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가덕도 숭어잡이 어민들의 전통어로인 육수장망. |
숭어 맑은탕, 더 이상 물어 볼 것도 없다. 연안이 깨끗하지 않으면 맑은탕은 불가능하다. 기름이나 오염된 흙이 쌓인 곳에서 자라는 숭어는 날 것도 그렇지만 탕은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다. 간혹 매운탕으로 먹어야 한다고 권하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숭어는 탕으로 끓이기 힘들다. 하지만 겨울철 큼직한 숭어로 푹 끓여낸 맑은탕은 대구탕 못지않다. 쫄깃하고 탱탱한 숭어회를 먹고나자 맑은탕을 끓여냈다. 여기는 전남 무안군 도리포에 있는 숭어전문 식당. 그 앞에 있는 해안은 정부가 보증하는 갯벌보호지역 1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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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면 바다 어디에서나 잡히는 것이 숭어다. 크게 숭어와 가숭어가 있다. 눈을 보면 확실히 구분된다. 숭어는 검은 눈동자를 금테가 감싸고 있다. 가숭어는 검은 눈동자 주변으로 노란 굵은 줄이 감쌌다. 위는 숭어, 아래는 가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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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가덕도 대항마을 허창호 어로장이 망루에서 숭어 잡을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
크기별 모치, 참동어, 7년 자란 숭어
도리포서 잡은 작은 것은 눈부럽떼기
검은 눈동자에 노란줄 감싼 가숭어
여섯척 배로 그물펼치는‘육수장망’
숭어떼 오는 물빛과 그림자로 판단
산 위 망대에서 신호 보내는 어로장
이젠 인건비 탓 전통어로보다 자동화
뻘먹은 숭어 알집 진상품 ‘영암어란’
정월 내놓는 숭어회 찰진 식감 반해
살짝 데쳐 먹는 숭어껍질 콜라겐 풍부
풍어시기 말려 두고 먹는 숭어건정
◆숭어…눈부럽떼기
숭어는 출세어다. 자라면서 크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다. 우리나라 어류 중 방언이 가장 많은 물고기다. 모치, 동어, 글거지, 애정이, 무근정어, 무근사슬, 미패, 미렁이, 덜미, 나무래미, 살모치, 뚝다리, 모쟁이, 모그래기, 수어… .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잡혔으면 그렇게 많은 이름을 갖게 됐겠는가.
제일 작은 새끼를 ‘모치’라 한다. 그냥 통째로 묵은지에 싸 먹거나 구워 먹는다. 지금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포장마차에서 간혹 볼 수 있었다. 젓을 담기도 했다. 더 크면 ‘참동어’, 조금 더 크면 ‘손톱배기’, 이어서 ‘댕가리’ ‘무구럭’ 그리고 7년은 자라야 숭어라 했다. 오늘 상에 오른 숭어쯤 될까.
도리포에서는 큰 것은 숭어, 작은 것은 ‘눈부럽떼기’라고 한다. 잡은 숭어가 작아 ‘너도 숭어냐’라고 했다가 화가 난 숭어가 눈을 부릅떴다는 것이다. 숭어 눈을 보고 숭어와 가숭어를 구별하기도 한다.
전라도에서는 참숭어, 보리숭어, 개숭어, 가숭어 등이 있고, 부산·경남에서는 밀치라는 말도 사용한다. 3면 바다 어디에서나 잡히는 것이 숭어다. 크게 숭어와 가숭어가 있다. 눈을 보면 확실히 구분된다. 숭어는 검은 눈동자를 금테가 감싸고 있다. 가숭어는 검은 눈동자 주변으로 노란 굵은 줄이 감쌌다. 모양새는 숭어는 통통한 유선형, 가숭어는 라인이 살아 있는 날렵한 유선형이다.
숭어는 늦가을에 먼 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가숭어는 봄철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가숭어는 산란 전 겨울부터 초봄까지 맛이 좋다. 반대로 숭어는 알을 낳고 난 후 겨울에는 맛이 없고 왕성한 먹이활동을 한 후 보리가 익어갈 무렵에 맛이 좋아 ‘보리숭어’라 불렀다. 여름철에는 어느 숭어나 맛이 없다. 그래서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했다. 숭어 눈에는 투명한 보호막이 있다. 이 막은 늦여름부터 자라 겨울이면 완전히 눈을 덮는다. 그래서 겨울에는 연안에서 그물에 잘 걸린다.
◆숭어를 기다리는 사람들
부산 가덕도는 ‘숭어들이’로 유명하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3월부터 5월까지 봄 한철 가덕도 대항마을 주민 19명은 숭어잡이에 나선다. 여섯 척의 배에 탄 주민들이 그물을 펼쳐 잡는 전통어법이다. 이를 ‘육수장망’이라 부르는데 160여년 전통이다.
중책을 맡은 자는 ‘어로장’이다. 산위 망대에서 숭어 떼가 오는 것을 물빛과 그림자로 판단해 근처 배에서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대다수 어로장은 40~50년의 베테랑. 허창호 어로장은 한 번 그물질에 3만여마리까지 잡기도 했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쉽게 차를 이용해 시내로 운반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배로 옮겨야만 했다. 소비할 양이 넘치면 살려줬다가 다음 날 잡기도 했다. 주민들은 어번기 내내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배 위에서 생활한다. 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있어 어로장이 숭어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숭어잡이가 계속된다.
그런데 어쩌랴, 그물 지킬 주민들은 나이가 들고 들어오는 숭어는 자꾸 줄어든다. 인건비도 올라 더 이상 전통어로가 어렵게 되었다. 고육지책으로 자동화를 시도했다. 망대에서 어로장과 부어로장, 그리고 바다에는 선장 한 사람이 지킨다. 사람 힘으로 들어 올리던 그물은 이제 기계에 의존한다. 초창기에는 28명, 이젠 19명에서 3명으로 격감했다.
조류 거세기로 유명한 진도 울돌목, 일명 명량에서도 역시 숭어를 기다렸다 잡는다. 이를 ‘뜰채숭어잡이’라고 한다. 봄철이면 웅웅거리며 흐르는 명량 해역을 거슬러 오르는 숭어를 잡는다. 거친 조류를 헤치고 지나다 힘에 부친 숭어들이 해안으로 이동해 거슬러 올라갈 때 뜰채로 낚아채는 어법이다. 뜰채가 허공을 가르니 자루에 숭어가 퍼덕거린다. 구경꾼들이 탄성을 지른다. 진도대교를 만들던 인부들이 시작했다는 설과 우수영 김씨가 뜰채를 이용해 숭어를 잡았다는 이야기 등이 전한다.
◆어란 이야기
바다를 건너온 봄의 정령들이 다도해를 지나 갯벌을 찾아 서해로 올라온다. 그중 우두머리격인 놈들이 강으로 오르면 영산강에 기대어 사는 어부들은 발을 엮는다. 갈대로 만든 발을 강에 띄우고 그 앞에 떼줄을 놓았다. 그리고 몽둥이를 들고 강물을 치면 놀란 숭어가 깊은 곳으로 몰려든다. 눈이 밝은 숭어가 떼줄을 보고 놀라서 뛰어넘다 떼발에 떨어지면 두들겨서 잡는 방법이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말처럼 그 습성을 이용해 영산강 하류에서는 ‘떼발’로 숭어를 잡았다. 그물체험이나 개막이 체험에 곧잘 드는 어류도 숭어다. 건강망, 자망, 홀치기낚시 등 다양한 어법으로 숭어를 잡는다.
영산강 물길이 막히기 전에는 ‘몽탄 숭어’가 유명했다. 숭어만 아니라 그 알로 만든 어란이 더 유명했다. 알배기 숭어가 영산강을 거슬러 몽탄강 기름진 감탕에 머리를 박고 산란을 위해 몸을 만들었다. 이렇게 뻘을 먹고 자란 숭어를 ‘뻘거리’라 했다. 뻘거리 숭어를 잡아 알집이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꺼내 소금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 후 묽은 간장에 담가 색깔을 내고 간을 맞춘다. 그리고 나무판자를 올리고 돌로 눌러 납작하게 모양을 잡는다. 이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리며 하루에 두세 번씩 뒤집어 가며 참기름을 바른다. 한 달여 정성을 들이면 호박 빛을 띤 어란이 완성된다. 이게 진상품 ‘영암어란’이다.
숭어는 회로 먹고 말려서 찜을 해먹고 탕으로 먹는 서민음식이지만 어란은 양반들이 즐겼다. 어란을 얇게 썰어 혀 위에 올려놓으면 눈 녹듯 고소한 향기와 함께 사라진다. 야박할 만큼 얇게 썰어 입천장에 붙이고 술 한 모금 머금고 혀로 살살 굴리면서 먹었다. 미식가에겐 최고급 술안주였다. 이젠 전설이 되었다. 더 이상 몽탄숭어로 만든 어란을 맛 볼 수가 없다.
◆망자도 기억하는 맛
나주 영상포 사람 중에는 구진포 앙암바위까지 올라와 숭어와 장어를 잡아 생계를 잇기도 했다. 산사람만 아니라 귀신들도 숭어를 좋아하는지 제물에 숭어가 곧잘 오른다.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어류다. 이를 두고 민속학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영물로 여겼다. 큰 굿이나 제사에 올렸다. 바닷물이 턱밑까지 올라왔던 나주에서는 제사에 숭어를 올렸다. 서울 진오귀굿에서는 숭어가 망자를 상징하기도 했다. 숭어는 영산강이나 한강이나 낙동강이나 강어귀의 터줏대감이다. ‘동의보감’에는 ‘숭어는 갯벌을 먹으므로 백약에 어울린다’고 했다. 연안이 깨끗하고 갯벌이 오염되지 않았던 시절에 어울리는 말이다. 숭어가 앉은 자리는 뻘도 고소하다고 했지만 이젠 아닌 것 같다.
겨울 숭어 맛 모르고 봄을 맞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특히 정월에 먹는 숭어회는 도미회가 울고 갈 만큼 찰지고 식감이 뛰어나다. 하지만 어디서 잡아온 숭어인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깨끗한 섬이나 연안에서 잡은 숭어, 특히 겨울 숭어가 으뜸이다. 도리포에서는 숭어회와 함께 내놓은 것이 숭어껍질이다. 살짝 데쳐 내놓는 숭어껍질은 엘라스틴과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에도 좋다. ‘숭어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무안이나 신안에서는 숭어가 많이 잡힐 때는 숭어를 말려 두고두고 먹는다. 이를 ‘숭어건정’이라 한다. 철이 지나도 전, 튀김, 생선가스 등으로 별미다. 해마다 우리 곁을 떠나는 바다고기들이 늘어 간다. 그래도 변함없이 겨울철 식객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숭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이참에, 겨울 숭어여행을 떠나보자.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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