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미용사, 미용하는 상담사' 대구 용산동 배옥림 원장

  • 최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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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5   |  발행일 2020-01-15 제14면   |  수정 2020-01-15
"미용과 상담, 기술은 다르더라도 마음 어루만지고 다듬는 건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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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하는 심리상담사 배옥림 원장은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

'미용하는 상담사, 상담하는 미용사'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실천하고 있는 배옥림 미용실 원장(60·대구 달서구 용산동). 배 원장의 미용실을 찾았을 때, 미용실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힘들었겠네요" "애 많이 썼네요"
말 한마디에 눈물짓는 손님 보며
대학원 진학 전문자격까지 갖춰
"우울한 생각 갖고 오는 사람 많아
기분 좋아져 나갈때 감사함 느껴"


배 원장은 자녀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적성에 맞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미용사의 길을 선택했다. 딸을 업고 다니면서 미용을 배웠고, 둘째인 아들이 태어나던 1987년에 미용실을 개업했다.

배 원장은 서른에 방송통신고에 입학했다. 당시 두 살인 아들과 네 살인 딸을 키우는 것만으로 힘들었지만, 배움의 욕망은 배 원장을 조금씩 삶의 특별한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용실 운영과 자녀 양육 등으로 쪽잠을 자며 학업에 열중한 배 원장은 "1993년 고등학교 졸업 때 전교 1등을 했고, 정말 열심히 신나게 공부해서 공부에 대한 한을 풀었다"고 했다.

배 원장은 오랫동안 미용 일을 하면서 우울하거나 마음의 변화를 주고자 할 때 미용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고, "힘들었겠네요" "애 많이 썼네요" 등의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한 말들은 배 원장이 살아오면서 힘들었을 때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한다. 배 원장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손님에게 하니까 고마워하며 우는 사람이 많았고, 후련한 마음이 든다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했다.

배 원장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며, 말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체험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쓰임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계명문화대 사회복지상담학과와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해 상담사로서 전문적 자질과 자격을 갖춰 청소년 공공기관에서 청소년상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배 원장은 "미용과 상담이 기술적인 면에서는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듬는다는 것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긍정의 변화를 바라며 미용실을 찾고, 기분 좋게 미용실 문을 나갈 때 내 손길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람들 사고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상담과 미용의 닮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잘 자라준 남매와 묵묵히 지지해 준 남편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배 원장은 "공감과 위로로 사람을 어루만지는 상담하는 미용사, 미용하는 상담사로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사진=최미희 시민기자 sopi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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