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한국당의 민심 난독증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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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4   |  발행일 2020-01-15 제30면   |  수정 2020-01-15
총선 앞두고 야당 약세 계속
'검찰학살'에도 찬반론 팽팽
'국정발목 잡는 야당' 인식 탓
'공수처 반대론'-'윤석열' 충돌
매도보다 이름값 보완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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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식 서울본부 취재부장

2020년11월3일 미국 대선이 1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현지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취임 이후 국제사회 질서를 뒤흔드는 갖가지 돌출 행보와 국민 정서에 안 맞는 막말, 기행, 동맹 경시 등으로 자신이 속한 공화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민주당 내에 뚜렷한 대항마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 재선을 넘보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런 평가는 한국의 4월 총선 구도에 대입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문재인정부의 '족보' 없는 경제정책은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고, 동북아 외교안보는 초유의 불안상태를 경험하고, 정권 실세 수사 중인 검찰 간부들이 거침없이 좌천되는 인사가 감행돼도 도무지 야당 지지율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격차는 10% 포인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개혁보수'를 내세우며 새로 출범한 새로운보수당은 '이혼'한 바른미래당과 별 차이가 없다. 

 

그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들을 겨냥해 '좌파독재' 음모론을 제기하며 결사 저지투쟁을 벌였던 한국당 입장에선, 문재인정부 독주와 전횡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한 '검찰 학살' 인사를 계기로 민심이 폭발해야 정상일 것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지금 정권심판에 대한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 여론은 인사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민심이 이런 데도 보수 진영은 원인 진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우선 귀에 익은 '보수 분열'에 혐의를 두고 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방향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는 못 미치고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보다 '야권심판론'이 높게 나온 결과를 보수분열 탓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국민들 사이에는 '국정 발목 잡은 야당'이란 인식이 더 강하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당이 아무리 '검찰 학살'이라고 외쳐도 많은 국민들에게는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고 검찰개혁 반대로 보이는 것이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좌파이념에 집착한 탓에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해왔다. 한국당이 총선 공약1호로 내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에 관한 한, 그 지적은 한국당이 들어야 한다. 보수진영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에 국민 보편적 인식과 동떨어진 판단이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한, 임용자는 그의 주구(走狗) 역할밖에 할 수 없는가?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사냥개 노릇을 하지 않고 주인을 물려고 하는가? 그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려 한다"며 또다른 반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선거 승리는 진리 추구와 달리 민심을 충분히 헤아리는 측에 돌아갔다. 북미정상회담이 '위장평화 쇼'라면서 국민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가 참패를 자초했던 게 직전 선거의 추억이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수처가 좌파독재용이라고 매도만 하지 말고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란 이름값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완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도보수 민심과의 거리를 좁히는 지름길일 것이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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