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궁합을 반풍수에게 보지 마라

 

명리상담을 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가령 따님은 배우자복이 이렇게 저렇게 나쁘니 배우자 선정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면 고객이 “다른 데서 물어보니 배우자복이 좋다고 하던데요.”라거나, 아드님은 자식복이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나쁘니 이러이러한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고 하면 고객이 “다른 데서 물어보니 자식복이 좋다고 하던데요.”라고 하는 경우다.

화가 나는 이유는 세 가지다. 명리학의 기초조차 익히지 않는 자들이 함부로 남의 인생을 말하는 일에 화가 나고, 그런 자들의 말을 신의 말씀처럼 모시고 신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데 화가 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다. 그러나 그 화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웃어넘긴다. 지나 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명리상담을 하다가 가장 화가 나는 때는 고객이 어디 가서 잘못 본 궁합을 다시 보는 경우, 어디 가서 잘못 본 궁합으로 혼인이 깨지는 사실을 접하는 경우다. 반풍수가 나쁜 궁합을 좋다고 해서 결혼했는데 파탄난 경우를 접하거나, 반풍수가 좋은 궁합을 나쁘다고 해서 성혼을 못한 경우를 접하면 매우 화가 난다. 올해 운이나 내년 운을 잘못 봐주면 그로 인한 폐해가 한 해로 끝날 수 있지만, 궁합을 잘못 봐주면 두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평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므로 그런 엉터리 궁합을 봐준 자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근래 코로나19로 조용히 지내는 가운데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지인의 딸인 40세 노처녀(辛酉년 乙未월 丙申일 戊子시)가 47세 노총각(甲寅년 丙子월 甲辰일 己巳시)과 미팅을 하려 했는데 남자의 어머니가 궁합이 나쁘다고 하는 바람에 허사가 된 일이다. 어디에 무엇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궁합이 나쁘다고 하더냐고 지인에게 물었더니, 남자의 어머니가 단골로 다니는 철학관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했다는 것이다.

허, 참.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왜 나쁜지 까닭을 말하지 않는다니 이해 부득이었다. 도대체 그 철학관이 어떻게 봤길래 나쁘다고 했을까 하고 시중에서 횡행하는 잘못된 궁합법(납음오행 궁합법, 구궁궁합법, 가취멸문법, 띠궁합법)을 일일이 적용해서 보니 띠궁합법으로 봤고, 그 중에서 원진(元嗔/怨嗔)으로 봤다는 답을 얻었다.

띠궁합이란 태어난 해(생년)의 지지 곧 연지(年支)로 보는 궁합법이다. 띠와 띠끼리 삼합(三合)·육합(六合)이 되면 좋은 궁합이고, 원진이 되면 나쁜 궁합이고, 충(冲)·형(刑)·해(害)·파(破)가 되어도 나쁜 궁합이라고 판단한다. 앞 사례자의 띠를 보면 노총각은 범띠이고 노처녀는 닭띠이다. 두 사람의 띠를 대조해보면 삼합도 안 되고 육합도 안 되니 좋은 궁합이 아니며, 충·형· 해· 파가 안 되니 나쁜 궁합도 아니다. 그런데 범띠와 닭띠의 만남으로서 寅酉원진의 관계이다. 그래서 그 철학관은 두 사람의 궁합이 나쁘다고 했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12개의 띠 가운데 원진이 되는 띠는 쥐띠-양띠, 소띠-말띠, 범띠-닭띠, 토끼띠-원숭이띠, 용띠-돼지띠, 뱀띠-개띠 사이다. 원진 혹은 원진살이란 서로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의미다. 원진 관계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므로 궁합이 나쁘다고 본다. 의처증과 의부증을 낳고, 그래서 고독하게 지내고 이별하므로 궁합이 나쁘다고 한다.

원진 관계가 되면 왜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보면 황당하다.
子未원진: 쥐는 양의 뿔을 싫어한다(서기양두각鼠忌羊頭角)
丑午원진: 소는 말이 밭 갈지 않는 걸 미워한다(우진마불경牛嗔馬不耕)
寅酉원진: 범은 닭의 뿌리가 짧은 걸 미워한다(호증계취단虎憎鷄嘴短)
卯申원진: 토끼는 원숭이의 굽은 허리를 싫어한다(토원후불평兎怨猴不平)
辰亥원진: 용은 돼지의 검은 얼굴을 싫어한다(용혐저면흑龍嫌猪面黑)
巳戌원진: 뱀은 개가 짖어대는 소리를 싫어한다(사경견폐성巳驚犬吠聲)

원진의 이유를 자세히 보면 12개 띠를 상징하는 동물이 서로의 모습과 행동에 대하여 상호작용하는 상황·감정·심리를 묘사한 한자성어(漢字成語)임을 알 수 있다. 시중 철학관은 이렇게 만들어진 원진 관계를 남녀의 띠(생년)에 적용해서 “두 사람은 원진살이 있으니 궁합이 나쁘다.” “서로 미워하고 싸우다 이혼한다.” “절대 결혼하면 안 된다.”라고 궁합을 봐 준다.

이렇게 궁합을 볼 때 사용하는 원진은 2개 지지의 조합으로 이뤄졌으며 모두 6개이다. 이를 ‘지지 원진’이라고 부르겠다. 명리학은 이 ‘지지 원진’을 채용하지 않는다. 왜? 적용하면 맞지 않으니까. 명리학은 10개 천간과 12개 지지의 조합으로 이뤄진 24개 원진 곧 ‘간지 원진’을 채용한다. 왜? 적용하면 맞으니까. 그러므로 지지 원진으로 보는 궁합이 맞지 않다.

그런데도 시중 철학관은 지지 원진을 금과옥조로 삼아 궁합을 보고, 사람들은 그렇게 본 궁합을 철석처럼 믿는다. 사람들은 원진 혹은 원진살에 대한 엄청난 공포감을 갖고 있다. 철학관에서 “두 사람 사이에 원진살이 끼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절대 결혼하면 안 되는 사이요 결혼했다간 철천지원수가 되어 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중 철학관에서 말하는 원진은 간지 원진이 아니라 지지 원진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믿지 마시라.

시중 철학관은 이렇게 남녀의 띠와 띠끼리 원진이 되면 가장 나쁜 궁합이라고 하지만, 남녀의 띠와 띠끼리 충·형· 해· 파가 되어도 나쁜 궁합이라고 한다. 이는 맞지 않으니 믿지 마시라. 그리고 시중 철학관은 남녀의 띠와 띠끼리 합(삼합 또는 육합)을 이루면 “합이 있어서 좋다.”느니 “합이 되니 좋다.”라고들 말한다. 이도 맞지 않으니 믿지 마시라.

띠로 보는 띠궁합법이 맞지 않으니 믿지 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띠궁합법은 1천 년 전에 이미 용도 폐기된 고법(古法)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법이란 운명의 주체인 나(我)는 생년에 있다는 이론으로 운명을 봐왔던 옛날 간법이요 낡은 간법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중국 오대와 송나라 사이의 사람 서자평(徐子平)이 운명의 주체인 나(我)는 일간(日干)에 있다는 이론으로 명리학을 체계화하고, 이 이론이 합리성을 확보하면서 생년 중심의 간법은 실제 운명 감정에 맞지 않으므로 자연히 그 용도가 폐기되었다.

그런데도 시중의 철학관은 쾌쾌묵은 간법이자 쓸모를 잃어버린 간법인 고법에 뿌리를 둔 띠궁합법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궁합을 봐주니 화가 나고,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띠궁합법으로 본 궁합 내용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자녀의 배필을 정하고 있으니 화가 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좋은 인연이 깨지고 나쁜 인연이 맺어지니 화가 나는 것이다.

시중 철학관에서 “두 사람은 합이 있어서 궁합이 좋다.” 거나 “두 사람은 충이 있어서 궁합이 나쁘다.”거나 “두 사람한텐 원진살이 있어서 궁합이 나쁘다.”고 하면 그 합과 충과 원진살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어보라. 그게 태어난 해(띠)에 있느냐 태어난 날에 있는가를 물어보라. 그 철학관이 그게 태어난 해에 있다고 하면 띠로 궁합을 보는 엉터리 철학관이므로 그곳의 말을 믿지 마시라. 아니 그보다 아예 궁합을 본 결과를 종이에 써달라고 하는 게 현명하다.

결혼은 인생지대사이고 궁합은 결혼지대사이다. 부부의 일생과 운명을 좌우하는 궁합을 반풍수한테 묻지 말라. 띠로 궁합을 보는 자는 반풍수다. 반풍수는 집안을 망하게 한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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