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김동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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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2   |  발행일 2020-05-22 제39면   |  수정 2020-05-22
"고교생 性매매 포주 충격적 소재 스토리…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수업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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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게 꿈"인 고등학생 오지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매 알선 일을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마중물이 될 대학 진학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부모 없이 가난하게 살지만 학업 성취도가 높은 지수는 일류대 진학이 목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커다란 범죄인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올해 최고의 '문제작'이 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고등학생이 성매매 포주라는 도발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지수 역은 웹드라마 '에이틴'(2018)으로 데뷔한 후 'SKY 캐슬'(2019) '이태원 클라쓰'(2020)로 연타를 날린 신예 김동희가 연기했다. "절벽 끝자락에 놓여 아등바등하는 지수의 모습에 끌렸다"는 김동희는 한순간의 엇나간 선택으로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수의 복잡한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우리가 생각했던 지수 그 자체였다"라는 김진민 감독의 말처럼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스스로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다.

▶청소년 범죄 가해자들이 주인공인 '인간수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소재다. 시나리오를 읽은 첫 느낌은 어땠나.

"작품의 제목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읽었는데 되게 충격적이었다. 그래선지 소재가 주는 두려움보다는 극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한편으론 지수라는 친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는데, 다가가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만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인간수업' 자체도 한국에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연민으로 똘똘 뭉친 지수는 상상도 못할 범죄로 돈을 벌지만 그게 크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인데 연기하기 꽤나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접근했나.

"지수의 감정은 정말 어려웠다. 감독님이 '느껴지는 대로 움직여라, 테이크마다 달라도 된다'고 모든 걸 열어주셨지만 지수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당연히 이해할 수도 없었고. 지수는 이중성이 강하고 반전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고 조용한데,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무서운 친구다. 그런 지수의 양면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중반까지는 지수의 소극적이고 사회성 없고 여린 모습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후부터는 절벽 끝에 놓여 있는 지수의 복잡한 감정들이 처음과 잘 대비되도록 표현했던 것 같다."


"쉽지 않은 역할…두려움보다 부담감 커
학교서는 존재감도 없고 평소 조용한 아이
언제 무섭게 돌변할지 모르는 이중적 반전
관찰자 시점 지수 지켜봐야 메시지 전달돼
감정적 신 많아 힘들었지만 즐기려고 애써
잘 해야겠다는 욕심보다 충실하려고 노력"

"고교때 뮤지컬 오디션 주연 발탁 배우의 길
지금 나이에 할수 있는 역할 다 해보고 싶어"



▶'인간수업'을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했을 텐데.

"친구들이 보고 나서 '찝찝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수를 용서하면 안 되지만 어느 순간 이입해서 보면 지수가 안타깝고, 안 잡히면 좋겠고, 불쌍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철저히 관찰자 시점에서 지수를 지켜봐야 한다. 지수나 다른 캐릭터에 이입해서 보면 이 드라마를 제대로 따라갈 수도 없고 보는 사람이 말도 안되게 힘들어질 수 있다. 그 점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잘 전달된 것 같다."

▶주요 배역이 모두 오디션으로 선발된 신예 배우들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보통 현장에 가면 비슷한 또래와는 장난도 치고 대화도 많이 하는데 '인간수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 나는 지수가 품고 있을 긴장감과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들을 늘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지수는 사회성이 없는 친구이다 보니 다른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면 촬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그들과 거리를 두려 했고, 모든 면에서 많이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지금은 그들과 다 친하게 지내고 있다." (웃음)

▶짝사랑했던 규리(박주현 분)는 지수를 궁지에 몰아넣은 후 함께 범죄에 엮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애증의 관계인데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규리는 스스로 정한 목표가 뚜렷하고 목적의식이 강하다. 지수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수에게 있어 우선순위는 자신의 평범한 삶이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듯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100%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70% 혹은 30%만 좋아할 수 있다. 어떨 때는 그 감정마저 긴가민가할 때도 있는데 지수가 그런 경우다. 규리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이 포주의 관계로 함께 엮이게 되면서 차츰 원망의 대상으로 바뀌는 것처럼 지수는 줄곧 혼돈 속에서 지낸다. 처음에는 대사를 어떻게 치고 감정은 어떻게 잡고,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집에서 대본을 읽으면서 미리 정해 놓았다. 그런데 (연기가) 좋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어떤 감정을 정해놓기보다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상황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려고 했다. 주현 누나가 어떻게 연기할지, 어느 정도 에너지로 호흡을 줄지 모르니까 주는 만큼 되받아치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누구보다 풋풋한 청춘물과 멜로에 어울리는 외모인데 전작들에서도 사랑을 받을 만한 캐릭터는 거의 연기한 적이 없다.

"평소에는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평범한 멜로나 청춘물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복잡한 내면을 지닌 친구들이 많았고, 지수 역시 그가 지닌 양면성과 이중성을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려운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들을 선호하는 건 아닌데 감독님들은 내가 이런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기한 건 나도 그런 캐릭터들을 연기할 때 엄청 재미를 느낀다는 점이다."

▶지수를 연기하면서 매 순간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덕분에 연기적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촬영 당시에는 온전히 나 자신과 촬영에만 집중했다. 뒤로 갈수록 감정적인 신들이 많아 연기하기가 힘들었는데 주위 반응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수 캐릭터와 '인간수업'에 올인했다. 사생활도 없었다. 누군가와 사적인 대화를 나눈 건 고작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 정도다. 그래서 가급적 이 상황을 즐기려 했고, 잘해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순간에 충실하려고 했다."

▶최민수, 박혁권, 박호산 같은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TV에서만 보던 베테랑 선배님들과 연기하게 돼 긴장도 많이 했는데 기죽거나 에너지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할 때만큼은 지수의 감정에 열심히 몰입했다. 최민수(해결사 왕철 역) 선배님은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대본 리딩을 할 때 내 옆에 앉아 계셨는데 에너지가 진짜 사자 같았다. '이게 배우의 에너지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혁권(담임 선생님 역) 선배님은 촬영 끝나고 자주 맛집에 데려가 주기도 하고 너무 편하고 재밌으셨다. 아버지 역할의 박호산 선배님과는 일반적인 부자관계와 달라 다소 혼란스러웠다. 특히 꿈장면에서 어떤 식으로 아버지를 대해야 할지 내 머릿속에선 도통 그림이 안 그려졌는데, 최대한 어처구니없게 만들어보자고 말을 해서 쉽게 풀렸던 기억이 난다."

▶본인이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게 된 인간수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 스스로에 대한 도전, 배우로서의 도전, 작품에 대한 도전 등 모든 게 도전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주변에서 좋게 봐주셔서 낯설고 신기한 상태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그럼에도 이 도전에 나름 의미를 두고 싶다. 앞으로 도전하게 될 모든 것들에 대해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다."

▶연기자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중학교 때 밴드부에서 활동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연기의 꿈을 품기 시작한 건 (안양)예고로 진학하면서다. 처음에는 무작정 노래가 좋아서 부모님에게 예고에 가겠다고 했지만 막상 1학년 때는 별다른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주최하는 뮤지컬 오디션의 주연으로 발탁돼 무대에 서면서 목표가 세워졌다. 커튼콜 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는데 그때의 여운이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게 스타트가 된 것 같다.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다.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고, 무대에도 다시 서고 싶다."

▶'인간수업'이 시즌2를 암시하며 끝났다. 시즌2에선 지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나 역시 작가님에게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다. 아직 시즌2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지만 지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나름 생각은 많이 한다. 지수가 새로운 조력자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고, 지수와 규리가 함께 떠돌이가 되거나 벌을 받을 수도 있을 거다. 또 둘 중 하나가 배신을 할 수도 있겠지. 아무튼 여러 스토리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떠오른다."

▶이제 시작인데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도 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은 교복을 입은 학생 캐릭터로 자주 만나고 있는데, 내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건 10년 후다. 그때가 되면 내 나이 32세다. 아무래도 지금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으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계점과 자주 맞닥뜨릴 것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그 폭을 최대한 좁히고 싶다. 당장 보이는 성공여부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더디고 늦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어른 배우가 되고 싶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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