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겠죠…가족과 함께 "힘내소"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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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1   |  발행일 2021-01-01 제33면   |  수정 2021-01-01
辛丑年에 전하는 3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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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신축년 새해맞이 소 그림전' 포스터.
코로나19가 분양하기 시작한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코로나와 코리아. 이쪽 코가 저쪽 코를 몰아대는 형국을 '코코데믹'이라죠. 정규직은 천국, 비정규직은 지옥이랬는데, 이젠 온라인이 천국, 오프라인이 지옥으로 폭망 중입니다.

내몰린 서민의 꿈도 주식과 부동산 사이에 거미줄처럼 걸려있네요. 언젠가부터 편의점 삼각김밥이 그들의 양식. 배달맨으로 내몰린 청년들이 괴물로 진화 중인 것 같네요.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온다'는 덕담을 더는 믿지 않으려는 표정이네요. 결혼 NO, 집 NO, 직장 NO. 그리고 내친김에 대한민국까지 NO. 어떤 배달족은 '이번 인생 이렇게 박살이 나버렸으니…'라며 정부 바짓가랑이만 잡고 연명하려 드네요. 파워 유튜버들은 당신의 길을 가라고 강권합니다. 과연 가고 싶은 길, 그런 곳이 있을까요.

음지와 음지 사이. 사이비 교주들이 연일 상종가라는 소문도 들리네요. 그들은 그런 설법을 하죠. 모든 게 틀렸다. 내게 오라. 내가 곧 길이라고.

밤늦게까지 배송가를 부르고 있는 배달의 천사들. 그들이 내미는 신축년 첫 정크푸드.

아무리 악을 써도 달라지지 않는 누군가의 우울한 팔자. 나랏님, 아니 하늘님을 째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술김에 한영애가 불렀던 '조율'의 한 구절을 흥얼거리네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요즘 인기가 시들해진 소설가 이외수가 오래전에 한 말이 요즘 곧잘 떠오르네요. '초월보다 일상이 몇 배 더 신비스럽다'가 맞는 것 같아요. 일상의 내공.

일상이 평화로우면 초월은 폭망이죠. 일상한테 밀린다는 건 욕망이 좀비로 변해 자길 잡아먹는 형국이랄 수 있죠. 환상이 이상을 압도·지배할 때 생기는 심리의 이율배반 같은 거겠죠.

희망이 절망으로 굽이쳐가면 그때 정체불명의 환상주의, 몽상주의, 자기파괴주의 등이 득세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유튜브가 핵폭탄처럼 장착된 스마트폰을 '빅브라더'로 영접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자기 안에 수많은 자기를 증식할 수 있게 됐죠. 다인격체, 그렇습니다. '멀티페르소나'입니다. 수많은 내가 나를 주장하기에 진정 자신이 누구인가를 망각하게 되죠. 자연 숱한 주장과 주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탐닉하게 되죠. 밤새 채널만 돌리다가 곯아 떨어져 버리는 소파 위의 무력한 남성과 여성. 그들은 더 이상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걸 거부합니다. 나중엔 부모도 효자도 증발할 수 있겠죠. 이혼을 해도 부모가 죽어도 무덤덤한데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패닉에 빠져드는 신종족. 그게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지…. 세금몰이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정부와 달리 날이 갈수록 잔고가 해쓱해져 가고만 있는 국민. 그 종착역이 궁금합니다.

아무튼 1월1일입니다. 일상이 붕괴 되면 세상도 끝이겠죠. 코로나로 지구상 모든 공항은 다 폐쇄되어도 단 한 곳, 인류가 마지막 불시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항만은 연중무휴입니다. 우린 그걸 사수해야 합니다. 그 공항 이름은? 패밀리에어포트, 그렇습니다. '가족'이죠.

희망의 공항으로 독자 제현을 데려가 줄 3명의 명사가 보내온 신축년 편지로 위클리포유 신년호를 장식해 봅니다. 부디, Happy new year!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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