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정보 제공…방송가 새 트렌드 '교양형 예능'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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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5 07:42  |  수정 2021-03-25 07:48  |  발행일 2021-03-25 제15면
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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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MBC '심야괴담회',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시대. 안방극장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교양형 예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뜨겁게 떠도는 미스터리 음모론과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화두 삼아 잘근잘근 씹듯 음미해보고, 잘못 알려진 과거 사실들은 바로잡아 '지금' 시점에서 기억해야 할 현대사의 과제로 제시한다. 곁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시청자들과의 정서적 소통을 통해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이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실제사건·숨겨진 이야기 조명
인터넷 떠도는 음모론도 다뤄
시청자 지적 호기심 충족시켜


◆예능 본령에 더해진 지적 호기심

교양형 예능의 출현은 '재미'를 넘어 '정보'를 얻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에 부합한다. 떠들고 웃고 먹고 노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예능의 본령에 더해 앎과 깨달음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다. 매우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관심사인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역사·음식·도서·미술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과 함께 재미까지 담보할 수 있다면 자기복제에 가까운 예능에 식상해진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월 파일럿으로 편성된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우리 주변에 떠도는 다양한 음모론을 파헤친 토론 탐닉 토크쇼를 표방했다. 호스트 윤종신을 필두로 입담 좋기로 소문난 영화감독 장진·변영주와 코미디언 송은이, 배우 봉태규·장영남과 공학박사 출신 작가 곽재식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솔깃한 수다를 나눴다. 최신판 코로나 음모론부터 수십 년 혹은 그 이상 반복되고 변주되며 재생산되는 유구한 역사의 음모론까지 진실과 거짓, 소문과 상상 사이 숨겨진 사회적 맥락을 따져보고 유포한 자의 정체와 의도까지 날카롭게 추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이하 '꼬꼬무')는 지난해 말 10부작으로 편성돼 호평받았던 '꼬꼬무'의 후속 시즌이다. '꼬꼬무'는 역사의 고통을 겪었던 인물들의 눈물 섞인 증언을 통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는 팩트에 기반한다. 1979년 일어난 12·12 군사쿠데타의 전모를 그날의 육성 기록과 증언을 통해 상세히 이야기했고, 이에 맞서서 끝까지 신념을 지킨 정승화 총장,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등의 소신과 삶을 조명했다. 지난 18일에는 영화 '실미도'로 잘 알려진 '지키지 못한 약속 오소리 작전' 편을 방송에 내보냈다.

교양형 예능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꼬꼬무'는 스토리텔러로 나선 장항준 감독, 방송인 장도연·장성규가 친분이 있는 리스너들을 직접 섭외해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 역시 사석에서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MBC '심야괴담회' 역시 지난 1월 2회 파일럿 방송을 마친 후 단 2개월 만에 정규로 편성됐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공포=여름'이라는 공식을 깬 '심야괴담회'는 시청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싹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방송인 김구라·김숙·황제성·허안나 등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여기에 괴담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는 역사학자 심용환과 괴담을 과학으로 반박하는 곽재식 작가를 배치해 괴담이 단순한 오락거리로 소비되지 않도록 구성했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호러 장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전무한 요즘, 새로운 장르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다. 김숙의 '모텔에서 들리던 소리'는 소름 돋는 귀신 박수 재연으로 현재 클립 조회 수가 23일 현재 37만을 돌파했고, 귀신보다 김숙의 흰자위가 더 무섭다는 댓글이 최다 추천 수를 받기도 했다.


정보 오류로 논란된 사례 많아
지식 전달자 자질 검증 필요해
자극적인 소재·설정 위험성도

◆철저한 감수와 자문 필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자극적이고 강력한 사건을 소재로 다룰 때 시청률도 상승한다는 건 이미 학습돼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순한맛' 버전으로 여겨지는 '꼬꼬무'를 비롯해 '당신이 혹하는 사이' '심야괴담회' 모두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다루거나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으로 시청자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물론 교양을 표방했다고 '예능'이라는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다.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진부한 주제로 일관할 시 외면 당할 위험도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방영했던 인문학 중심의 교양형 예능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tvN '알쓸신잡' 출연자인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는 일부 정보 전달에서 오류가 밝혀졌고,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스타 강사 최진기 역시 강의 중 보여준 전혀 다른 그림을 오원 장승업의 '군마도'라고 소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파장이 컸던 건 스타 강사 설민석의 역사 왜곡 논란에 이은 논문 표절 의혹 사건이다. 설씨는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방송사들의 허술한 제작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설씨의 경우 자신의 전공분야인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와 음악사 등 다른 분야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부족한 지식이 노출됐다"며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 감수나 자문이 없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무엇보다 지식을 알려주는 방송인이라면 지식과 관련된 능력 등을 분명히 사전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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