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호남만 대박? 김부겸 낙선 反動인가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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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7 21:43  |  수정 2026-06-18 08:59  |  발행일 2026-06-18
광주에 반도체 공장 확정적
인력·생태계 우위 대구 무산
공공기관 이전도 호남 편애
대경통합·신공항은 딜레마
정부의 정책적 홀대 의구심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호남 반도체 시대가 열릴 모양이다. 1974년 삼성의 한국반도체 인수로 싹을 틔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사(史)의 새로운 서사다. 삼성전자가 광주 첨단3지구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립을 사실상 확정했다. '남방한계선'을 넘은 첫 사례다. 반도체업계의 불문율 '남방한계선'은 보수적으론 경기도 평택이고, 넓혀 잡으면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이다. 광주 공장은 남부권 최초의 반도체 공장이며, 삼성전자의 후공정 거점 확장이라는 함의가 있다. 현대차와 엔비디아가 투자하는 전북 새만금의 엔비디아데이터센터 및 피지컬 AI, 미래 모빌리티와의 시너지까지 포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공장 유치에 진심이었던 대구로선 자못 충격적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도 선거 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간판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나. 반도체 공장 가동의 필수 조건 인력·전력·용수·산업용지·산업생태계는 대구경북이 호남에 비교우위, 아니 절대우위다. 그런데도 광주 낙점이라니.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공정 팹(fab)의 수도권 고수를 주장했다고 한다. 반도체 팹은 수백 개의 소재·부품·장비업체가 밀집해있는 생태계가 필수적인 데다, 물류비용과 공정 효율성 문제도 배척하긴 어려웠을 터다. 상황이 이럴진대 '호남 패키징, 대구 팹' 구도를 기대하는 건 희망고문이자 억지 자위(自慰)다. 이제 대구에서 '실리콘 칼라'를 만날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실리콘 칼라'는 고소득 반도체업계 종사자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반도체뿐 아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전남광주 대박'을 예고한다. "공기업 분산 배치는 효과가 떨어진다. 몰아서 이전할 필요가 있다. 통합한 곳이 법률상 우선하니 혜택보지 않겠느냐"(이재명 대통령) "통합지역에 인센티브 줄 것"(김윤덕 국토부 장관). 우호적 분위기에 올라탄 전남광주특별시는 알짜배기 10곳을 콕 찍어 유치 희망 공공기관 명단을 만들었다.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한국마사회·한국공항공사·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다. 이중 상당수는 대구경북의 희망 유치 기관과 중첩된다. 이전지 윤곽이 드러나는 9월이면 정부의 복심(腹心)도 함께 드러날 것이다.


고삐를 죄어야 할 대구경북통합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과 관련해 "차기 지방선거까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단체장·지방의원 임기" 지적은 괜한 핑곗거리로 비친다. 6·3 지방선거 후 펼쳐지는 일련의 정황을 보면 께름칙한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 근저엔 '호남 편애, 대구 소외' 흐름이 감지된다. 설마 김부겸 낙선에 대한 보복? 그럴 리야 없겠지만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런 정부 기조라면 대구경북신공항도 선뜻 국가 주도, 국가재정 지원 사업으로 전환해 줄 리 만무하다. 기존의 '기부 대 양여' 방식이면 백년하청이다.


다시 6·3 선거로 돌아가 보자. "이번엔 고답적 진영논리보다 실리를 택해야 한다"는 지시식변(知時識變)의 대구 유권자들이 꽤 많았지만, 관성(慣性)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역에 나오는 지시식변은 '때를 알고 그때에 맞춰 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투표의 효능감'만 누릴 수 있다면 정당 깃발만 보는 관성적 투표인들 어떠랴.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홀대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면 대구 유권자 모두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4년 내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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