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전경. 영남일보 DB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집단 이탈로 경영난을 겪었던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이 지난해 일제히 외형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계명대 동산병원과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의료이익이 큰 폭으로 늘거나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지역 공공의료의 핵심축인 경북대병원 본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은 진료 부문에서 1천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14일 대구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의 2025 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병원의 의료수익은 전년보다 14.1~19.8% 증가했다.
의료수익이 가장 많은 계명대 동산병원은 전년보다 19.6% 늘어난 5천502억1천만원을 기록했다. 영남대병원은 4천555억6천만원, 칠곡경북대병원은 4천410억4천만원이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본원은 각각 3천683억7천만원과 3천618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비용을 제외한 의료이익에서는 병원별 명암이 뚜렷했다. 영남대병원은 419억3천만원의 의료이익을 올려 5개 병원 가운데 가장 높은 9.2%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의료이익도 전년 18억6천만원에서 197억9천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43억7천만원 적자에서 44억8천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대구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의 2025 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쿨로드 AI 제작.
경북대병원 본원은 의료수익 3천618억4천만원보다 의료비용이 932억8천만원 더 많았다. 의료이익률은 마이너스 25.8%였다. 칠곡경북대병원도 167억5천만원의 의료손실을 냈다. 두 병원의 손실을 합치면 1천100억3천만원에 달한다.
경북대병원 법인의 인력과 평균 보수도 꾸준히 늘었다. 별도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임직원 수는 2024년 5천539명에서 2025년 5천812명으로 273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보수는 7천636만1천원에서 7천949만2천원으로 4.1% 올랐다.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 부담이 적자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송정흡 전 경북대병원 교수(예방의학과)는"국립대병원의 적자를 공공의료 수행의 불가피한 결과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필수·공공의료 비용을 제대로 보전하고, 병원은 인력 배치와 조직 운영, 병상 가동률, 진료과별 기능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매출 회복인데 왜 성적표 갈렸나…비용 통제가 승부 갈랐다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은 지난해 모두 진료 매출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외형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수입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인건비와 재료비, 관리비 등 지출을 얼마나 낮게 억제했는지가 병원별 성적을 갈랐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영남대병원이다. 지난해 의료수익은 전년보다 16.2% 증가했지만 의료비용 증가율은 8.8%에 그쳤다. 진료 매출 증가율과 비용 상승률의 격차가 7.4%포인트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의료이익은 119억5천만원에서 419억3천만원으로 299억8천만원 늘었다.
영남대병원은 특히 입원 진료가 성장을 이끌었다. 입원수익은 전년 2천352억원에서 2천925억7천만원으로 24.4% 증가했다. 외래수익 증가율 3.9%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의료수익에서 입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60%에서 64.2%로 높아졌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증·입원 진료 비중이 커진 것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비용 증가율을 진료 수입 증가율 아래로 묶었다. 의료수익이 19.6% 늘어나는 동안 비용은 15.7% 증가했다. 의료이익은 전년보다 179억3천만원 늘어난 197억9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인건비는 1천998억5천만원에서 2천400억3천만원으로 20.1% 증가했다. 의료수익 증가율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병원 전체 인력은 3천135명으로, 직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약 7천657만원이었다. 향후 인건비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 회복 속도를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진료 수입이 19.8% 늘고 비용은 16.7% 증가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의료이익률은 1.2%로 영남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보다 낮았다. 진료 매출이 늘었지만 비용을 빼고 남는 몫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구 5개 상습종합병원 의료수익 및 비용 증가율. AI 클로드 제작
◆경북대병원 본원, 수입 늘어난 만큼 비용 더 증가
경북대병원 본원은 수입과 지출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의료수익은 전년보다 448억원가량 늘었지만 의료비용 증가액은 약 475억원으로 이를 웃돌았다. 매출이 확대되고도 의료손실이 전년보다 26억여원 늘어난 이유다.
같은 법인에 속한 칠곡경북대병원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의료수익이 19.7% 증가한 반면 비용 증가율은 13.7%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의료손실은 343억1천만원에서 167억5천만원으로 175억6천만원 줄었다. 적자는 이어졌지만 수익 구조는 본원보다 빠르게 개선된 셈이다.
경북대병원 본원과 칠곡병원을 합친 법인 전체 인건비는 지난해 4천327억6천만원이었다. 전년보다 12.2% 늘었다. 통합 의료수익의 53.9%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명대 동산병원 43.6%, 영남대병원 41%, 대구가톨릭대병원 46.5%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인건비만으로 대규모 손실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경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와 중증·필수의료, 교육·연구 등 민간병원보다 수익성이 낮은 공공 기능을 폭넓게 수행한다. 본원에는 오래된 건물과 시설 유지 비용도 집중돼 있다. 본원과 칠곡병원의 진료과 구성, 환자 중증도, 병상 가동률을 함께 살펴야 적자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 늘었지만 현금은 감소
경북대병원 법인의 재무 상태를 보면 수익성 악화가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811억5천만원에서 지난해 684억원으로 15.7% 감소했다. 반면 환자 진료비를 아직 받지 못한 의료미수금은 578억3천만원에서 795억3천만원으로 37.5% 늘었다. 특히 퇴원미수금은 190억원에서 352억원으로 85% 증가했다.
돈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진료비 채권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매입채무는 1천81억1천만원에서 1천386억6천만원으로 28.2% 늘었다.
차입금도 증가했다. 경북대병원 법인은 지난해 2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새로 조달했다. 장기차입금은 1천568억8천만원에서 1천803억4천만원으로 15% 늘었다. 단기와 장기 차입금을 합친 규모는 2천144억5천만원에 달했다.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전년 365억원 유입에서 지난해 420억원 유출로 돌아섰다. 병원 영업 과정에서 현금이 들어오기보다 빠져나간 금액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부족한 자금은 차입 확대 등 재무활동을 통해 보완했다.
◆국고보조금·기부금도 일제히 감소
진료 밖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든 점도 병원들의 공통된 부담이었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의료외수익은 전년보다 24.8% 감소했다. 국고보조금은 205억8천만원에서 91억3천만원으로 55.6% 줄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국고보조금이 189억2천만원에서 76억9천만원으로 59.3% 감소했다.
영남대병원의 의료외수익은 24.3% 줄었다. 국고보조금이 포함된 기부금수익은 220억5천만원에서 126억2천만원으로 42.8% 감소했다. 경북대병원 법인의 의료외수익 역시 전년보다 14.6% 줄었다.
의정 갈등 당시 투입됐던 정부 지원이 줄거나 일부 보조사업이 종료된 데다 기부금 수입까지 감소하면서, 진료 부문의 회복세를 의료외수익 감소가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병원마다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의 분류 방식이 달라 감소율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의료이익'과 '당기순이익' 구분해야
결산서상 최종 적자만으로 병원의 진료 부문 실적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영남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모두 진료 부문에서 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손익은 적자로 마감했다. 영남대병원은 109억9천만원, 계명대 동산병원은 42억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9억6천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병원들이 시설·장비 투자와 연구 등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할 준비금을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한 영향이 컸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은 영남대병원 727억5천만원, 계명대 동산병원 395억2천만원, 대구가톨릭대병원 185억2천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병원의 경영 상태를 평가할 때는 환자 진료에서 발생한 의료이익과 최종 당기순손익을 구분해 봐야 한다. 현금 보유액과 차입금, 미수금, 자본총계 등 재무지표도 함께 살펴야 실제 체력을 판단할 수 있다.
병원별 회계기간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를 기준으로 결산했다. 나머지 학교법인 소속 병원은 202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를 회계연도로 삼았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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