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정은경에게 자리 물려주고 대학 돌아간 정기석 前 질병관리본부장 "정부의 코로나 대처 점수는..."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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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6 07:39  |  수정 2021-08-12 15:17  |  발행일 2021-05-26 제13면
"초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3개월만 막았으면 청정국 됐을 것
소비쿠폰 발행,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 등도 정책 실패
백신 부작용 관련 보도 매우 경쟁적 이뤄져 정부가 관리 못하는 상황"
정기석교수1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신의 건강관리 노하우와 관련해 우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려고 한다면서 화내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종식과 관련,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국제 공조와 협력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정 교수는 2016년 초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창궐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발탁했던 호흡기질환 권위자. 취임 후 감염병 대응체계 정비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중 박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이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사직을 요구받았다. 1년6개월 정도 일하고 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는 대학으로 돌아갔다. 변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정 교수를 지난달 20일과 지난 21일 두 차례 서울시내에서 인터뷰했다.

비수도권에 공공의대 세워도
환자 따라 의사도 서울 갈 것

코로나 백신 확보 제때 못해
文정부 방역정책 중대한 실패

접종 초기 65세이상 보류시켜
AZ 불신 촉발 결정적 계기로


▶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대처를 평가하면 몇 점이나 될까.

"10점 만점으로 보면 5점 정도."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방역정책에 정치적 고려를 지나치게 한 것이다. 발생 초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3개월만 막았더라면 대만·베트남 등과 같이 청정한 국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천800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희생과 관련 사회적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국제관계는 수시로 변하고, 또 그런 관계를 수시로 변화시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므로 3개월 후 입국재개하고, 그간의 마찰은 외교로 푸는 것이 바람직했다. 2차 유행이 시작되기 전 소비쿠폰 발행, 광복절 임시공휴일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을 촉진한 것, 3차 유행 전에도 다시 소비 쿠폰 발행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국민께 전달한 것, 방역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질병관리본부(청)에 일임하지 않은 것, 백신 확보를 제때 못한 것은 중대한 정책 실패다. 한마디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국제 정세에 어두워서 생긴 일이다."

▶잘한 것은.
"'3T 대응 즉 Test(진단)·Trace(역학조사)·Treatment(환자관리)'로 이어지는 초기 대응은 K-방역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일상을 되찾는 시기를 언제로 전망하나.

"이르면 내년 봄. 그 이유는 11월 말 70% 접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겨울철 발생하는 각종 감염병과의 혼선을 빚지 않기 위해, 또 변이 바이러스 출연 및 대처, 70% 달성 미비 등을 고려해서 예상하는 것이다. 마스크 벗는 것은 백신 맞은 사람들끼리는 좀 더 이른 시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백신접종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효능이 우수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 사망 보도가 매우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정부가 관리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개인은 미디어로 접종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 거의 모든 환자가 의사들에게 백신 접종 여부를 문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신을 맞을지 말지 망설임이 매우 높은 상태라 걱정스럽다."

▶접종 대상 순위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순위설정은 잘못된 수준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안전성이 확실한데도 효능에 의문을 가지고 초기에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보류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때야말로 정무적 감각이 필요했을 시기였다. 접종 보류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동안 메르스·사스 등 전염병이 계속 이어졌는데.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를 경험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우리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인식 개선, 개인정보 보호보다 집단의 감염병 억제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다. 아울러 질본의 대비태세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기술적 준비가 잘 되어있었다고 본다."

▶코로나19 종식이란 말은 끝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과학계가 코로나19에 대해 파악한 것은 지난 1년 동안의 경험 축적이 전부다. 코로나19 기원설을 두고 의과학계에서는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수많은 감염병 중 한 가지로 보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특정 나라가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국제 공조와 협력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들 중 몇몇은 자신의 병상 일기를 꼼꼼히 적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국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과학적 접근'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에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가장 큰 숙제로 보고 있는데.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북대병원에 있는 의료진의 실력이 서울대병원보다 못한 분야는 거의 없다. 일부 분야는 더 우수할 수도. 그런데도 무조건 서울로 서울로 가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보장 비율을 올리면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의 전체 의료진이 모두 대구에 가서 병원을 하나 세우더라도, 10년, 20년이 지나면 대구 사람들은 또다시 서울로 갈 것이다. 유능한 의료진이 서울로 가는 이유는 각 지역에서 보람을 못 찾는 것도 큰 이유다. 어렵게 진단한 후 본격적인 치료를 하려하면 서울로 가겠다고 할 때 맥이 빠지는 환경에서는 보람을 찾기 힘들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질환에 대한 치료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노력은 계속해야 하겠다."

▶포항은 포스텍 내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도시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포스코에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매우 필요한 듯하다. 다만 연구만 하는 의대란 있을 수 없다. 의대는 진료, 연구, 교육의 3륜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발전한다. 지금처럼 환자가 서울로 대구로 가버리는 포항에서 임상 경험이 필요한 연구중심 병원은 효율이 떨어진다. 환자와 상관없는 연구는 의대외 타 대학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포항으로 간 수도권 인재들은 (수련을)마치고 나면 다시 수도권으로 복귀할 것이다. 실제 경제적 이득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웰빙, 힐링, 건강이 화두다. 100세 시대 세대별 건강관리 비법은.

"20세 이하는 소아 비만 방지, 건전한 정신 건강, 신체 활동 증대로 기초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30대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들여서 평생 습관으로 고착시켜야 한다. 40·50대라면 만성질환이 생기는 생애 전환기에 접어들므로 정기검진, 적극적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60대 이상은 자신의 병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만성질환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체력관리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 성인용 백신을 신경 써서 접종할 것을 권한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정기석 교수= △1958년 대구 출생, 경북고·서울의대 졸업, 서울대대학원 의학박사(내과학) △한림대성심병원장·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의료원장 역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학회지(TRD) 편집위원장, 2022년 아시아·태평양 호흡기학회 서울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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