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교수들의 '4차 산업혁명과 인류 이야기'] 소비성 에너지가 인류미래 위협, 환경 위주 에너지로 대전환 필요

  • 인수일 DG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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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9   |  발행일 2021-07-09 제21면   |  수정 2021-07-09 08:28
서식지 잃은 야생동물들 도시로 이동…야생바이러스도 함께 퍼져
다양한 전염병으로 변이 일으켜 인류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 초래
재택근무 등 전 세계 이동제한 후 지구환경 개선 '코로나의 역설' 현상
포스트 코로나시대엔 환경·경제·안정성 모두 고려 새로운 비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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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변환하는 이미지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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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일 교수 (에너지공학 전공)

융합과학자이며 친환경 에너지 연구자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인수일 교수는 1973년 서울 출생으로 200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촉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덴마크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후 연수연구원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시작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자원화 연구를 담당하였고, 2012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부임하였다. 대외협력처장 등의 보직을 역임하며 학교의 정착과 지역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2019년 미국 켈리포니아 공과대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기후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의 실증과 사업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반영구적인 친환경 핵전지를 개발하여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형 도심항공교통과 항공우주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연구를 위해 항공기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인명구조원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인 교수는 융합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서 초일류 융복합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도 전염병이 많았지만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 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만큼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사회를 변화시킨 예는 없다. 지구촌에는 전례 없는 규모로 도시와 국가 간 이동을 제한했고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무선통신과 인터넷의 보급은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했지만 근거 없는 억측과 무분별한 괴담도 빠르게 퍼졌다. 진보된 미래에 대해 적극적인 대면을 통해서 추구하던 인류의 행보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빠르게 보급·확산되었고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구매 급증 및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이 열리는 등 사회 전반에서 4차 산업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이와 함께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지구의 미래가 인류에 더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4차산업, 에너지, 환경 안보의 중요성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류의 모든 영역에서 대변화를 겪었고 또다시 코로나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대유행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수준과 시민의식 등은 적나라하게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국가의 위기 대응력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코로나의 원인을 밝히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1세기 들어서 인류를 위협하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의 대표적인 원인은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동·식물 서식지의 변화에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인한 서식지의 변화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 사는 곳으로 이동해 변이를 일으킨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이루어진 무모한 개발과 환경 파괴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은 에너지 소비에 있다.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소비 활동은 미래의 환경을 걱정하기보다 현재의 풍요와 안락함을 즐기는 것이 더 익숙하며 인류는 그 심각한 결말을 예측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하고 재택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지구의 환경이 개선되는 예기치 못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공장이 멈추고 항공기와 관광객 수요가 줄면서 수질과 대기 질이 개선되었다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일깨워준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기업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한 경기하강을 극복하기 위해서 4차 산업이 가속화되었으며 이는 더 많은 에너지와 환경 파괴적인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에 수립했던 에너지 정책을 에너지전환의 현실성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서 새롭게 수정해야 한다.

◆환경과 에너지자원의 미래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불가능하겠지만 백신과 치료제의 보급으로 곧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인간은 가속화된 4차 산업에 익숙해질 것이고 또한 과거에 누렸던 이동의 자유로 시장은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새로워진 소비의 형태는 더 많은 에너지의 필요로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원전과 석탄에 대한 경제성 문제도 인류의 지속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성장 위주로 수요를 예측하고 발전소를 건설하였지만 이제는 환경과 효율, 안정성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미션은 기후변화를 막으면서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갑자기 화석 연료의 사용을 끊고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기술도 부족하지만 기존의 경제를 지탱하는 인프라를 대신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와 시의적절한 전략과 정책이 중요하다. 비싸고 낮은 효율의 재생에너지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당장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에너지자원을 다각화해야 하고 안전한 소형 원전 보급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포집 및 재활용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에너지전환 시대를 위한 준비

에너지전환이란 기존 경제성·소비성 위주의 에너지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위주의 에너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에 더욱 가속화될 4차 산업과 에너지전환의 시대에는 미래에너지산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육성해야 한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등 탄소 중립 실현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폐자원을 원료로 재사용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는 각종 폐기물과 오염물의 감시와 처리도 고도화 및 선진화해야 한다. 지자체는 도시재생을 통해서 자원 순환의 연결고리를 수립하고 관리하며 에너지 절감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과 홍보 방안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시의 전력자립률 향상을 위해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사업을 병행하며 전기차와 수소차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전략도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 맞게 수립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분산 전원 기술 기반의 에너지 거래, 전기(수소)차 충전 등 에너지 분야에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환경과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함께 공감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후변화를 막고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융·복합 교육을 통해서 고도화된 시스템 통합형 과제를 발굴하고 미래 에너지 자원과 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다. 이러한 비전의 성패는 미래 통합형 혁신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에 달려있다. 코로나 이후 에너지전환 시대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친환경에너지 기술과 산업을 이끌어갈 리더의 교육에 아낌없는 지원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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