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상환 (변호사 前 대구지검 특수부장)...광주의 아픔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라!

  • 정상환 변호사 / 前 대구지검 특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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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2   |  발행일 2021-07-22 제21면   |  수정 2021-07-22 08:18

정상환(2021.6.캐주얼)
정상환 (변호사 前 대구지검 특수부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윤석열 전 총장이 손으로 만졌던 박관현 열사 등의 묘비를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았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광주시민들을 폭도, 빨갱이로 몰았다"며 "희생자들 앞에서 쇼 할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윤석열은 신성한 묘비에서 더러운 손을 치우라"고 했고 "악어의 눈물이 따로 없다"며 "윤 전 총장은 자신이 검찰의 수장이었음에도 기억 못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보편적인 헌법으로 승화시켜야 할 희생자들을 반란으로 기소한 주체가 누구였는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며 "바로 검찰이다. 검찰의 기소없이 재판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서 "현대사에서 검찰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조금의 이해라도 있다면 감히 하지 못할 말"이라며 "윤 전 총장은 우선 엎드려 사죄해야 마땅하다"며 "감히 묘비를 더럽히는 게 아니라 엎드려 목 놓아 울면서 반성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검사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광주의 아픔에 동참해서는 안된다는 말인가? 윤 전 총장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을 거쳐 1994년 검사로 초임발령을 받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18일 전후로 일어났다. 윤 전 총장이 검사로 발령나기 10여년 이전에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은 5·18 당시 상황에 대해 책임이 없음은 명백하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검찰과 공안조직, 유죄 판결을 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광주 5·18 국립민주묘지를 방문해서도 안 되고 묘비를 만져서도 안 되며,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검찰은 결국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5·18 민주화운동 관련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기소하였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자신이 검찰의 수장이었음에도 기억 못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한 것은 모든 검찰조직을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매도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국민대통합과 코로나로 실의에 빠진 민생 문제에 전념하여도 부족할 시점에 구태의연한 갈라치기, 편 가르기로 과연 얻고자 함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필자는 20여 년간의 검사생활을 마친 후 새누리당에서 추천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6개월간 근무한 적이 있다. 2017년 5·18 기념식에 참석하였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였다.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하신 분들의 묘비 앞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 숙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원들 중에 5·18 기념식에 참석한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5·18의 아픔은 우리 국민 모두가 세대를 이어가며 함께 공유해야 할 가슴 아픈 상처다. 왜 그 아픔에 참여하는 행위까지 정치적인 의도로 폄훼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광주의 아픔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하지 말라.

정상환 (변호사 前 대구지검 특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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