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드라마 한류 열풍 '글로벌 팬덤'이 이끈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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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5  |  수정 2021-11-25 07:56  |  발행일 2021-11-25 제면
방탄소년단 AMA 3관왕 쾌거

40여만 팬덤 '아미' 일등공신

콘텐츠 구매력 독보적인 수준

K-팝 팬덤 확장 가능하게 해

드라마 팬덤은 亞 넘어 세계로

'오징어게임' 이어 '지옥' 흥행

영상콘텐츠산업 영역 넓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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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포함해 3관왕에 올랐다. 이어 24일(미국 현지 시각 23일 오전 9시) 발표한 '그래미 어워즈'에서 2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도 오르면서 대중음악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글로벌 시리즈물 인기 순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징어 게임'의 바통을 잇는 K-콘텐츠의 저력을 또 한 번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순간이다. 이 거대 현상의 기저에 팬덤이 자리한다. 팬덤의 어떤 생태적·기술적 기반이 한류 열풍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K-pop 팬덤을 뛰어넘어

올해로 데뷔 9년 차를 맞은 방탄소년단은 이제 전 세계 음악산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섰다. K-pop 보이밴드 하나가 이루어냈다고 보기엔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런 성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A.R.M.Y.)의 팬 결집력을 알아야 한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팬덤이 현재 영상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팬덤으로 꼽힌다면, 음악산업에서 독보적인 파워를 보여주는 건 단연 아미다.

아미는 미국 중심의 팝시장 공식을 무너뜨리고,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슈퍼스타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바탕으로 방탄소년단이 내놓는 모든 콘텐츠를 실시간 트렌드로 만들어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수용한다.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를 오픈하자마자 전석을 매진시키고, 비교가 불가한 앨범과 음원 판매 기록을 만들어내는 등 실질 구매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야말로 능동적 수용자들이다.

방탄소년단 팬덤 양상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세대 경계가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팬덤 창립 7주년을 맞아 발족한 '아미 인구조사(ARMY Census)'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40여만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구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대상의 49%가 20대 이상이었고 그중 남성 팬은 11.3%를 차지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런 양상은 쉽게 확인된다. 10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보통의 K-pop 팬덤과는 달리, 소셜미디어에는 생애 처음으로 '덕질'을 한다는 중년 팬들도 다수 발견됐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단순히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호 케어를 위한 수많은 커뮤니티를 만들어냈다. 우울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 팬들을 위해 세계 각국 언어로 심리상담을 하는 심리전공자 팬들의 모임, 꾸준히 아미의 이름으로 기부를 실천하는 단체, 함께 한글을 공부하고 한식을 요리하는 모임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또한 인종 문제, 성 소수자 문제, 우울증과 정신건강 문제 등을 음악과 공식 발언을 통해 언급하며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이런 배타적이지 않은 포용성은 기존의 K-pop 팬덤에 비해 월등히 넓은 확장성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옥, 또 한 번 판을 흔들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드라마 '지옥'은 다시 한번 한국의 휴양지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벨기에의 유명 영상주간지 '휴모'의 반어적인 평이다.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기대가 또 한 번 K-드라마에 모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바통을 이은 '지옥'은 지옥행이 고지된 이들이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목숨을 잃고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수의 해외 매체들은 '지옥'이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매력을 더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K-pop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아시아 권역에서의 확고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팬덤이 아시아를 넘어 더 넓은 권역으로 확장 가능함을 보여주었고, 여기에 힘을 실은 '지옥'의 연타석 홈런은 한국의 영상콘텐츠를 수용하는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짐작케 한다. 그 변화의 핵심은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팬덤의 형성이다. 과거보다 대중적인 브랜드 소비가 줄어들고 개별적인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콘텐츠 IP를 활용한 상품들은 팬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갖는 새로운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확보한다. 자막이란 1인치의 벽을 넘어, 새로운 경험과 취향 형성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OTT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영상콘텐츠 산업은 과거보다 글로벌 시장과 보다 긴밀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옥'의 경우처럼 웹툰과 같은 스토리 IP를 활용한 연계의 전략들은 더욱 강화되고, 팬덤과의 교류 속에서 IP를 활용한 굿즈 등의 판매와 같은 부가 사업의 가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영상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기반의 팬덤과의 연계를 통해 성장하는 콘텐츠 IP 비즈니스로의 성격을 보다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광원씨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기업과 팬덤, 창작자와의 연계를 넓혀가는 과정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시간과 돈, 소재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업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국의 영상콘텐츠 제작사들에 보다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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