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2000년 이후의 대구영화...대구 영화인, '꿈' 향한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시간

  •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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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3  |  수정 2021-12-03 08:50  |  발행일 2021-12-03 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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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극장 오오극장(위쪽)과 대구영화학교 1기생 교육 모습. 〈영남일보 DB〉
2019년은 한국영화의 역사가 100년을 맞은 해였다. 그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마치 한국영화 100주년을 전 세계가 함께 축하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암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 안에 놓여 있으며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는 영화의 장소를 극장에서 집으로 옮겨놓았다. 100년의 역사 뒤 변화가 도래했고 그 변화는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변화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대구의 지난 영화사를 되돌아보는 건 세계적인 변화와는 별개로 지역에서 풀어 나가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대구독립영화협회(2000년) 22년째 단편영화제 개최·지역영화 질적 향상
대구영상미디어센터(2007년) 많은 지역영화인 교육 기회·제작 활성화 기여대구복지영화제(2010년)·대구 여성영화제(2012년) 영화문화 저변 한층 확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개관(2015) 커뮤니티 시네마 핵심 플랫폼 자리매김
대구영화학교 개설(2019년) 연출·촬영·제작 등 신진 창작자 배출 '새 활력'

대구 역시 유구한 영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2000년 이후의 대구영화 연대기를 다루고자 한다.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에서 활동한 김유영 감독 등 일제강점기와 전후의 감독들에서부터 배용균·이창동 감독에 이르기까지 대구 출신의 감독들이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만경관에서 한일극장까지 수많은 지역극장의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21세기 이후의 대구영화 연대기를 말하는 건 이 기간이 대구의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시간이자 대구영화 역사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변방에 흩어져 있던 독립영화인들이 모여 대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대구독립영화협회(현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를 설립했다. 창립 첫해 제1회 대구단편영화제를 개최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작은 규모임에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으며 어느덧 22회(2021년)까지 달려와 이제는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 영화축제가 되었다. 특히 애플시네마라는 지역영화 섹션을 운영하면서 지역영화를 꾸준히 관객에게 소개해왔다. 이를 통해 지역영화가 공론의 장으로 나와 비평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과 영화제를 통해 전국의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킹이 이뤄진 점은 결과적으로 지역영화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다.

2004년 국내 첫 제한상영관이었던 동성아트홀이 예술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곧 지역의 독립예술영화 애호가들의 시네마천국이 되었다. 수많은 독립예술영화 창작자들이 다녀갔고 관객은 매표와 매점 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영화관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10여 년이 흘러 블랙리스트 사태와 함께 폐관과 휴관의 부침을 겪어왔지만 관객과 함께 이룩한 동성아트홀의 시대는 그야말로 찬란했다.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2007년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설립되었다. 설립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지역 유일의 영상·영화관련 공공시설로서 그 의미는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개설되는 교육을 통해 현재의 많은 지역 영화인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고 서로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촬영장비 등이 갖춰져 있어 지역영화 제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운영이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애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운영 주체가 바뀜에 따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2010년 제1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2012년 제1회 대구여성영화제가 차례로 시작되었다. 각기 선명한 주제의식을 드러낸 영화제였기에 지역 영화계가 보다 다채로워질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많은 지역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영화문화의 저변이 한층 확대될 수 있었다.

2015년 서울 외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이 개관했다. 지역 및 전국 영화인과 시민의 모금으로 완성된 100% 민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관이었다. 여전히 상영될 공간이 부족했던 독립영화들이 많았고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지역영화를 안정적으로 소개할 공간 역시 필요했다. 그래서 1년 365일 독립영화를 개봉하는 상설영화관이자 지역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지역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관객, 문화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주체와 함께하는 커뮤니티 시네마를 지향하며 55석의 작은 영화관은 지역 영화문화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가 개설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대구영화학교는 2019년 1기를 시작으로 2021년 3기가 진행 중에 있다. 영화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불운의 지방 영화인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다. 매년 연출, 촬영, 제작 각 분야의 신진 창작자들이 12명씩 졸업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대구 영화현장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예비 영화인들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대구영화학교를 통해 해소될 수 있었으며 신진 창작자들의 증가는 대구영화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개괄적인 연대기지만 대구영화계는 지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워오며 전진해왔다. 이제는 이 역사를 재인식하고 그것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앞서의 많은 활동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대구에서 영화를 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하다. 그리고 모든 도시가 부산이나 전주처럼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 대구라는 척박한 곳에서 우공이산의 순간을 만들어 온 만큼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영화를 꿈꾸며 대구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영화작업이 즐거운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미래의 대구영화사는 이들의 활동으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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