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스타가 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인디밴드인 '국카스텐'이 지상파 프로그램에 나와 많은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인기를 얻자 마치 나만의 스타가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당시 그 밴드를 좋아했던 많은 팬들이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하니 이건 하나의 현상이기도 했었던 거 같다. 어쨌든 이러한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독립영화계, 다시 말해 독립영화 배우들(독립영화 배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독립영화 배우들은 유명하지 않다. 독립영화를 통해 연기 경력을 처음 쌓아가는 경우가 많고 독립영화 자체가 상업영화와는 달리 많은 대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독립영화 배우들에게도 '국카스텐'의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독립영화 배우들에게 팬덤이 생기고 그 팬덤은 더 많은 배우들에게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더 많은 독립영화 배우들이 상업영화, 드라마, 광고 할 것 없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나만의 배우가 만인의 배우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대세배우임을 증명한 구교환은 이제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가 되었지만 오랫동안 독립영화계(만)의 스타였다. 정유미, 한예리, 박소담, 이주영, 전여빈, 최우식 배우 등도 마찬가지다. 독립영화로 시작해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스타 배우가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립영화계에서 흔치 않던 '팬덤문화'가 퍼지고 있다. 이러한 팬덤문화는 독립영화 배우들이 과거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알려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획상영에 있어서도 배우를 주목한 상영회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영화의 특성상 주로 감독이나 작품의 내용에 따른 기획상영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몇 년 사이 배우를 주목하는 기획상영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건 이러한 팬덤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 개관하면서 이러한 배우 기획전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아가씨' '승리호'의 김태리 배우 특별전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드라마 '빈센조'로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전여빈 배우 특별전 '안녕하세요 전, 여빈입니다'가 2016년에 열렸었다. 이듬해에는 '연애담'이라는 독립장편영화를 통해 열렬한 팬덤이 생긴 류선영 배우(개명 후 류아벨)의 특별전이 오오극장 2주년 개관기념영화제에서 열렸다. 지역의 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되는 상영회임에도 전국 각지의 많은 팬들이 극장으로 찾아왔는데 이때만 해도 이는 매우 낯설고 신기한 풍경이었다. 이후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배우들의 기획전이 개별로 펼쳐지다가 2019년에는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인 '내 배우 영업전'을 통해 여러 배우들의 여러 작품이 하나의 영화제 형식으로 펼쳐지게 된다. 당시 이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배우는 강진아, 공민정, 한해인, 오동민, 박수연, 공현지, 한혜지, 박종환, 강길우 등 총 9명에 이른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속에 흔히 말하는 '최애' 배우 한명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어떤 배우들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고 모든 일을 제쳐두고 N차 관람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배우에게 받은 낯설고 긍정적인 힘을 다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모여 이번 오오극장 4기 관객 프로그래머 영화제가 만들어졌다.
영화제의 기획의도처럼 자신만의 스타인 배우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또한 배우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화 시간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팬덤에 힘입은 이러한 배우 기획전은 점차 확대되어서 지금은 전국의 많은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최근에는 네이버 인디극장을 통해 '우리 구면 아닌가요?'라는 배우 기획전이 온라인에서 열리고 있다. 기획전에서는 최근 화제작인 'D.P.' '오징어 게임' '구경이' '갯마을 차차차'에서 활약 중인 조현철, 이유미, 김혜준, 공민정 배우의 단편영화 총 5편의 작품을 소개된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한 이 시점, 네 배우의 연기 내공의 시작점이 궁금하시다면 이번 기획전을 주목하세요. 네 배우의 단편영화 속에서 그들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만나보시기를 바란다'는 기획의도처럼 이젠 익숙한 배우들의 그 시작과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재밌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우 기획전들은 새로운 배우들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그에 따른 팬덤이 더 커지고, 이를 통해 배우들은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을 만든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독립영화의 저변 확대로 이어지게 되는데, 독립영화계 입장에선 매우 긍정적인 문화현상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만 알 거 같은 배우들이 어느 날 상업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나오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들을 좋아했던 관객 중 한 명으로 이들의 성공에 당연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기쁨은 독립영화를 늘 찾아보고, 소중한 배우들을 먼저 발견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앞서 언급된 많은 배우들의 이름 외에도 더 많은 배우들이 호명되길 기다리고 있다. 자, 이제 이 특권을 같이 누려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네이버 인디극장(tv.naver.com/indiecinema) '우리 구면 아닌가요?'는 2022년 2월28일까지 상영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