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상상과 망상

  •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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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5 07:49  |  수정 2022-03-15 07:54  |  발행일 2022-03-15 제16면
상상이 꿈을 이루는 정신에너지라면
망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생각의 병
조현병 등 정신병의 진단기준 되기도

곽호순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상상'과 '망상'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정신현상이다. '상상'은 건강한 정신현상이다. 상상은 꾸어야 할 꿈을 꾸는 것이다. 많은 것이 상상으로부터 시작돼 꿈은 이뤄진다. 상상을 한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에 날개를 다는 것이다.

화가는 자신의 상상을 물감으로 풀어서 결국 캔버스 위에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만들어낸다. 건축가는 나무 한 그루 돌 한 무더기에 불과한 것들을 모아 자신의 상상력을 버무려 넣어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음악은 그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음악가의 상상력과 그 상상을 이뤄내려는 엄청난 노력이 더해져야 뜨거운 음악이 된다. 이렇듯 모든 창조물에는 상상이 들어 있다. 그러나 상상은 현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상상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내는데 덕이 되며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꼭 필요한 정신 에너지다. 상상이 없다면 결국 이뤄내는 것도 없다. 그래서 상상은 건강한 정신현상이다.

'망상'은 걱정되는 정신병리 현상이다. 망상은 전혀 현실에 그 뿌리를 둔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생각이며 문화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고 혼자만의 잘못된 판단을 고집하는 정신현상이다. 망상은 생각의 병이다. 그러나 망상이 병이라는 것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 망상이 굳어지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는 설득을 해도 깨트리지 못한다. 그 생각이 병적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교정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망상 속으로 더 숨어버린다. 망상은 창조적이지 못하다. 망상은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지도 못하며 다른 이의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짓지도 못한다. 망상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망상을 가지게 되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심해지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망상은 정신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중한 정신병리 현상이다.

망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피해망상'이다. 피해망상은 누군가 자기를 나쁘게 보며 근거 없이 자기를 음해한다고 믿어 버린다. 피해망상을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모함하려고 근거없는 소문을 내고, 모여서 자기를 괴롭힐 작당을 꾸미고 있다고 믿는다. 또한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여러 방법을 통해 자신을 괴롭힌다고 믿는다. 피해망상이 진행되면 눈치를 보게 되며 늘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 들어 자신을 숨기게 되고 은밀해진다. 결국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으로 숨어들게 되고 관계를 끊어버리고 은둔하게 되며 자폐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들은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추고 어두운 곳에 자기를 숨기고 심지어는 가족조차도 믿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져든다. 망상 한 가지만으로도 조현병으로 진단할 수 있는 충분한 기준이 된다.

망상 중에는 '과대망상'도 있다.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대단하고 위대한 것으로 믿어버리는 망상이다. 지나치게 의기양양하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이룰 수 없는 계획을 세우고 비현실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이 과대망상을 가진 사람들도 피해망상이 자주 동반된다. 자신의 위대함과 대단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주변의 적이 많다고 느끼게 되고 결국 피해망상이 동반되는 것이다.

피해망상, 과대망상뿐만 아니라 관계망상, 조정망상, 신체망상, 종교망상, 색정망상, 애정망상 등등 그 병적 현상에 따라 이름을 붙인 망상의 종류는 많다.

건강한 정신 현상인 상상과 병적인 정신 현상인 망상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상상은 정신에너지의 원천이 되지만 망상은 정신병의 진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유지되어 있는가,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자신의 역할 수행'에 득이 되는가 정도가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지를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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