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돈 이야기만 하는 소설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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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0  |  수정 2023-02-10 06:46  |  발행일 2023-02-10 제22면

처음부터 끝까지 돈 이야기만 하는 소설이 있다? 물론 돈 이야기만 하는 책은 많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입문서부터 요즘엔 가상화폐에 대한 책도 많다. 최근 읽은 돈 이야기만 하는 그 책, '종이달'이라는 소설이다.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은행원이 예금을 횡령하는 이야기다. 그 은행원과 주변인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다. 어쩌다 은행원이 10억엔을 횡령을 하게 됐는지, 그 주변인들은 그 은행원을 어떻게 기억했고 그들의 씀씀이는 어떤지를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필름 카메라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사진관에서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거나 그려서 그것을 갖다 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그 가짜 초승달이 '종이달'이고 한때 행복했던 추억을 의미한다고 한다.

돈 이야기만 하는 이 소설이 마냥 소설 같지는 않다. 오늘은 얼마를 아낄 수 있고 그 아낀 돈으로 나중에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는 주인공은, 백화점 고급의류 매장에서 점원의 눈치를 보며 가격표를 확인하고, 밥값을 계산하면서 '잘 먹었으니 됐지'라며 애써 외면하며, 아끼는 이에겐 뭐든 다 사주고 싶은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 속 주인공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모든 인간과 다르지 않다.

이 돈 이야기만 하는 소설이 그저 허구라고 생각되지 않은 이유는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은행 공금 횡령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고 있었던 이야기에 살을 붙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한국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됐다.

사실은 머릿속에 돈 생각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이 글을 쓰는 기자가 그렇게 생각해서 다 그럴 것이라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돈은 자본주의 사회, 아니 공산주의 사회를 포함한 어디를 가도 떼고 살 수 없다. 화폐의 수단으로 돈이라는 것을 채택한 것일 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재화는 필요하다. 결국 재화가 무엇으로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가 세상의 역사 아닌가.

2월의 아홉째 날이 지난다. 며칠 전 할부로 결제한 자동차보험 92만원, 1월에 낸 자동차세 38만원, 지난달 할부로 산 옷 잔금은 3만2천400원, 오늘 점심은 9천원, 내일은 4만원어치를 주유한 것까지 합해 이번 달 카드 값은…. 쓸 때는 종이달처럼 행복했다. 그러나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날이 다가오면 한숨만 나온다. 이렇게 또 돈 이야기만 하다 하루를 끝낸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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