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흠 계명대 동산의료원장 "기계-사람 효율적 분업 진료로 환자 중심 감성병원 만들겠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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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1 07:40  |  수정 2023-04-11 07:43  |  발행일 2023-04-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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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흠 계명대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이 취임 소감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11년 계명대 동산병원에 로봇수술을 도입해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 국제 의학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2015년 '자궁경부암 단일공 로봇수술' 성공은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에 이은 세계 두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 기록이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자궁내막암 단일공 로봇수술을 이용한 대동맥 림프절 절제술'에도 성공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SCI급 논문 116편을 비롯해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1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꾸준한 연구와 학술 활동에 온 힘을 쏟았다. 바로 조치흠 계명대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이다. 의사 가운보단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더 어울릴 정도로 남다른 경영마인드를 갖췄다.

AI 융합한 스마트 플랫폼 기반 강화
국내 대형기업 협업 원무자동화 추진
동산동병원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성
경주병원은 급성기질환 허브센터 육성
양성자 암 치료기 도입해 의료질 제고
특허 등 의료 외 수익 확대에도 노력


▶취임 소감은.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 직분에 부름을 받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병원 이전 할 땐 많은 일을 함께했다. 보직을 맡지 않다가 다시 맡았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그림이 있다.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이 꼭 완성됐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만감이 교차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에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다. 본원을 대한민국 또는 세계 속 병원으로 만들고 싶다.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이제 그걸 시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리에 왔다. 혼자 다 할 순 없다. 초석은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는 의미의 '개신창래'의 각오로 가진 역량 모두를 쏟겠다."

▶어떤 병원을 만들고 싶나.

"의료원은 계명대동산병원(성서), 대구동산병원(중구), 경주동산병원 등 3곳의 병원을 두고 있다. 메인 병원 계명대동산병원은 이전에 대한 효과를 누리기엔 시기적으로 끝났다. 이젠 성장과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나은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마트 플랫폼을 가지고 AI를 융합한 환자 중심의 감성 병원을 만들려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기계가 제일 잘하는 건 기계를 시키고, 사람이 제일 잘하는 건 사람을 시키는 것이다. 간호사는 '바이털 사인'(활력징후, 체온·맥박·혈압 등) 체크를 많이 한다. 이 업무를 기계가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 시간을 환자에게 쓰도록 하고 싶다. 사람이 환자를 부축하고 위로해 주는 것을 제일 잘하기 때문이다. 일선 약사도 마찬가지다. 약사는 어느 대학병원 가도 제일 많이 하는 게 약을 놓고 맞는지 확인만 한다. 그러나 본연의 임무는 복약 지도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 얼굴을 안쳐다 본다. 진료기록지 작성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자판(키보드)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환자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원무 자동화를 시행하려고 한다. 이 시스템은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집에 갈 때까지 원무과를 찾지 않고 되돌아 가는 것이다. 추진을 위해 국내 한 대형 플랫폼 기업과 손을 잡을 복안이다. 이 플랫폼을 만들려면 200~300억원쯤 들어간다. 비용은 플랫폼 기업과 병원, 광역자치단체 등에서 충당하면 된다. 플랫폼이 완성되면 다른 병원에 라이선스비를 받으며 팔 수 있다. 수익률은 30% 정도로 내다 보고 있다. 곧 플랫폼 기업 대표가 대구로 내려온다. 필요하면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할 생각이다."

▶대구동산병원 등도 계획하는 것이 있나.

"대구동산병원은 진취적으로 나아 갈 수 있는 곳이다. 내년 12월 소아재활센터가 완공된다. 4월부터 일부 건물이 철거에 들어가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2030년까지 새로운 건물을 하나씩 만들 거다. 내년엔 장례식장을 지하로 넣을 복안이다. 2030년에는 향후 100년을 위한 특성화병원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소아과 환자는 밤 9시 넘으면 갈 때가 없다. 달빛병원도 오후 8시 이후 문 닫는다. 그래서 중증 정도가 대학병원급 높지 않은 중환자를 받는 소아응급센터를 만드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소아과 의사를 20명 고용해 24시간 운영하면 된다. 중증이 심한 산모도 갈 곳이 없다. 본원은 산과 의사가 5명으로 많은 편이다. 이 인력을 투입해 모자센터를 개소하면 된다. 이러면 대한민국 저출산대책의 획기적인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경주동산병원은 경북 동남부 급성기 질환 허브센터로 성장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의료질 향상을 위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수술하는 의사 혹은 실력 있는 의사가 많아야 한다. 근데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려면 최소 15~20년 걸린다. 근데 오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다른 방향인 기계로 대체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 '양성자 암치료기 도입'이란 답을 찾았다. 먼저 관련 팀을 만들어 연구해 추후 기계를 구입할 복안이다. 연구 인프라도 늘리겠다. 대학은 아카데미를 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하버드는 병원 수익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다. 하버드는 그들의 특허나 의료 외 수익 창출이 45%에 달한다. 본원도 최소 10~2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동산병원은 1899년 선교사들이 세웠다. 당시 선교사들은 범선을 타고 3~4개월 걸려 들어왔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왔을 것이다. 풍토병(특정 지역에 사는 주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병)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도 계신다. 이렇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 때문이다. 즉 베푼다, 돌려준다는 의미다. 동산병원도 대구시민을 위해 베풀고 싶고,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대구시민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질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키워보겠다. 기대해 달라."

조치흠 원장은

1987년 계명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동산병원 산부인과장, 주임교수, 암연구소 소장, 연구처장, 암센터장, 기획정보처장, 동산의료원 개원준비단 부단장,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 비상대책본부장, 동산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산부인과 로봇수술학회장, 대한부인중개암연구회 회장, 대한부인종양학회 상임이사, 대한암학회 이사, 대구시 의무이사 등을 거쳤다. 현재는 아시아 부인과 로봇수술학회장, 대한자궁근종연구회장 등을 맡고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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