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내홍, ‘회장 1인 책임’ 구조 흔들리나…대구서 개편론 제기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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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3 19:13  |  발행일 2026-03-03
비대위 부결에도 내부 갈등 지속…책임 집중 구조 한계 지적
전공의·의대생 대표성 논란 확산…공동 의사결정체 제안
“구호 아닌 제도 전환 필요”…대구서 나온 조직 개편 요구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영남일보 DB>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영남일보 DB>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대한의사협회 내부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계 논의 무게중심이 지도부 거취를 넘어 의사결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무산되며 현 집행부 체제가 유지됐지만, 갈등의 근원을 제도 설계에서 찾는 시각이 힘을 얻는 흐름이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열린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는 재석 125명 중 97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됐다. 표면적으로는 김택우 회장 체제가 재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표결 과정에서 회무 운영 방식과 책임 구조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 신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 대응 주문과 함께 의사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점검 요구가 동시에 제기됐다는 의미다.


대구 의료계는 이 지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3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이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회장 1인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중대한 정책을 소수 지도부가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부담을 회장이 전적으로 떠안는 체제에서는 어떤 결론이 도출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 했다. 협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독단이라는 비판이, 속도가 더디면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불신도 같은 맥락에서 짚었다. 민 회장은 "과거 의정 협상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누적돼 있다"며 "젊은 세대가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직접 참여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세대 간 대립이 아니라 대표성 확보의 과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공동 의사결정 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의협 회장과 대의원회, 시도 의사회, 전공의·의대생·교수 대표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대정부 협상과 집단행동 여부 등 중대한 사안을 합의 절차를 거쳐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민 회장은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는 있지만,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결국 조직의 협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미국의사협회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별도 섹션을 통해 안건을 상정하고 대의원회 표결에 참여한다. 그는 "젊은 세대를 동원 대상이 아니라 결정 주체로 인정하는 구조가 조직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한다"고 말했다.


대구 의료계가 중앙 회무의 운영 틀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외부 변수가 내부 운영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 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 전환"이라며 "권한을 나누고 책임을 함께 지는 구조로 나아가야 의료계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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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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