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개판 5분 전' 민주당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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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5 06:59  |  수정 2023-05-15 07:00  |  발행일 2023-05-15 제26면
민주당, 혼란의 아수라장
사법 리스크, 돈 봉투 의혹에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까지
반성과 성찰 없는 지난 1년
민주당의 변화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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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부국장

"개판 5분 전이죠."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어느 노(老)정객의 말이다. 웃음이 나면서도 공감이 갔다. '개판 5분 전'의 유래를 살펴봤다. 개판 5분 전에서 '개'는 동물인 개(犬)를 상징하는 게 아니다. 개(犬)는 잘못이 없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밥을 준비하고 밥솥 뚜껑을 열기 5분 전이라는 의미로 '개(開)판 5분 전'을 외쳤고, 굶주린 사람들이 밥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또 하나는 씨름 경기에서 두 선수가 동시에 넘어졌을 때 '서로 자신이 이겼다'고 난리를 치면, 심판이 '경기를 새로 하라'는 뜻에서 '개(改)판 5분 전'을 선언했다고 한다. 개(開)든, 개(改)든 난장판이 벌어진 것은 틀림없다. 요즘 민주당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실제 민주당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졌고,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까지 터졌다. 무엇보다 김 의원의 60억원대 코인 보유 논란은 2030 세대의 역린을 건드렸다. '가난 마케팅'까지 하며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의 '이중성'에 분노하고 있다. 2020년 국회의원 후보 시절 개인 유튜브 채널 김남국TV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김남국 후보에게 100만원은 절박함입니다. 100만원은 김남국이 상경해 늘 했던 절박함의 기도였습니다. 다음 달에는 100만원만 벌게 해 주세요.' 변호사 시절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해 검소하게 살았다고 했던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은 '꼬꼬무 의혹'으로도 불린다. 김 의원이 해명을 하면 할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4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봤던 문장이다. 최근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도 탈당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돈 봉투를 살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도 탈당했다. 문제가 터지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꼬리 자르기식 탈당이 습관적이기까지 하다. 국민을 바보로 알고, 법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아마 지금까지 그래왔듯 김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조사와 징계는 유야무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흐르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복당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어쩌면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의 설화 논란과 같은 일이 국민의힘에서 또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할 수도 있겠다.

정권 교체 후 1년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조금도 바뀌지 않은 듯하다. '내로남불' '편 가르기'로 정권을 내줬지만, 반성과 성찰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 1년을 "실패한 정부"로 규정하며, "정치가 정쟁을 넘어 전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를 전쟁으로 만든 게 누군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무시로 자행하는 게 민주당이다.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민주당을 동원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정권이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은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 선공개 영상에서 "대한민국의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전히 진영 논리에 갇혔다는 인상을 준다. 민주당의 '개판 5분 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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