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55년만에 만난 경주 안강제일초등 선생님과 제자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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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4  |  수정 2023-05-24 13:42  |  발행일 2023-05-24 제21면
스승의 날 앞두고 경주 한 식당에서 모임 가져

헌시 낭독, 스승의 은혜 제창하며 존경심 표해

시인 제자 '큰 나무 그늘' 즉석에서 헌시 지어
[동네뉴스] 55년만에 만난 경주 안강제일초등 선생님과 제자
스승의 날 앞두고 55년만에 만남 경주 안강제일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들. 왼쪽부터 강광수, 황홍기, 이만재, 김영목 선생님, 강남중, 이시우, 임억근, 최재만씨.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교권(敎權)이 무너지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는 세태를 반영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이었다. 교원들은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20%만이 '그렇다'라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생님이 존경의 대상이었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설문조사에 마음이 착잡했다.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3일 경주 모 한정식집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다. 제자 중 한 사람이 오랜 세월에 걸쳐 소식을 전하고, 명절에 찾은 경주 안강제일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한때 안강제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천 500여 명으로 경북도에서 학생 수가 많은 학교로 알려져 있었다. 각 학년이 6개 반으로 한 반에 60명이 넘었다. 이날 모임에는 6학년 때 친구 63명 중 대구, 부산, 포항, 안강에 거주하는 제자 7명과 당시 6학년 1반 담임이었던 김영목(82) 선생님이 참석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55년 만에 선생님을 만난 제자들도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고, 얼굴엔 주름이 생겼다. 선생님은 제자들의 변한 모습에 처음 몰라보다가 이름을 듣고 반가워하셨다. 고인이 된 친구에 대한 묵념과 선생님께 큰절을 올렸다. 선생님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고, 꽃다발과 과일바구니, 건강식품도 전달했다.


제자들은 큰 절을 하며 한 목소리로 "선생님 건강하십시오"라고 외쳤다. 선생님은 준비한 쑥떡을 나누어주셨다, 사제 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은혜에 보답하는 '헌시 낭독'과 '스승의 은혜' 노래도 불렀다. 선생님은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어 고맙고, 부족하게 가르쳤지만, 제자들이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서 찾아주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헌시는 제자 가운데 시인인 임억근씨가 즉석에서 지었다.

'큰 나무 그늘 '
세월이 가면 / 스스로 자라는 나무인 줄 알았습니다.
흔들리는 바람에 / 꺾이지 않도록 / 책갈피마다 / 희망을 키우시고 / 하얀 백묵 가루를 마시며 / 사자 후를 토하신 선생님
큰 나무로 이정표 세워 / 길을 밝히셨습니다.
가슴에 지혜를 새겨 / 든 사람 된 사람 되었습니다.
때로 / 힘들고 지칠 때 / 나무 그늘이 그립습니다.
이제야 / 큰 나무 그늘이 있었기에 / 자라는 나무인 줄 알았습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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