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 수성구 고산은 '외로운 산'이었다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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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6 11:56  |  수정 2023-08-09 08:42  |  발행일 2023-06-07 제21면
고산사랑 마을투어, 주민들에게 '흥미진진'
고산(孤山), 매호들과 사월들 사이 92m 산
물이 귀한 노변동에 고산정수장 위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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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사랑 마을투어(6회차) 참가자들이 고모역복합문화공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기가 시지일까요? 고산일까요?,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옛 고산 5일장이 열렸던 곳은 어딜까요?, 월드컵 삼거리 옛 지명 솔정고개를 아십니까?"

지난달 31일 '2023 고산사랑 마을투어' 6회차 시작과 동시에 해설사가 참가자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참가자 20명은 모두 대구 수성구 고산 주민으로 거주기간은 평균 20~30년 정도였다. 1990년대 초 고산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으니, 참가자 대부분이 아파트 조성 후 이주해온 주민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을투어 내내 해설사가 던지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이날 투어는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해설사가 질문을 던지고, 현장에 도착해 주민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사월동 지석묘군에서는 지석묘와 맥반석 하천 욱수천 전설을 통해 욱수동·사월동 지명 유래를 살펴봤다. 성동 고산서당에서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고산'이란 지명이 매호들과 사월들 사이에 있는 높이 92m에 불과한 작고 외로운 산, 고산(孤山)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최근 매호동에 개장한 열대온실 '생각을 담는 정원'에서는 열대식물 감상과 함께 과거 영등할매 전설을 간직한 마을 성황당 '영등할매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폐역사를 리모델링한 고모동 고모역복합문화공간도 흥미로웠다. 옛 기차역에 얽힌 추억과 '고모(顧母)'란 지명이 어머니와 아들의 애틋한 사랑에서 유래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매시장에도 재밌는 스토리가 있다. '진띠미'라 불린 진씨 부자집에 얽힌 신매동 전설이다. 연호동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라커룸, 그라운드, 전시관 등을 직접 둘러봤다. 또 연호동이란 지명이 큰물만 지면 금호강물이 역류해 거대한 연꽃 늪이 생긴 것에서 유래됐다는 것도 알게 됐다.
노변동 사직단에서는 반전이 있었다. 과거 노변동은 고산에서 가장 척박한 땅으로 물이 귀해 농사가 힘들었다. 지금은 풍요를 기원하는 사직단, 예비 농업인을 양성하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수돗물을 공급하는 고산정수장이 들어섰다. 시지동 충효재에서는 400년 내력 청주정씨 노변 문중 사례를 통해 지역개발과 전통문화 보존이 병행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날 투어는 시지동 고산농악전수관에서 대구무형문화재 '고산농악' 체험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박종숙 주민자치회 마을사랑분과장은 "작년 처음 실시한 마을투어 성과가 좋아 올해 또 진행하게 됐다"며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좀 더 색다른 마을투어를 기획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산사랑 마을투어는 주민참여예산사업에 선정된 프로그램으로 오는 14일까지 총 11회 진행된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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