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대 유턴 입학 열기…'학벌주의 타파' 긍정 영향 미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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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5  |  수정 2023-07-05 07:00  |  발행일 2023-07-05 제27면

일반대를 졸업한 뒤 전문대에 입학하는 이른바 '유턴(u-turn) 입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 취업난의 영향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전문대 전체 입학생 가운데 25세 이상(4년제 졸업 유턴생)은 지난해 19.2%로 2020년 대비 7.1%포인트 늘었다. 대구보건대의 경우 2023학년도 대학졸업자 전형에 지원한 이는 모두 1천460명으로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입학생도 89명에서 110명으로 늘었다. 장학금 혜택이 주어지는 대졸자 특별전형 말고도 일반대를 중퇴해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학생까지 포함하면 실제 유턴생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한 명이 아쉬운 전문대로선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일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일반대를 나와도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전국 4년제대(192곳) 취업률이 56.4%에 머무른 통계가 잘 말해준다. 이에 사회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히거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난을 뚫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열쇠가 전문대에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고 안정적 미래가 보장된 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치위생과 등은 경쟁률이 엄청나다. 명문대 졸업생도 줄을 서서 노크하고 있다.

전문대 유턴 입학 현상은 지나친 학력 인플레이션이 낳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유턴생들이 앞서 일반대를 다니며 투자한 교육 비용은 결과적으로 낭비된 셈이다.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유턴 입학 열기가 모쪼록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 아울러 각급 학교에서도 적성과 능력에 초점을 둔 진학·진로 교육이 뿌리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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