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돌한우·오미자 특산물 가공품으로 '먹고사는 구조' 다지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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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7 05:33  |  수정 2023-08-17 08:32  |  발행일 2023-08-17 제10면
문경 자립적 성장기반 구축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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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과 개발용역 업체인 경민대 산학협력단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후식 및 가공품인 산채비빔밥 2종, 밀키트 제품 2종과 오미자네 청년몰에서 개발 중인 디저트 제품에 대해 시식 품평회를 하고 있다. <문경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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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은 액션그룹과 창업기업을 위해 각종 박람회, 파머스마켓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홍보를 했다. <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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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이 제주도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달 제주도를 방문했다. 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 추진위원과 액션 그룹 구성원들이 제주 볍씨마을 관계자로부터 제주밭한끼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문경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단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지역 개발사업의 하나로 2018년부터 농촌신활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100개 시·군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민간조직을 육성·활용,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이 사업의 목표다. 농림부는 농촌신활력사업이 지역의 자립적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 만큼 주민이나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문경시는 지역의 특산품인 오미자를 활용한 '스포츠 식품산업 육성을 통한 자생조직 활성화'를 내용으로 2019년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에 선정됐다. 지난 4년간 다양한 사업을 펼쳤으며 공동 가공생산 거점시설 건립 문제로 사업계획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은 그동안 창업기업 15개 지원, 액션 그룹 성장지원 18개소, 기능성 스포츠 음료·스포츠 도시락 개발, 스포츠 식품 공동가공 거점인 농촌신활력센터 착공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농촌신활력사업의 목표인 지역 자산과 민간조직을 활용한 지역특화산업 고도화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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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농촌신활력사업단이 개발한 도시락. 기내식과 편의점 등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문경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단 제공>

◆문경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성과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단은 2020년 스포츠 식품 창업기업을 위해 액션 그룹 1기생을 모집했다. 이어 2021년 2기, 2023년 3기 액션 그룹을 구성해 멘토링과 역량 강화 아카데미 등을 통해 견실한 19명의 창업자를 키워냈고 66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특히 3기 액션 그룹은 마을축제 기획자나 활동가를 선정해 주민들이 이 사업에 좀 더 깊숙이 다가가도록 했다.

스포츠 식품 개발에 나선 사업단은 기존 문경지역 업체들이 생산하는 오미자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시장 개척을 위해 기능성 음료 개발 등에 노력했다. 쉬잔드린 성분을 포함한 오미자 기능성 음료에 류신과 당근 추출물을 첨가한 운동능력 증강용 식품 조성물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다. 또 수압식 착즙으로 만든 오미자 탄산음료, 오미자 추출물을 바탕으로 한 콜라겐 젤리, 구미 젤리 등 음료와 젤리 제품 레시피를 개발해 창업 기업이나 액션 그룹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음료는 패키지 디자인까지 마쳐 창업기업이나 액션 그룹이 바로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오미자 스포츠 식품산업 육성'
2019년 선정 4년간 가시적 성과
15개 창업·18개 액션그룹 지원
기능성 음료·도시락 개발 이어
스포츠식품 공동가공생산거점
농촌신활력센터 착공 등 결실

'제주밭한끼' 수익모델 벤치마킹
사업 지속성·존립 모색도 계속


항공기 기내식 납품을 목표로 문경 농특산물을 이용한 도시락도 개발했다. 약돌 한우를 이용해 고추장이나 간장 소스를 첨가한 산채 비빔밥을 수차례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거쳐 레시피를 완성했다. 사업단은 항공기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납품하기 위해 항공사 측과 협의 중이며 국내 유수의 항공사나 저가 항공사 등에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거의 납품단계까지 진척됐으나 내부 사정으로 1년 뒤로 미뤄졌다. 이 비빔밥은 기내식뿐 아니라 편의점이나 군대 PX 등에도 시장성이 좋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어 이 분야의 진출도 계속 타진 중이다.

사업단은 도시락과 함께 약돌돼지를 이용한 포크촙 컵밥이나 스키야키 등의 밀키트도 만들었다. 문경중앙시장 내 오미자네 청년몰과 연계한 판매전략과 편의점, 푸드트럭 등의 활용 방안도 검토한 결과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공동가공생산거점은 대상 부지 문제로 다소 차질을 빚었다. 사업대상지 변경이 불가피해 올해 초 농림부의 승인을 받아 지난 5월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문경시신활력센터인 이 시설은 액션 그룹의 창업이나 협업 공유 공간으로 첨단 장비 활용이 가능해 많은 액션 그룹이나 청년 창업가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벤치마킹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제주시다. 제주시의 농촌신활력사업추진단은 2021년부터 제주 밭작물의 가치 재발견을 주제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 밭담이 지키는 건강한 제주 밭작물의 가치를 알리고 제주시 농촌이 자립적 발전기반을 구축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제주 농촌은 육지보다 마을 규모가 크고 살림살이가 넉넉한 편이다. 그래서 농민들이 새로운 먹거리 개발이나 수익 모델 창출에 관심이 적어 신활력사업의 걸림돌이 됐다. 추진단은 가장 먼저 밭에서 나는 농산물로 만든 한 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려 먹거리 개발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주민 사이에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제주의 5대 밭작물인 당근, 양배추, 월동 무, 브로콜리, 메밀 등으로 코스요리와 도시락을 개발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초청하는 등 홍보에 힘쓴 결과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고 재방문을 희망하는 고객이 생겼다. 올해는 지난달부터 '제주밭한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수확 철인 11월에는 매주 진행할 예정인 '제주밭한끼 캠페인'은 '제주에서 나는 밭작물로 차려 먹는 근사한 한 끼 식사'를 의미한다. 최근 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 상당수가 신활력사업으로 만든 제주 한 끼 식사나 사업장을 둘러보는 코스를 즐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 이 캠페인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 사업의 가장 큰 문제가 지속성과 운영자금 마련이다. 제주시는 이러한 문젯거리를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사업 추진 시 건물을 짓지 마라'라는 지침을 세웠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 빈 건물만 남게 돼 더 큰 뒤처리의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추진단도 조천읍 와흘마을 회관을 빌려 쓰고 있다. 인건비나 운영비는 유통이나 판매 이익금의 일부를 공제해 쓰기 때문에 추진단의 장기적 존립도 어렵지 않은 구조를 만들었다.

이재근 추진단장은 "신활력사업 추진 초기만 해도 액션 그룹이나 주민들이 보조금을 주는 사업으로 받아들여 돈만 주면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인식을 했다. 이를 깨고 같이 먹고사는 구조를 만들고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많은 땀을 쏟았다"라고 말했다.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의 과제

농촌신활력사업이 단기 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액션 그룹이나 창업기업들의 제품 생산과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업단은 보조금 없이 독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제주 추진단은 유지할 건물을 아예 만들지 않았고 추진단은 사단법인으로 바꿨다. 추진단이 내년에 해체되더라도 법인은 존속해 유통이나 판매 이익금의 일부로 계속 운영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문경시 사업단도 같은 걱정을 한다. 공동가공생산거점인 문경시신활력센터가 준공되면 이 시설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길민욱 사업단장은 "이 시설을 농촌사업과 연계한 단체와 공동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사업을 이어 할 수 있도록 추가 사업을 확보하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운영 경비는 사업단이 개발한 제품의 이익금 중 일부를 공제하는 방식의 기금 적립과 시설 사용료 징수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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