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앞으로 다가온 수술실 CCTV 설치 의무제…현장에선 여전히 실효성 의문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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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5 14:55  |  수정 2023-08-15 15:01  |  발행일 2023-08-16 제2면
의료진 기본권 침해와 필수 의료 붕괴 우려
대한의사협회, 헌법소원 제기 통해 시행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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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들이 수술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수술실 CCTV 설치 의무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의료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의료진 기본권을 침해하고 필수 의료 붕괴를 가속하는 한편, 지원·대책도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의료 현장에선 제도 시행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 달 2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은 '고(故) 권대희씨 사망 사건'에 의해 촉발됐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가 권씨의 수술 과정에서 경과 관찰 및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다 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확정했다. 이 재판의 결정적 증거가 수술실에 설치됐던 CCTV였다.

복지부는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시행 적용 범위'를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병원협회 등에 공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달 25일부터는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또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다만, 위험한 응급수술이나 환자 생명을 구하고자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수술은 촬영에서 제외된다. 촬영 영상은 △범죄 수사 △법원 재판업무 수행 △의료분쟁 조정·중재 절차를 위한 경우 열람 가능하다.

대구지역 의료기관들은 CCTV를 설치하거나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는 있지만, 실효성 여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 A 병원 관계자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까지 동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급박한 수술을 앞두고 사실상 쉽지 않다"며 "대부분 촬영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 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매월 소요되는 유지비가 적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금액은 커질 것"이라며 "이런 예산 또한 어떻게 편성해야 할 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B병원장은 "CCTV가 설치되면 아무리 보안 장치를 하더라도 악의적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상급 종합병원은 데이터를 관리할 능력이 되지만, 일선 병원급에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는 "CCTV 설치도 중요하지만, 설치 후 자료 관리에 대한 규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사후 관리에 대한 정부 규정은 아주 미비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수술실 CCTV의 의무 설치·운영으로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사생활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직업수행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의료계는 필수 의료 전문 과목에 대한 전공 기피 현상, 필수 의료 전문의 확보 어려움 등으로 필수 의료가 무너지는 열악한 실정"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는 이런 필수 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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