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선한 대통령 후보', 정치적 존중받기에는 너무 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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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0  |  수정 2023-09-20 06:59  |  발행일 2023-09-20 제27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중 병원으로 실려 가고, 검찰은 예정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병원치료를 받는 만큼 물리적 단식은 끝났지만, 여야 대치 정국은 정점을 치닫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21세기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은 이 기괴한 상황에 고개를 젓고 있다. 정기 국회는 올 스톱됐다. 21일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블랙홀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듯하지만 이른바 '개딸'은 찬성 의원 색출을 경고하고 나섰다. 처절한 단식투쟁의 와중에 검찰이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과연 그런가. 사실 이 대표의 혐의는 일반 국민들이라면 꿰기 힘들 정도다. 이번에 영장 청구 대상이 된 쌍방울 대북송금 3자 뇌물, 백현동 개발특혜, 검사사칭 위증교사에다, 앞서 국회에서 부결된 체포동의안에 적시된 대장동·위례신도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까지 잡다하다. 이 모든 혐의, 즉 법적 의심은 하루 이틀 수사되고 진행된 것도 아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가 신체적 저항권이라 할 단식을 동원해 일거에 무력화하기에는 너무 많이 진행됐다. 달리 말하면 애초 이 대표가 공언했듯이 수십 번이라도 당당히 검찰 조사에 응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방법 외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민주당은 160석이 넘는 거대 의석을 가졌다. 삼권 중 하나인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다. 장관 탄핵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도 모조리 부결시킬 수 있다. 그런 제1야당이 단식 정치에 몰입하고, 이 대표의 사과와 해명이 필요한 사건에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표가 '아쉽게 낙선한 대통령 후보'로서 정치적 존중을 받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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