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역사를 마주한다는 심정으로 냉정함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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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5  |  수정 2023-09-25 06:55  |  발행일 2023-09-25 제23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정치권의 끝 모를 대치는 증폭되고 있다. 국회 표결에 최소한의 존중을 표하기는커녕 오히려 물어뜯기에 돌입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책임의 당사자인 이 대표의 일관성을 이탈한 태도가 화를 키우고 있다. 그는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동료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인정하기보다는 "검찰독재의 폭압은 더 거세지고 있다. 국민을 믿고 정진하겠다"고 불을 지폈다. 민주당은 내분을 넘어 광풍에 휩싸였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작업에 돌입했다. 마치 인민재판이라도 하겠다는 흥분이 엿보인다. 심지어 살인 예고글까지 등장했다.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도 헌정사상 처음이지만 총리 불신임안, 검사 탄핵안 가결 또한 신기록이다. 이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160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결정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1차적 책임으로 귀속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일련의 과정들을 놓고 역사를 마주한다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무엇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냉철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26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상식적인 당의 대응이 요구된다. 벌써부터 이 대표 석방동의안 요구안이 거론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물론 집권여당, 국민의힘도 정국 전반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이재명 구속'이 유일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김기현 대표가 24일 언급한 '민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지극히 당연하다. 온전한 법치, 합리적 상식을 바탕으로 한 정상사회로의 전환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에도 공감이 간다. 다만 김 대표도 "한 줌 개딸들이 버텨봐야 찻잔 속 태풍"이라고 굳이 자극하는 것 또한 상책인지는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지금 열정 아닌 냉정한 침착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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