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대패하고 나니 공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 후보를 사면해 주고 다시 공천을 주도록 한 용산 대통령실의 책임이라고들 비난한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불공정 비리와 싸워 끝내 정권을 탈환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선, 김 후보의 사면과 재공천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벌써 잊었지만, 김태우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가 하늘을 찌를 때 용기 있게 문 정권의 불법과 비위를 폭로한 사람이다. 문재인의 측근에 대한 감찰무마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등 정권의 대형스캔들이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법원은 '공익적 폭로이며 공익신고자'라는 김태우 측의 항변을 '폭로의 동기나 목적이 의문시된다'고 배척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들의 의도와 배경을 따지고 들면 도대체 어떤 공무원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권의 비밀을 공개하겠는가. 본질을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문재인-김명수 라인의 사적(私的) 보복이자 민주주의의 후퇴 아닌가.
김태우 전 구청장을 즉각 사면하고 재공천을 밀어붙인 용산의 결정은 자기주장이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문제는, 아니 선거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공천이 아니라 김태우 후보를 재공천한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국민의힘의 무능과 게으름에 있었다. 홍보전과 여론전에서 참패한 것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성추행과 같은 파렴치한 비리로 초래된 것이 아니었다. 오거돈 부산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임기간 중 성비위로 야기된 2021년의 4·7재보궐선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오히려 김태우의 폭로가 사회정의를 세운 공익제보인지, 아닌지를 법관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묻는 일종의 국민적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지도부는 이를 도외시하고 빌라재개발 같은 말초적인 선거운동에 급급하다 대패를 자초했다. 과연 국민의힘 현역의원들 중 TV토론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당당히 맞서 김 후보 공천의 정당성을 설파한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
역대로 집권 2·3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에선 대체로 집권당이 패배해 왔다. 국민들이 집권세력에 피로감을 느낄 때다. 1996년 김영삼 정부, 2000년 김대중 정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의 총선에서 모두 집권 여당이 패배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집권 내내 여당이 선거에서 졌다.
그 예외가 2020년 총선이었다. 문재인 정부 3년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보수 야당이 대패한 것은 코로나와 함께 황교안-김형오의 무능(無能)-사심(私心) 공천 파동 때문이었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대권병에 빠져 홍준표, 김병준, 김무성 등 정적(政敵) 제거에 공천을 악용했다. 이중 홍준표 대구시장만 의로운 대구시민들 덕분에 국회로 살아 돌아갈 수 있었다.
강서구청장 선거 후 언론보도를 보니 국민의힘 내에서 익명의 의원발(發)로 '대통령 책임론'이 터져 나온다. 윤 대통령도 물론 바뀌어야 하지만, 헌법기관인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이 먼저 정신 차려야 한다.
김태우 공천 당시에는 맹종하다가 지금 와서 대통령을 탓한다? 그것도 비겁하게 익명으로?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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