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층 아파트'라고 선전하더니 "저층 배정 원해" 뒷돈…왜?

  •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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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2 19:48  |  수정 2024-05-02 19:49  |  발행일 2024-05-02
조선우표
1일 북한 조선우표사는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준공을 기념하여 우표를 발행했다. 연합뉴스

평양의 고층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입주예정자들이 낮은 층을 배정받기 위해 '뒷돈 거래'까지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햇빛이 잘 드는 고층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정반대인 현상이다.

'화성지구 2단계'라고 불리는 1만 가구 규모의 주택 단지이고, 착공식에 이어 지난달 16일에 열린 준공식까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며 관심을 보인 곳이다.

김정은이 평양 주택 건설 사업에 힘을 쏟는 것은 낙후된 주거 시설을 개선하는 게 민심을 달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정작 입주 예정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택 배정 문제를 두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달 30일 "일부 주민들이 화성지구 2단계에 입주하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인민위원회 간부들에게 뒷돈을 줬다는 소문이 퍼져 당국이 검열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뒷돈 거래에는 달러가 오간 정황이 있고, 일부 주민들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들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화성지구 주택은 김정은의 배려에 의해 공급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돈거래를 하는 행위는 김정은은 물론 평양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불만이 확산되자 평양시당은 중앙당에 사안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며 검열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주민들이 뒷돈 거래까지 불사하면서 낮은 층을 배정받으려는 이유는 '전력난'과 연관돼있다. 주민들은 사이에서 "정전으로 승강기가 멈추는 경우가 잦아 고층은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지며 저층을 선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고층은 주로 힘없는 사람들이 배정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층은 물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수 문제를 떠나 대소변도 처리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초고층 입주자들이 모두 평범한 노동자들이라고 보도하지만, 정작 실거주자들이 저층을 선호하기 때문에 건물 층수를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화성지구 2단계는 20~30층 안팎의 건물이 주를 이루게 됐다. 2022년 "수도 평양의 제일 높은 살림집"이라며 80층 주택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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