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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읍 덕리 전경. 2023년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선정돼 축사 이전 등 주민 숙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7년까지 커뮤니티센터와 공원, 다목적광장, 공공임대주택, 영농실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
청송읍 덕리는 70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다. 마을 곳곳의 축사로 악취와 소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리 사람들은 마을의 숙원사업이던 축사 폐업을 위해 청송군과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마침내 2023년, 덕리 마을은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선정되었다. 사업이 시작되면서 마을은 활기로 가득 찼다. 19개 동의 축사와 7개 동의 창고 등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커뮤니티센터, 공원, 다목적광장, 공공임대주택, 영농실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덕리 주민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귀농·귀촌인을 따뜻하게 맞아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교육, 선진지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깨끗한 환경, 아름다운 자연, 따뜻한 사람들. 덕리는 모두를 위한 행복한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산소카페 청송, 두 번째 이야기는 덕리마을의 변화를 위해 주민과 청송군이 함께 기울인 노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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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농촌공간 정비사업 전의 덕리 모습. 〈청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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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농촌공간 정비사업 후의 마을 조감도. 〈청송군 제공> |
◆청송 덕리, 산소 카페 마을로 거듭나다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 사업은 유해시설인 축사 철거를 통한 주거 기능 확충 등 쾌적한 정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청송읍 덕리는 지난 3월 기준 393세대 인구 673명이 거주하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얼핏 보면 여느 한적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남모를 고충이 있다. 마을 내 있는 축사 때문이다. 축사에는 개와 소, 염소 등 수천마리의 가축들이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배출되는 악취와 소음 등으로 주민들은 오랜 기간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여름에도 마음 놓고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파리 등 벌레들도 득실거렸다.
축사의 위치도 주거밀집지역 인근에 있어 주민 상당수가 피해를 겪고 있었다. 피해는 인근 마을까지 이어졌다. 축사 반경 2㎞ 이내인 월막리와 금곡리까지 악취가 퍼져 이곳 주민들도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월막리의 경우 청송군청과 군의회, 교육지원청 등 행정기관이 밀집한 지역이다.
축사는 개 사육장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 규모도 상당했다. 사육되는 개가 3천 마리에 달했다. 3천 마리의 개가 밤낮없이 짖어대니 주민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실제로 청송군이 실시한 소음 측정 결과 최대 69.4dB(A)인 것으로 나타나 소음기준치인 65dB(A)을 초과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환경오염도 심각했다. 열악한 시설 등으로 우천 시 축사에서 배출되는 폐수가 인근 하천으로 유입됐다. 하천은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와 연결되기에 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농민들의 한숨도 깊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면서 이를 먹기 위해 까마귀가 떼로 몰려왔다. 까마귀들은 음식물 쓰레기뿐만 아니라 인근 농작지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을 쪼아먹는 등 피해를 주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개 식용 반대 등의 이유로 청송군에 들어오는 민원이 연간 100건이 넘었다. 축사는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마을 이미지를 떨어트리는 마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주민 괴롭히던 축사·견사 환경오염
郡 끈질긴 설득으로 이전 이끌어내
농촌공간 정비 공모 사업에도 선정
커뮤니티·다목적 공간 등 조성하고
귀농·귀촌인 함께하는 공동체 탈바꿈
이에 청송군은 실태조사와 악취·소음 저감 대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녹록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소유주와 협의해 축사 이전 또는 폐업을 유도해야 하나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청송군은 주민 숙원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축사 소유주를 끈질기게 만나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소유자에게 폐업 및 이전을 확답받았다.
아울러, 조금 더 효과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정책사업 공모에도 신청했다. 그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한 2023년 농촌공간정비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 국비 90억원 등 총사업비 18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주민 숙원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마을의 골칫덩이였던 축사가 사라지게 됐다.
◆농촌 공간 재구조화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다
청송군은 축사부지와 더불어 인근 부지를 확보해 공간 재구조화에 나서고 있다. 사업대상지의 총면적은 3만7천689㎡에 달한다. 사업대상지에 포함된 축사 등 개인 사유지는 관련 법률에 따라 소유주와 협의를 진행했으며, 현재 토지 보상 동의서를 100% 확보해 놓은 상태다. 2025년 3월까지 보상 및 철거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종합 계획도를 보면 사업대상지에는 오는 2027년까지 마을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와 공원, 다목적광장은 물론 공공임대주택, 영농실습장 등이 들어선다.
커뮤니티센터의 경우 보육·휴게·체육 등 지역에서 부족한 기초생활 기반 시설들이 조성된다. 공원은 인근 하천인 용전천과 연계해 여가·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골칫거리였던 축사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순간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눈길이 가는 공간이 있다. 바로 공공임대주택과 영농실습장이다. 두 곳 모두 귀농·귀촌인을 위한 시설이다. 청송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다. 유해시설 철거를 통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 조성과 더불어 귀농·귀촌인을 위한 주거공간 지원 및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통해 농촌 인력 배출 등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청송군의 2030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추진전략이기도 하다.
종합발전계획을 보면 친환경 치유·힐링 농업의 육성과 확대, 전문농업인 양성을 위해 자족성 높은 공간구조 창출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경북도에서 추진한 2023년도 농촌지역개발사업 우수지구 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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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마을회관에서 농촌정비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청송군 제공〉 |
◆공동체 활성화로 행복한 농촌 조성한다
숙원사업이었던 축사 폐업으로 마을 주민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우선, 수십 년간 겪어왔던 악취와 소음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지금껏 주민 전체가 모일만한 공간이 없어 회의 등을 진행할 때 불편을 겪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는 생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주민들의 결속력과 단합력을 높이는 등 지역 공동체 강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민도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영농실습장이 완공되면 귀농·귀촌인이 마을에 유입될 것인데 어떻게 하면 이들과 함께 행복한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매스컴을 통해 귀농·귀촌을 포기하는 사례를 종종 접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지인의 텃세도 한몫한다는 것이다. 마을에 들어올 귀농·귀촌인이 이러한 사례를 겪지 않도록,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도록 주민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청송군도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주민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다. 주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의 원활한 운영 및 유지관리를 위해 거버넌스 운영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심영희 덕리 이장은 "주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됐고 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이번 사업으로 체육·여가 시설 등 정주 여건이 개선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어 기쁘다. 귀농·귀촌인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글=유병탁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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