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송도동 송도해수욕장. 한때 길이가 3.2㎞나 됐던 넓은 백사장은 '송도불'이라 불렸다. |
송도해변 다양한 모래작품 전시 눈길
해가 지면 포스코 경관조명 불 밝혀
오도리 간이해변 수심 얕고 물 맑아
따개비 줍기·바나나보트 체험 재미
화진해수욕장 캠핑장 11월까지 운영
◆갖가지 모래 작품 가득한 남구 송도동 송도해변
포항 송도 해수욕장 해변에 모래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지난 7월에 개최된 영일대 샌드페스티벌의 작품들이다. |
해변에 말이 달린다. 모래밭에 엎드린 암사자 곁으로 새끼 사자들이 모여들고, 큰 나무그루터기에 걸터앉은 소녀는 어린 양을 안고 있다. 상투 머리를 한 저 잘생긴 사내는 무엇을 밀고 있는 것일까. 굽이치는 파도 위에서 여인이 들어 올리는 저 둥그런 것은 달인가. 아기를 재우는 엄마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꼬마 아가씨가 있고, 플루트를 부는 숙녀의 저 뒤편에는 멋진 뿔을 단 수사슴과 여린 척추의 암사슴이 먼 곳을 본다.
포항 송도 해변에 모래 작품들이 가만히 펼쳐져 있다. 지난 7월에 개최된 제8회 영일대 샌드페스티벌의 송도 작품들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낭만 가득한 댄스도 보인다. 이른 아침 금빛으로 물드는 해변을 걷는 맨발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둥그런 전구 모양의 '형산강 폴리'로부터 '평화의 여상(女像)'을 지나 '저 멀리 S'자 모양의 '송도워터폴리'까지, 사자와, 사슴과, 갓난아기와, 어린 양과 함께 빛나게 걷는다. 태초의 천국 같다.
월계수 잎을 양손으로 치켜든 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상'은 송도해수욕장의 상징이자 명물이었다. |
월계수 잎을 양손으로 치켜든 '평화의 여상' 뒤로 바다 가운데에 오뚝 선 다이빙대가 보인다. 평화의 여상과 다이빙대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절 송도해수욕장의 상징이자 명물이었다. 길이가 3.2㎞나 됐던 넓은 백사장은 '송도불'이라 불렸다. 모래는 몸에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희고 고왔다. 앞바다는 멀리 70m까지 수심이 얕았다. 바닷물은 속이 훤히 비칠 만큼 맑고 투명했으며 수온도 적당했다. 여름이면 천막촌이 들어섰고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다 포항제철이 들어서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송도해수욕장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큰 해일과 태풍으로 백사장이 점점 사라졌고 피서객의 발걸음도 점차 끊겼다. 결국 2007년 송도해수욕장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사실상 폐장되고 말았다.
지금 송도해수욕장의 모래밭은 희고 넓다. 모래 알갱이들은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럽다. 백사장의 폭은 10~40m, 길이는 1.7㎞ 정도다.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도로 가는 송도 카페문화거리 '해보는대로'다. 크고 작은 카페들, 분홍, 파랑, 노랑, 알록달록 선명한 색을 입은 가게들,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치킨 가게들, 횟집과 조개구이집 등이 빼곡 늘어서 있다. 해가 지면 해변의 야간안전조명시설인 그린 폴(Green Pole)이 송도의 해안선과 모래밭을 하얗게 밝힌다. 포스코가 화려한 빛을 터트리고 멀리 조그마해진 스페이스워크가 이글이글 산을 넘는다. 송도 해변의 폴리들은 음악과 함께 빛나고, 평화의 여상은 푸른빛으로 물들고, 바다 가운데의 하얀 다이빙대는 이 모든 빛을 받아 뽀얘진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송도해수욕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특히 백사장 복원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해수욕장을 개장하려 했지만 구조대나 관리 인력이 머무르는 핵심 시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해 미뤄졌다. 얼마 전 워터폴리 인근에 바다 시청 최종 부지를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하니 내년 여름에는 해변에 늘어선 파라솔과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축제는 지나갔지만, 송도해변의 모래 작품은 10월7일까지 전시된다.
◆해루질·스노클링 천국 북구 흥해읍 오도리 간이해변
순정한 초승달처럼 빛나는 포항 오도리 간이해변. 해변의 길이는 오도1리의 방파제에서부터 북쪽의 벼랑까지 400m 정도, 너비는 60m쯤 된다. 수심은 얕고 물은 시리도록 맑다. |
오도리로 향하는 해안은 거친 갯바위의 연속이다. 아뜩한 벼랑과 절묘한 파식대지, 툭 내려선 우뚝한 바위들과 와글와글 낮게 구르는 돌들의 해안이 거의 1㎞나 이어진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보드라운 모래밭이 나타난다. 순정한 초승달처럼 빛나는 오도리 간이해변이다. 해변의 길이는 오도1리의 방파제에서부터 북쪽의 벼랑까지 400m 정도, 너비는 60m 쯤 된다. 수심은 얕고 물은 시리도록 맑다. 오도리 간이해변은 사계절 차박러들이 즐겨 찾는 바다였고, 아늑하고 한적한 바다를 찾아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걸음 하던 해변이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해루질과 스노클링의 천국이라는 소문과 함께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 민박이 촌을 이루기 시작했다.
해루질과 스노클링 포인트는 초승달의 양쪽 끝인 갯바위 지대다. 바위 위에서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게 보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바위에 붙은 따개비나 소라, 고둥 등을 줍고 바위틈으로 재빠르게 도망치는 게와 바닷속에서 눈 깜짝할 새에 방향을 바꾸는 물고기를 쫓는다. 성게와 해삼, 멍게도 볼 수 있고 무릎 높이의 바다에서는 비단 조개도 잔뜩 잡을 수 있다.
마을 앞바다의 오도섬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상절리다. 언뜻 서너 개의 작은 섬으로 보이지만 전체의 뿌리는 하나다. 침식 때문에 수로가 생겨나 여러 개의 섬처럼 보이는 것이다. 오도섬은 스노클링에 익숙한 이들의 놀이터다. 그들은 작은 수로를 협곡이라 부르며 해저를 누빈다. 방파제에서 타박타박 걸어갈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일부러 모래밭에서부터 헤엄쳐 간다. 천운이 든다면 오징어 떼와 함께 수영하는 황홀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피서철이 되면 해변은 본격적인 해수욕장으로 운영된다. 초승달의 볼록한 가장자리를 따라 마을에서 운영하는 그늘막과 평상이 설치되고 볼록한 가장자리에는 오색의 파라솔이 바다를 향해 선다. 해변의 남쪽 끝과 북쪽 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해변의 야영장이 되어 텐트나 타프, 파라솔 등이 빼곡히 펼쳐진다. 아이들은 각종 도구를 이고 지고 해루질에 나서고 만족할 만한 수확물을 자랑하고 나서야 바다로 뛰어든다. 바나나 보트나, 제트 보트도 경험해 볼 수 있고 카페와 식당, 편의점은 물론 민박과 펜션도 많다. 보물섬 펜션과 DMZ펜션의 객실 창에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이 고스란히 차오른다. 디오션펜션에서는 바비큐와 스파를 즐길 수 있고 살짝 멀찍이 자리한 씨모어씨풀빌라는 바다를 파노라마로 가졌다.
◆깊은 그늘 드리우는 송림캠핑장…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
포항 화진해수욕장은 포항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해변이다. 그리 길지 않은 해변이지만 폭이 100m나 돼 하루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
화진해수욕장은 포항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해변이다. 화진리 마을을 지나 산랑천 맑은 물이 조용히 바다가 되는 곳에 화진해수욕장 입구가 있다. 여기서부터 화진 휴게소가 앉아 있는 벼랑 아래까지 400m남짓한 해변이 화진해수욕장이다. '화진'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지경2리에 속한다. 그리 길지 않은 해변이지만 폭이 100m나 돼서 하루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넓은 주차장이 3곳이나 있고 전기차 충전도 가능하다. 해변은 둥근 자갈이 섞인 보들보들한 모래밭이다. 모래밭의 가장자리에서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송림은 캠핑장이다. 마을 번영회에서 7월부터 11월까지 텐트와 캠핑카를 허용하는 캠핑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캠핑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블록이 깔린 구역은 주로 카라반, 송림 숲은 일반 캠퍼들의 차지다.
포항의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문을 여는 날, 화진해수욕장은 수신제를 올리는 것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다치는 사람 없이 무탈하게 해달라고 바다의 신에게 빈다. 시즌 동안 조개잡이 체험 행사와 가요제 및 공연 등이 열리기도 하고 바나나 보트와 제트스키 등의 해양 액티비티 체험과 서핑 강습도 진행된다. 바다시청, 보건소, 파출소, 해상 안전센터, 화장실, 샤워장, 음수대 등이 갖춰져 있고 중간중간 모래밭을 벗어나는 자리마다 발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주변으로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치킨 가게,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 각종 숙소들이 포진해 있다. 오션뷰 가족펜션인 화진리219는 볼풀과 그네, 미끄럼틀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화진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슬로우오션&히든포레스트펜션도 운치 있는 야외 풀과 트램펄린이 아이들에게 낙원이 되어 준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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