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형 씨 재판 전 협의가 열린 뉴욕 남부연방법원. 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씨의 미국 내 형사재판이 내년 1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첫 재판 전 협의를 통해 본 재판 일정을 확정했다. 본 재판에 앞서 내년 3월 6일 재판 전 협의를 추가로 열고 증거 개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소지 혐의로 체포된 뒤, 지난달 말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현재 뉴욕 브루클린 연방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번 재판은 권 씨의 미국 법정 출석으로는 두 번째다. 그는 앞서 지난 2일 열린 기소인부 심리에서 자신이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미국 검찰은 권 씨가 테라·루나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사기, 자금 세탁, 시세조종 공모 등 총 9건의 범죄 혐의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권 씨의 범행이 400억 달러(약 58조 원)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권 씨가 최대 1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번 사건 관련 증거가 방대하며, 다량의 한국어 통신자료를 번역해야 하는 만큼 본 재판까지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무부는 권 씨가 테라폼랩스 운영을 통해 기만적인 구조를 설계했다고 비판하며, 이를 '포템킨 마을'에 비유했다. 실체 없는 외관으로 대중을 속인다는 의미다. 권 씨가 테라폼 생태계를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하며 시장을 조작했다는 주장했다.
반면, 권 씨의 변호인단은 테라폼랩스의 제품이 합법적이며, 시장 변동성에 따라 기능이 중단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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