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재난영화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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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7  |  수정 2025-03-27 07:22  |  발행일 2025-03-27 제23면
'2012' '행성충돌: 지구 최후의 날' '볼케이노' '해운대' '판도라' 등등. 재난을 주제로 다룬 국내외 영화 제목들이다. 이들 재난영화에 등장하는 재난은 행성 충돌·지진·해일·화산폭발 같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 힘든 자연현상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재난을 다루는 영화도 있다. 재난의 이유가 뭐든 재난이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삶이 송두리채 흔들린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봐왔다. 재난영화에는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 남으려는 인간의 생존 본능, 더욱 간절한 가족간의 사랑, 타인을 구하기 위한 자기 희생도 등장한다. 인간의 욕심이나 부주의에 대한 경고도 준다. 동시에 사회 시스템에 대한 반성도 하게 만든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안동·청송·영양·영덕으로 번져간 산불은 재난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상황들이 그대로 나타났다. 대피 차량으로 정체된 도로, 체육관으로 대피한 수많은 사람들, 눈앞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 그리고 승용차를 대피하는데 도로 옆에는 불이 붙어 있고 연기 때문에 앞은 안 보여, 살아서 이 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몰려드는 상황. 여기에 구조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까지.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산불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과 가족애, 자기 희생,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머지않아 들려올 것이다. 자연재난은 반드시 인간에게 경고하는 것이 있다. 경북 동북부의 산불 참사가 수습되면 재난이 준 경고를 잘 새겨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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