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산불로 주민들이 짐을 끌고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8일 밤 대구 도심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의 매캐한 연무에 잠겼다.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시작된 산불 연기가 기류를 타고 낮게 깔리면서 도심 전역을 희뿌연 안개처럼 뒤덮었기 때문이다. 불이 난 북구는 물론, 직선거리로 10km 이상 떨어진 동구와 수성구 주거지까지 탄내가 스며들며 시민들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쓴 채 긴박한 밤을 보냈다.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에도 대기 정체 현상으로 인해 연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구 특유의 분지 지형과 야간 기온 역전 현상이 맞물리면서 산불 연기가 상공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표면 근처에 머문 탓이다. 이로 인해 기관지가 약한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동구 신천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건물 안까지 탄내가 진동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해 북구 주민들의 고통이 짐작된다"고 전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시민들의 불안 섞인 목격담이 쏟아졌다. 수성구 등지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목이 따갑고 눈이 시리다"거나 "집 안까지 연기가 배어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평소 기관지 질환을 앓던 한 30대 직장인은 "봄철 미세먼지와 꽃가루로 호흡이 힘든 시기에 산불 연기까지 겹쳐 고통이 가중됐다"며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진화대원들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산불은 가파른 경사와 건조한 기상 조건 탓에 야간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헬기가 철수한 야간 시간대에는 인력 중심의 진화 작업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다량의 연기가 풍향을 타고 도심 심장부를 관통했다. 대구시는 29일 0시 14분경 재난 문자를 발송해 "함지산 산불 연기가 확산되고 있으니 창문을 닫고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라"고 긴급 안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미세먼지 농도를 급격히 높여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시민들은 연기가 완전히 걷힐 때까지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산불 진화와 대기 정화를 바라는 밤을 지새웠다. 시는 날이 밝는 대로 진화 헬기를 재투입해 잔불 정리와 함께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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