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산불에…‘매캐한 타는 냄새’ 대구의 밤 뒤덮었다

  • 노진실
  • |
  • 입력 2025-04-28 22:16  |  발행일 2025-04-28
대구 동구·수성구 등지까지 ‘매캐한 냄새’ 계속 유입돼
기관지 약한 시민들 “목 아프고 숨쉬기 힘들 정도” 호소
대구시, 29일 자정쯤 “산불 연기 피해 유의” 재난문자
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산불로 주민들이 짐을 끌고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산불로 주민들이 짐을 끌고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8일 밤 9시. 대구 도심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의 매캐한 연무에 잠겼다.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시작된 산불 연기가 기류를 타고 낮게 깔리면서 도심 전역을 희뿌연 안개처럼 뒤덮었기 때문이다. 불이 난 북구는 물론, 직선거리로 10km 이상 떨어진 동구와 수성구 주거지까지 탄내가 스며들며 시민들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쓴 채 긴박한 밤을 보냈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에도 대기 정체 현상으로 인해 연기는 당최 사그라들지 않았다.


실제 이날 영남일보 취재결과와 대구기상청 자료를 종합해보면, 초속 11m에 달하는 강한 서풍이 불었다. 이에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시작된 불길과 연기는 이 서풍을 타고 동쪽과 남동쪽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불로 함지산 동쪽에 위치한 조야동과 서변동 일대가 가장 먼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바람을 타고 내려온 연기가 대구 도심 심장부를 관통하며 동구 신암동, 수성구 범어동, 심지어 경산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다.


대구 도심에 연기가 자욱했던 것은 바람 외 다른 요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기상청은 단순히 바람 방향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기온 역전과 분지 지형의 영향도 있었다.


밤이 되면서 지표면의 공기가 상층부보다 차가워지는 '기온 역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연기가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지면 근처에 억눌린 채 옆으로만 퍼지게 된 것.


대구의 분지 지형도 연기 확산과 정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한 번 유입된 연기가 바람이 잦아들어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장시간 갇혀버리는 이른바 '항아리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로 인해 기관지가 약한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동구 신암3동에서 만난 시민 최기영(52)씨는 "아파트 건물 안까지 탄내가 진동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해 북구 주민들의 고통도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전했다.


온라인 공간도 밤사이 시끌벅적했다. 게시글은 대부분 불안감에 사로잡힌 대구 시민들의 목격담이 주를 이뤘다. 수성구 범어4동에 거주한다고 밝힌 주부 이태란(45)씨는 커뮤니티에 "목이 따갑고, 눈이 시리다"거나 "집 안까지 연기가 배어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평소 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직장인 염혜란(45·수성구 만촌동)은 "봄철 미세먼지와 꽃가루로 호흡이 힘든 시기에 산불 연기까지 겹쳐 고통이 가중됐다"며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진화대원들이 걱정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산불은 가파른 경사와 건조한 기상 조건 탓에 야간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헬기가 철수한 야간 시간대에는 인력 중심의 진화 작업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다량의 연기가 풍향을 타고 도심 심장부를 관통했다.


대구시는 29일 오전 0시 14분쯤 "함지산 산불 연기가 확산되고 있으니 창문을 닫고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라"고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기상청에 확인결과, 이날 산불 연기는 미세먼지 농도를 급격히 높여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들은 연기가 완전히 걷힐 때까지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산불 진화와 대기 정화를 바라는 밤을 지새웠다. 대구시는 날이 밝는 대로 진화용 헬기를 재투입해 잔불 정리와 함께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