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율 19→54% 끌어올린 ‘수리온’의 야간 비행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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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9 18:51  |  발행일 2025-04-29
함지산 산불에 대구 최초 2대 동시 투입
3시간 동안 물 18차례 총 3만6천ℓ 투하
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 산불 현장에서 소방 헬기 2대가 해가 지기 전에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이동하고 있다. 일몰 이후에는 안전을 위해  헬기 운항이 제한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 산불 현장에서 소방 헬기 2대가 해가 지기 전에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이동하고 있다. 일몰 이후에는 안전을 위해 헬기 운항이 제한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8일 밤 10시, 대구 북구 함지산 아래 아파트 단지 주민 박태환(39)씨는 한동안 베란다 창문에 붙어 산등성이를 주시했다. 시간상 암흑 속에 잠겨야 할 산 중턱은 붉은 불줄기가 띠를 두른 채 일렁이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낮게 가로지르는 둔탁한 헬기 프로펠러 소리였다. 평소라면 일몰과 함께 철수했어야 할 헬기가 야간투시경에 의지해 검은 연기 속을 누비고 있었다.


이날 야간 산불진화에 나선 것은 국산 헬기 '수리온(KUH-1FS)'이었다. 산림청은 오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수리온 2대를 현장에 전격 투입했다. 2018년 국내 도입한 후 수리온 2대가 야간 산불 현장에 동시 투입된 것은 이번 함지산 산불 진화작업이 처음이다. 산림청에 확인결과, 이날 수리온 헬기는 3시간 동안 암흑 속에서 18차례나 물을 실어 나르며 총 3만 6천ℓ의 물을 화선 위로 쏟아부었다.


투입 성과는 수치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헬기가 진입하기 전인 오후 8시 기준 19%에 불과했던 진화율은 수리온이 활동한 지 4시간 만인 29일 0시 54%까지 치솟았다. 지상 진화대원이 접근하기 힘든 급경사지의 불길을 상공에서 직접 진화한 결과다. 하늘에 띄운 열화상 드론이 실시간으로 화선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수리온이 그 길목에 산불지연제를 투하하며 민가 확산을 차단했다.


인근 주택가에서 이 상황을 지켜봤다던 주민 정모(48·북구 노곡동)씨는 "밤이 되면 불길이 더 번질까 봐 짐을 싸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둠 속에서도 헬기가 물을 뿌리는 걸 보고 마음을 놓았다"며 "밤에 움직이는 헬기는 처음 본 것 같다"고 했다.


그간 산림청은 조종사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 헬기 투입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K-2(군 공항)과 인접해 지형 파악이 용이했고, 전선 같은 지장물이 없어 투입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2020년 안동과 2022년 울진에서 1대씩 투입돼 성능을 검증받은 수리온은 이번 2대 동시 작전으로 야간 대응력을 입증했다.


북구 서변동에 거주하는 한태연(46)씨는 "수리온이 국산 헬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들었는데, 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산등성이를 오가며 불을 끄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결과적으론 국산기술로 제작한 헬기가 시민 생명을 지켜준 것 같다 "고 말했다.


수리온이 이번 진압에서 큰 효과를 거뒀다는 것은 산림청장도 인정했다.


임하수 남부지방산림청장은 "앞으로도 안전이 확보된 현장이라면 야간 진화에 수리온을 적극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상 진화대원들이 험준한 능선에서 잔불을 정리하는 사이, 함지산 상공을 지킨 수리온의 비행은 도심을 위협하던 화마를 잠재우는 결정적 한 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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