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예술의 대상으로 객관화된 중년의 탐구생활을 엿보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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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8 18:28  |  수정 2025-05-18 21:07  |  발행일 2025-05-18
아트스페이스펄 5월 31일까지 신기운 작가 개인전 ‘객관화하기 Objectify’
피사체 내부까지 보여주는 엔지니어링적 기능으로 사물 객관화
스핏파이어, FW-190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기 작품 눈길
오브젝트파이_콩코드_78x195x27cm_2025

신기운 '오브젝트파이_콩코드'

"어린 시절 TV에서 보았던 콩코드기의 위용에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트스페이스펄(대구 동구 효신로 30, B1)은 오는 31일까지 신기운 작가 개인전 '객관화하기 Objectify'展(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신 작가는 항공기와 건축물, 로봇만화 캐릭터 등의 겉과 내부 구조를 동시에 표현한 입체와 설치 및 페인팅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마니아적 성향을 지닌 신 작가의 '탐구생활' 및 '정직한 회화를 통한 객관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신 작가는 학창시절 항공 엔지니어링 등을 다룬 TV 다큐멘터리와 잡지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항공기의 역사 및 원리와 구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사물의 단순한 겉모습이 아닌 그 이면에 집중하게 됐다.

전시작들은 생분해성 수지인 PLA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항공기 등의 모형에다 '청사진(blueprint)'을 의미하는 울트라마린 블루 컬러를 입힌 후 그 위에 흰색 마킹맨 또는 볼펜으로 설계도를 그려 넣은 것이다. '청금석'에서 비롯된 울트라마린 블루 계열 색상들은 예로부터 왕족이나 귀족 등이 썼던 색채로서 과거에는 금보다 비싼 소재였다. 고해상도 청색광의 안정성과 효율성에서 파란색의 역사는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도전정신과 과학적 발견의 연대기였다.

대상의 겉모습만 보여주는 일반적 회화와 달리 신 작가의 작업은 피사체의 내부까지 보여주는 엔지니어링적 기능을 더해 사물의 객관화를 더한다. 신 작가가 이러한 작업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대상의 세밀한 구조를 담아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는 그가 상상하고 있었던 관념이나 착상을 소묘를 통해 가시적인 형태로 환원시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트스페이스펄 전시장 전경.<아트스페이스펄 제공>

아트스페이스펄 전시장 전경.<아트스페이스펄 제공>

신기운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기운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신기운 작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로켓의 엔진을 표현한 신기운 작가의 작품.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배면 비행 중인 FW-190 전투기의 모습을 표현한 신기운 작가의 작품.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배면 비행 중인 FW-190 전투기의 모습을 표현한 신기운 작가의 작품.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미해군 F-14 전투기의 내외관을 표현한 신기운 작가의 작품.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미해군 F-14 전투기의 내외관을 표현한 신기운 작가의 작품.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전시장에 들어서면 195cm 길이의 콩코드기(機) 작품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해 제작한 콩코드는 소련의 TU-144와 더불어 미소 냉전 시기 양 진영의 진일보된 항공 기술을 상징하는 초음속 여객기였다. 이처럼 신 작가의 작품들은 특정한 기술이 정점에 이르었을 때 탄생한 것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는 특징이 있다.

전시장은 마치 항공우주역사박물관과도 같은 모습이다. 1940년 6월 벌어진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에서 독일공군 루프트바페로부터 영국을 구한 슈퍼마린 스핏파이어 전투기, 2차 세계대전 후반기 루프트바페의 최고 성능 전투기 중 하나인 FW(포케불프)-190, 태평양전쟁 때 일본해군 제독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탑승한 기체를 격추시키면서 유명해진 미군의 P-38 전투기, 인류를 달에 보낸 아폴로 계획에 사용됐던 새턴 로켓의 엔진,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핵폭탄 '리틀보이', 1970~80년대 미국 항공기술의 결정체이자 영화 '탑건'으로 유명해진 F-14 전투기 등 다양한 무기 및 항공기들이 신 작가만의 작업 방식을 통해 재해석됐다. 여기에다 유명 만화 속 로봇과 더불어 신 작가가 살았던 국내 아파트와 유학당시 머물렀던 영국 주택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브젝트파이_3번째 집_95x275x213(h)mm_2024

신기운 '오브젝트파이_3번째 집'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신기운과 500여 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과학적 탐구가 마치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신기운 작가는 현재 영남대 예술대학 트랜스아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조소과,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GOLDSMITHS COLLAGE)를 각각 졸업했다. 작가와의 대화는 오는 22일 오후 6시에 진행된다.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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