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20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길안장터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오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20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길안장터에서 권영세 전 안동시장과 함께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3선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1991년 지방선거에서 꼬마민주당 후보로 경북도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신한국당 현역 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창당에 참여하며 지금까지 보수 소장파로 분류돼 온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합류를 선언했다. 보수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그의 합류는 지역에 적잖은 파장을 주고 있다.
권 총장의 이재명 후보 캠프 영입은 중도층 포섭과 이 후보 고향인 경북 안동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남일보는 지난 20일 권오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을 안동 길안장터 유세 현장에서 만나 민주당 대선 캠프 합류 의미와 그가 본 이 후보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14년 전 국회 사무총장 시절 만나 이재명 후보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는 고향에 성묘 왔다가 권 위원장과의 '차담'을 가졌다고 했다. 이후 3년 전까지 몇 번 통화했고, 민주당 입당을 결정한 최근까지 일체의 연락도, 만남도 없었다고 했다.
▲왜 이재명 후보인가?
"고향 사람이란 이유가 가장 컸다. 이 후보가 중도 보수 정당을 지향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국민의힘에 대한 마음을 접은 지는 이미 오래된 상황에서 이 후보의 주장이 마음을 끌었다. 정계를 떠나 집사람과 함께 광화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그곳에서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낀다. 토요일마다 이쪽에는 태극기부대, 저쪽에는 촛불부대가 있는데 눈에 핏발을 세워가며 엄청 심하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완전히 내전 상태다. 나라가 이렇게 되면 큰일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겪어본 이재명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이 후보는 몸으로 배운 정치, 몸으로 체험한 경제 그 자체다. 기성 정치인들은 젊어서 공부를 해서 배웠거나 나이 들어 참모들이 정리해 준 것을 익힌다. 그러나 이 후보를 보면서 느낀 것은 경제는 체험 경제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장에 대해 굉장히 해박한 사람이다. 어떤 곳에선 안 되는 것에 대해 '안돼'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려운 점을 설명해 주며, 질문에 바로바로 답이 나온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 떨어지고 3년 동안 혹독하게 당했다. 대장도에다 백현동까지, 처음엔 돈으로 잡아넣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자 나중엔 거짓말을 했느니, 안 했느니 갖고 하는데, 너무 치졸한 짓이다. 대선에서 0.73%의 차이가 난 상대를 인정해 주고, 함께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너무 혹독하게 당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그의 수락 연설을 4번을 다시 봤다.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서러움이 녹아 있었고, 지난 3~4년 동안 겪었던 정치 탄압의 울분이 녹아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엔 그래도 포용하고 함께 가야 한다는 통합의 메시지가 있었다. 온몸에 감동이 우러나왔다. 이 후보는 서민 경제에 있어서 본인이 공부한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신뢰를 할 수 있다. 성남시장 시절 점수가 높고, 경기도지사도 3년밖에 하지 않았지만, 점수가 높다. 이런 면에서 실천력이 있고 추진력도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후보는 말한 것은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느꼈다. 못사니즘, 잘사니즘에 대해서 나름의 방법을 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는 정치가 어느 정도 바로 서면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18년 동안 선거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내 힘으로는 안 되더라도 좋은 후보를 만나 그 부분을 도구로 해서 반드시 한 번은 이겨보고 싶었다. 더 중요한 것은 TK는 거의 30년 동안 일당 독주체제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었다. 누구든지 공천만 받으면 된다. 지역의 경쟁력도, 중앙의 발언권도 없다. 정치를 하겠다는 후배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무조건 빨간 옷을 입어야만 한다. 이 모든 게 지역의 후배들을 사장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바뀔 것 같나?
"그는 국가 아젠다에 대해선 서민 경제라는 확실한 틀을 잡고 정당도 중도 보수 정당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좋든 싫든 통합 메시지를 가지고 국민을 통합할 것이라고 본다. 당선될 때 표 차이가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당선되면 그런(아젠다) 부분이 좀 쉬워질 것이다. 국힘은 그동안 이재명에 대해서 독재나 그 이상으로 악마화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독재하면 바로 갈아엎는다. 직접 봤잖느냐. 우리나라는 이제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이재명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이재명이다. 박정희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이재명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려고 다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선거 끝나면 또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거기에 대해선 승자가 양보하고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승자가 양보하고 물러서야 통합의 첫발을 찍을 수 있다. 이제까지 승자가 다 먹어버리고 그 힘으로 눌러왔기 때문에 통합을 이룰 수 없었다. 대통합을 위해서 내 역할을 할 것이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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