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픽]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신비의 숲,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 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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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2 15:34  |  발행일 2025-05-22
전통과 자연, 그리고 쉼이 공존하는 울진의 특별한 여행지
울진군 금강송명에 위치한 500년된 울진금강소나무의 모습. <울진군 제공>

울진군 금강송명에 위치한 500년된 울진금강소나무의 모습. <울진군 제공>

봄이 되면 만물이 깨어나듯 겨울 내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숲이 있다. 누구나 발을 들일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쉽게 허락되지는 않는 길. 바로 산림청이 조성한 1호 숲길,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다.


울진군 금강송면 일대에 위치한 이 숲길은 봄이 깊어지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개방되며,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탐방이 가능하다. 금강소나무 원시림과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온라인 사전 예약은 필수다.


하지만 탐방객들은 이 모든 절차를 감수하고서라도 걷고 싶은 길이라 말한다. 맑은 공기, 청정한 자연, 수백 년을 이어온 숲의 숨결 속에서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개장과 동시에 예약이 마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강소나무는 조선시대 궁궐의 기둥이나 왕실 관재로 사용된 귀한 목재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이 소나무의 대표적인 자생지이자 생태적·역사적 가치를 함께 간직한 보존구역이다.


숲길에는 금강소나무 군락 외에도 보부상 유적, 십이령 옛길의 예실, 화전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옛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현재는 3·4구간과 가족탐방로가 운영 중이며, 1·2·5구간은 하반기 중 재개장 예정이다.


숲길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숲길 탐방서비스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숲해설가의 안내를 받으며 걷는 이 길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울진의 생태문화유산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다.


금강송 숲길과 함께 인근의 전통문화 체험 공간인 '십이령옛길 보부상 주막촌' 모습. <울진군 제공>

금강송 숲길과 함께 인근의 전통문화 체험 공간인 '십이령옛길 보부상 주막촌' 모습. <울진군 제공>

숲길을 찾았다면 인근의 '십이령옛길 보부상 주막촌'과 금강송에코리움의 '지관서가'도 놓치지 말자. 보부상 주막촌은 내륙과 동해를 잇던 교역로였던 십이령길에 위치해 있으며, 초가로 재현된 숙박동과 전통 한식을 제공하는 주막동으로 이뤄져 있다.


가족과 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7개 객실이 마련돼 있으며, 마을주민들이 장작불에 가마솥으로 정성껏 끓여낸 한우곰탕은 이곳만의 별미다. 이 주막촌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며, 전통문화와 공동체의 따뜻함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지관서가는 금강송에코리움 내에 조성된 인문문화 공간으로, 공연과 특강은 물론 조용히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다. <울진군 제공>

지관서가는 금강송에코리움 내에 조성된 인문문화 공간으로, 공연과 특강은 물론 조용히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다. <울진군 제공>

또 하나의 명소인 지관서가는 금강송에코리움 내에 조성된 인문문화 공간으로, 공연과 특강은 물론 조용히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는 쉼터다. 카페 역시 지역 주민이 직접 교육을 받고 운영하는 공간으로, 소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울진은 전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청정지역이다. 그 이유는 바로 동해의 바람과 금강소나무 숲이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을 살아온 금강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도심에서 잃어버린 자연의 본성을 일깨워준다.


바쁜 일상 속 지친 심신에 자연이 주는 위로가 필요하다면, 울진으로 향해보자. 신비로운 금강소나무 숲길, 정겨운 전통 주막촌, 그리고 사색이 흐르는 지관서가에서 깊은 쉼을 누리고 나면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솟아날 것이다.


이번 주말, 울진에서 자연과 전통, 사람의 온기를 마주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운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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